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하이브리드 차종 늘리고 배터리 내재화…10년간 120조원 투자"

최대열 2024. 8. 2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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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인베스터데이 열고 중장기 사업전략 발표
"모빌리티·에너지 양대축으로 현대웨이 추진"

현대차가 현재 7개인 하이브리드 차종을 14개로 늘리기로 했다. 고가 브랜드 제네시스는 전 차종을 하이브리드로 고를 수 있게 한다.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는 북미와 중국을 중심으로 판매, 전동화 전환과정에서 외부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체력을 키운다. 배터리 개발역량도 한층 끌어 올리기로 했다.

중장기 미래 사업을 위한 투자금액은 지난해 계획을 내놨을 때와 비교해 10% 이상 높였다. 전 세계 이동수단 시장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주요 완성차 제작사가 움츠러들거나 소극적인 전략을 취한 데 반해, 주도권을 쥐기 위해 공세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28일 CEO인베스터데이에서 중장기 사업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유튜브 중계화면 캡쳐]

장재훈 현대차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은 28일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데이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사업계획과 중장기 전략 방향 ‘현대 웨이’를 공개했다.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기 전 다양한 전동화 차량 선택지를 늘리는 한편 기존에 추진했던 에너지, 모빌리티 사업도 한층 면밀히 가다듬기로 했다.

전동화 전환과 관련해 다양한 차종과 기술을 동시다발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회사는 밝혔다.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량을 555만대로 늘리겠다는 목표치를 내놨다. 이 회사는 지난해 422만대가량 팔았다. 이보다 30% 이상 늘려 잡았다. 해외 사업장에 생산시설을 늘려 추가로 100만대 생산능력을 구축할 계획이다.

전기차 판매량은 2030년 200만대로 전체 판매량 가운데 3분의 1 이상(36%)으로 채우기로 했다. 북미에서 69만대, 유럽에서 46만7000대를 목표로 잡았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기로 했다. 하이브리드 같은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과도기 기술을 가다듬고 양산차를 시장에 내놓겠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게 개발 막바지에 있는 신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기존 TMED보다 성능과 연비가 대폭 개선된 차세대 시스템(TMED-Ⅱ)으로 내년 1월 양산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회사는 "기존과 비슷한 수준의 원가를 유지하면서도 성능과 효율을 향상해 출력, 연비 면에서 경쟁사 시스템 대비 우위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N[사진제공:현대차그룹]

최근 나온 신형 전기차에 적용했던 스마트 회생제동을 비롯해 차량 외부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V2L을 하이브리드 차량에도 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2028년이면 전 세계 하이브리드 판매량을 133만대 정도로 지난해보다 40% 이상 늘리기로 했다.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신규 공장도 당초 전기차 전용에서 하이브리드 혼류생산이 가능하도록 방향을 틀었다.

EREV도 후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내놓는다. 이는 차량 내부 엔진으로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를 충전, 전력으로 구동하는 방식이다. 구동시스템을 독자 개발해 2개 모터로 사륜구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엔진은 기존 제품을 활용하고 배터리 용량을 전기차 대비 30% 낮춰 플러그인하이브리드와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수준에서 판매가격을 책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 번 충전으로 900㎞ 이상 주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EREV는 2026년 말 북미와 중국에서 양산을 시작한다. 북미에서는 현대와 제네시스 브랜드로 중형(D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먼저 내놓는다. 연 판매 목표치는 8만대다. 중국에서는 준중형(C급) SUV로 연 3만대를 목표로 잡았다. 다른 지역에선 시장 상황에 따라 내놓는다.

장 사장은 "전동화 시대의 현대차는 대중 브랜드뿐 아니라 고가·고성능 모델까지 모든 전기차 라인업을 가장 빠르게 선보인 독보적인 기업"이라며 "과거부터 축적해온 최고 수준의 기술과 혁신을 위한 도전, 이러한 강점을 기반으로 현대차는 앞으로 다가올 전동화 시대를 대비하고 전기차 시장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영국 잉글랜드 치체스터에서 열린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 설치된 제네시스 전시 공간을 취재진과 관람객들이 둘러보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전동화 차량 핵심부품으로 꼽히는 배터리 기술도 갈고 닦는다. 기존에 쌓은 배터리 개발 경험을 기반으로 배터리 셀 단위부터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안전 기술도 고도화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보급형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새로 개발해 내놓기로 했다. 니켈 비중을 줄여 원가를 낮춘 제품이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 역시 개선해 2030년까지 20% 이상 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전기차 화재로 주목받는 안전 기술도 고도화한다.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이상 사전진단 기술을 강화하고 셀 간 열전이 방지기술도 적용하기로 했다.

배터리 개발 역량을 내재화해 새로운 배터리 탑재방식 CTV(Cell to Vehicle) 구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배터리와 차체를 통합한 구조로 부품을 줄이고 배터리 집적도를 개선하는 방식이다. 이전 CTP(Cell to PACK) 대비 배터리 시스템 중량을 10% 줄이는 한편 열전달 성능은 최대 45%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2월 완공되는 현대차 의왕연구소 내 차세대 배터리 연구동에서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러한 중장기 사업 방향을 구현하기 위해 앞으로 10년간 120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연구개발(R&D) 분야에 54조5000억원, 설비투자 51조6000억원, 전략투자 14조4000억원 등이다. 회사는 당초 지난해 10년 치 투자 규모로 109조4000억원을 제시했었다. 이보다 10.1% 늘린 것이다.

전체 투자액 가운데 전동화 전환·배터리 내재화 분야가 77% 수준인 92조7000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률 역시 점차 끌어올려 2030년 연결기준 1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같이 내놨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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