석화·정유업계, '물리적' 대신 '화학적' 재활용 방식 택하는 이유

정진주 2024. 8. 2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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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석화·정유사, 화학적 재활용 기술개발·생산 확대
기존 물리적 방식, 선별작업서 비용↑·재활용률↓·기능↓
화학적 재활용, 품질·기능 변화 없이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
플라스틱 재활용 관련 이미지. GS칼텍스 홈페이지 캡처

국내 석유화학·정유 업체들이 미래 먹거리인 ‘화학적 재활용’ 기술 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물리적 재활용 방식의 단점을 보완하고 글로벌 석유계 플라스틱 사용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최근 국내 최초로 화학적 재활용 방식을 통해 폐현수막을 섬유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른 국내 석화·정유사들도 화학적 재활용 사업의 비중을 지속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효성티앤씨는 폐어망을 재활용한 나일론 섬유인 ‘리젠 오션’을 내달 열리는 ‘2025 S/S 서울패션위크’에 선보일 계획이다.

국내 대표 석유화학업체인 LG화학도 충남 당진에 연 2만t 규모의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을 짓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울산 2공장에 11만t 규모 중합 생산 설비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솔루션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과 함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업그레이딩을 목표로 PTC 기술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정유업계에서는 GS칼텍스가 여수 공장에 5만t 규모 열분해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기존 정유 공장에 열분해유를 원유화 함께 투입해 친환경 나프타, PP 등을 생산하는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계열사 HD현대케미칼, HD현대OCI와 기존 정제설비를 활용해 폐타이어 열분해유를 정제할 방침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석화·정유사들이 기존 물리적 재활용 대신 화학적 재활용 기술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플라스틱 재활용 처리 기술은 물리적·열적·화학적 재활용으로 나뉘는데 현재까지는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쉽고 안전한 물리적 재활용 방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물리적 재활용 방식은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을 선별하고 세척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가공 과정 이물질이 혼합되면 강도, 탄성 등 기능이 떨어질 수 있어 활용 분야가 제한적이다. 여기에 재활용 과정을 거치면 분자 구조간 결합력이 낮아져 여러 번 재활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단점 때문에 폐플라스틱의 약 70%는 물리적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화학적 재활용 방식은 이런 물리적 재활용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다. 화학적 재활용은 화학공정을 통해 폐플라스틱을 분해해 플라스틱의 원료 또는 고분자 형태로 재활용하는 방법을 말하는데 그 기술은 크게 열분해, 해중합, 정제로 구분된다.

폐플라스틱을 순수한 원료 상태로 되돌리기 때문에 품질이나 기능의 변화 없이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 사용할 수 있어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재활용 횟수에 제약이 없고 원료와 유사한 수준의 재생 플라스틱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여기에 플라스틱 복합재질에 적용이 가능해 산업현장에 적용하기 보다 쉽다.

이런 장점 때문에 플라스틱의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는 글로벌에서도 화학적 재활용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포장 폐기물의 70%를 재활용하는 목표를 내걸고 산업 부문에서 온실가스 주요 감축 수단으로 화학적 재활용을 제시했다. 미국에서는 자국 내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플라스틱 오염 방지법’을 발의하고 18개 주에서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을 촉진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국내에서도 그간 발목을 잡던 규제 법안의 개정 작업이 속도가 나면서 국내 화학적 재활용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초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열분해유를 포함한 친환경 정제원료를 석유정제공정에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열분해는 인허가가 지자체별로 한정돼 있어 절차가 까다롭고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신규 진입이 쉽지 않았다.

시장도 앞으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플라스틱 재활용시장 규모는 2020년 1290만t이며 이 중 화학적 재활용은 90만t(7%)에 불과하나, 2030년에는 410만t(2020~2030년 연평균 성장량 17%)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KISTEP는 화학적 재활용 제품의 산업적 활용성 증대를 위해 최종 제품의 경제성 확보가 선제 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화학적 재활용 자체는 비교적 고부가가치의 제품이지만 아직 시장 규모가 작아 경제성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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