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비호감정치 벗어나는 미국, 여전히 답답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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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가 오랜만에 살아나고 있는 거 같다.
조 바이든-도널드 트럼프의 대결 구도 시절, 미국 정치는 딱 우리나라와 평행이론으로 짝을 이루는 동반자였다.
트럼프의 공보비서를 지냈던 스테파니 그리셤은 "네가 뭘 말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그저 자꾸 말하면, 사람들은 믿게 된다"고 주입했다며 트럼프의 거짓말 정치를 폭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튜브, SNS 등을 통해 사실이 아니거나 불확실 내용이 진영정치를 배경으로 우리의 정치 여론을 어지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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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가 오랜만에 살아나고 있는 거 같다. 조 바이든-도널드 트럼프의 대결 구도 시절, 미국 정치는 딱 우리나라와 평행이론으로 짝을 이루는 동반자였다. 경쟁하는 양쪽 진영의 리더십이 모두 문제가 있지만 피장파장으로 버티는 비호감의 공생, 그것이었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이재명 두 후보의 경쟁을 두고 나왔던 말이 비호감 대선이었다. 그게 더 악화한 채로 우리의 정치는 지속되고 있다. 미국은 바이든이 재선을 포기하고 해리스에게 양보하면서 전기를 만들었다. 지난주 진행됐던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대회는 여러 감동을 주면서 새로운 정치 에너지를 기대하게 했다.
2016년 트럼프의 집권과 더불어 미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급격히 하락했다. 미국 정치의 현실을 배경으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가 정치분석의 주제가 됐고, 공유하는 진실이 사라진 '탈진실(Post-Truth)의 정치'가 개념어로 등장했다. 트럼프식 정치와 더불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과정 또한 대표적인 탈진실의 정치로 소개된다. 워싱턴포스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는 집권 당시 하루 평균 5.9회의 공적인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트럼프의 공보비서를 지냈던 스테파니 그리셤은 "네가 뭘 말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그저 자꾸 말하면, 사람들은 믿게 된다"고 주입했다며 트럼프의 거짓말 정치를 폭로했다.
이런 탈진실의 정치는 기본적으로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유튜브, SNS 등을 통해 사실이 아니거나 불확실 내용이 진영정치를 배경으로 우리의 정치 여론을 어지럽히고 있다. 시사 유튜브를 들으며 산행하는 사람들이 ‘뽕짝’ 라디오 등산객을 대체하고 있는 요즘이다. 근거 없는 가짜뉴스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정치인들도 심심찮게 보았을 것이다. 그런 사람일수록 언론에서 주목받는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은 진영 여론전의 무기로 쓰인다. 탈진실의 포퓰리즘 정치다.
공유하는 진실이 약화하면 민주주의 기반도 무너진다. 극단화된 진영정치는 정치 갈등만 키울 뿐 정부의 생산적 기능을 떨어뜨린다. 2016년 이래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평가 지수가 하락한 것도 바로 ‘대의 정부 기능의 약화와 양극화된 정치문화’, 이 두 요소 때문이었다. 딱 우리나라가 그렇다. 대통령은 민심과 동떨어진 인사를 밀어붙이고 시대착오적 발언을 이어간다. 11개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치인이 야당의 교주처럼 옹위 되고 있는 초유의 현실이다. 국회를 장악한 야당은 탄핵을 남발하고 권한 밖의 행정ㆍ사법적 처분을 밀어붙인다. 대통령은 거부권으로 맞서고 갈등만 증폭시킬 뿐 성과는 없다. 대의제 체제의 교착 상태다.
미국은 11월의 대선을 앞두고 위기를 자각한 민주당 진영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면서 전기를 만들고 있다. 후보 지명대회에서는 해리스 후보와 함께한 부통령 후보 월즈, 지원 연설에 나선 오바마 부부, 클린턴 부부, 오프라 윈프리, 오카시오 코르테즈(AOC) 등이 ‘혐오와 배제가 아니라 포용’ ‘대안적 사실이 아니라 진실과 상식’을 세우자고 외치며 감동을 주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의 민주당이 만들고 있는 비호감의 한국 정치, 여전히 답답하다. 국민들도 이제 진영정치에 진저리가 난 듯하다. 언론진흥재단의 최근 조사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72.1%가 뉴스 보기 싫다고 답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정치 뉴스 때문이었다. 한국 정치 상황, 10월쯤에 예정된 2개의 재판 결과가 한고비가 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정치 리더십의 혁신이 한국 정치의 희망 찾기 관건이다.
김만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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