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열 "식물정부-사법리스크 동시 해소…尹·李, 내각제 결단을"

2024. 8. 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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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특별인터뷰 |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말하는 ‘윤석열, 이재명의 내각제 찬스’

“尹은 레임덕·탄핵 부담 덜고, 李는 인기 떨어지는 민주당의 집권 기회 확대”
“대통령 직선제, 1987년 도입 이후 나라 경쟁력 떨어지고, 국민 분열 가속화”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8월 13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직선제에서는 5년 내내 총체적 흥분 상태가 지속하기에 중장기 국정 과제를 추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게 저의 마지막 기록이니까 이제 더 무엇을 아끼랴 싶은 마음에서 글을 썼다. 남을 기분 상하게는 하지 않으려고 최소한으로 자제하기는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판할 게 많았었는데…. 그나마 많이 다운시켰어. 지금은 너무 좀… 잘하셔야 하는데.”

제18대 박근혜 대통령의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허태열(79)은 40여 년에 걸친 공직생활과 개인의 인생 여정을 마무리하는 [대한민국의 구조조정과 혁신]이라는 책을 최근 펴냈다. 8월 13일 서울 강남의 한 회의실에서 월간중앙과 만난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집필 소회를 묻는 말에 이렇게 운을 뗐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내각제 개헌’이다. 현행 대통령 직선제는 “국민성을 저질화하고 황폐화를 조장”하는 몹쓸 제도이므로 폐기하고 내각제로 가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대통령 직선제의 이익당사자인 대통령, 여야 정치 지도자, 정당 비판도 매섭고 신랄하다. 허 전 실장에게 대통령 직선제는 극심한 정쟁과 진영 논리를 부추기는 온상일 따름이다. 그가 보기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지금처럼 옴짝달싹할 수 없는 정치적 ‘덫’으로 몰아넣은 것도 대통령 직선제다. 현행 국가 권력 구조 아래서는 윤석열, 이재명이 아닌 그 어떤 인물이 오더라도 정치는 불능으로 치닫게 되고, 나라는 점점 무력화할 수밖에 없다고 허 전 비서실장은 단언한다. 그에게 대통령 직선제 37년은 ‘양적 성장’의 시대이자 ‘질적 퇴보’의 시대로 와 닿는다.

하지만 대통령 직선제는 1987년 주권자인 국민이 권위주의 정권을 누르고 쟁취한 정치적 자부심의 산물로 많은 이들에게 아로새겨져 있다. 합종연횡과 대화와 타협을 기조로 하는 내각제가 혹여 나눠 먹기 정치의 또 다른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 또한 상존한다. 허 전 실장은 이런 시각에 대해 “저 자신도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낀다”면서도 “대한민국이 세계 5위권의 선진국이 되자면 꼭 이룩해야 하는 과제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선택지에 내각제가 포함될 수도 있다고 본다. 특검과 탄핵의 표적이 되는 윤석열 대통령과 각종 사법 리스크로 정치 생명을 위협받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내각제 개헌은 개인적 활로를 열고, 한국 정치를 업그레이드하는 회심의 승부수가 될 수 있다는 것. 최근 단행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復權)도 내각제 개헌으로 가는 하나의 시그널이 되리라는 게 허 전 실장의 정국 해석이다.

허 전 실장은 1945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경남중, 부산고, 성균관대 법률학과를 졸업하고, 1970년 제8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했다. 이듬해 서울시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청와대, 경기도, 내무부 관료. 관선 시장 등 요직을 두루 섭렵한 뒤 충북도지사를 끝으로 25년간의 임명직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이후 3선 국회의원,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 등 선출직 및 정무직 공직을 더해 총 42년 동안 국가의 녹(祿)을 먹었다. 허 전 실장은 “오랜 공직생활 동안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으로 남아 있던 몇 가지 과제를 정리해 두고자 한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그의 측근은 “실장님께서 진심을 다해 누구 손을 빌리지 않고 모든 내용을 직접 쓰셨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특검법 국회 통과 후 윤 대통령이 택할 3가지 카드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근 발간한 저서 [대한민국의 구조조정과 혁신].

Q : 저서 [대한민국의 구조조정과 혁신]은 정치의 주요 플레이어인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대표와 내각제 개헌의 상관성을 집요하게 탐구한 느낌을 줍니다.

A : “저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 되기 전부터 지금까지 만나본 적이 없어 그의 의중을 알 순 없습니다. 대통령 임기를 마치는 것이 중요하지 내각제 개헌에 대한 절박함이 있다고 보지는 않아요. 그런데 윤 대통령이 지금 굉장한 곤경에 처해 있지 않습니까. 야당은 마치 대권이 눈앞에 와 있는 양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 해병대원 사망 사건 관련 특검법 등 온갖 정치적 투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에 대통령 자신이 원하던 지도체제가 들어선 것도 아니지요. 윤 대통령은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처지에 있습니다. 만에 하나 김 여사 특검이나 해병대원 사망 사건 특검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탈로 수용될 경우 윤 대통령은 못 견딜 거예요.”
허 전 실장은 저서에서 “국민의힘 의원 10여 명이 이탈하면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나 해병대원 특검법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 시점에서 윤 대통령이 택할 카드 3가지를 유추했다. 첫째는 이런저런 수모를 견디면서 식물 대통령으로 3년의 임기를 채우는 것, 둘째는 극적인 하야(下野) 선언, 셋째는 내각제 개헌을 통한 상환 반전이 그것이다.

Q : 그런 정황을 내각제 개헌으로까지 결부하는 건 좀 비약 아닐까요?

A : “만약 특검법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오면 윤 대통령이 쓸 수단은 한정돼 있어요. 3년을 참고 버티기도 쉽지 않고 하야는 더더욱 어렵죠. 선제적으로 하야를 선언하면 온갖 오해와 억측을 낳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니까, 보수 진영에서는 하야를 배신행위로 받아들일 겁니다. 심지어 이재명 대표와의 물밑 거래설까지 제기되는 등 윤 대통령 개인에게 결코 명예로운 선택이 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내각제는 대통령 직선제의 폐해를 일소하고 나라를 반석 위에 다시 올려놓는 선택이므로 명분이 있어요. 이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엄청난 족적을 남기는 대통령이 되는 길이기도 합니다.”


이 대표에게 내각제는 물리치기 힘든 카드?


지난 4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영수회담을 가진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Q :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자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동의가 필수적이죠. 이 대표는 내각제에 공감할까요?

A : “이 대표 본인도 점점 뭔가를 느끼기 시작할 거라고 봅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을 보세요. 야당이 두 갈래로 나뉠 가능성이 커졌어요. 여론조사 지지율도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엇비슷해요. 이 대표가 다음 대선에서 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무리수를 동원해 탄핵과 특검을 밀어붙인다면 중도성향 유권자들을 포함해서 국민이 좋게 보진 않겠지요. 여론의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설령 조기 대선을 치른다고 해도 중도층이 국민의힘으로 넘어가는 경우 당선을 장담하기 어려워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그의 대선 가도에 치명상을 안길 수 있습니다. 본인은 무죄를 주장하지만, 사법부의 판단은 모를 일이죠.”

Q : 그게 내각제 협력을 부른다는 가설인가요?

A : “이 대표는 무죄 판결을 받거나, 안 되면 대법원 확정판결 시점을 차기 대선 이후로 미루고 싶을 겁니다. 아마도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의 하급 참모들 사이에서는 ‘좀 도와달라. 나중에 퇴임 후 편안하게 해드릴게’라는 대화가 오갈 수도 있는 겁니다. 이 대표로서는 재판부 기피 신청, 판사 탄핵 등 어떤 수를 써서라도 3심 확정판결을 대선 뒤로 미루고자 안간힘을 쏟겠죠. 윤 대통령의 협조를 받고자 하겠죠, 제 책에도 썼지만, 혹여 대선 전에 확정판결이 난다면 사면과 복권을 통해 이 대표의 대선 후보 자격을 보장하는 방식까지도 생각할지 모릅니다. 우리 헌정사에는 대선과 관련한 정치적 거래로 이해될 만한 일들이 없지 않았습니다. 199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검찰의 김대중 후보 비자금 수사를 김영삼 대통령이 중단시킨 적이 있었지요.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입장으로 봐도 내각제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의 문이 열리고 있어요.”

Q : 여야 간 모든 대화가 차단되다시피 한 우리 정치 문화에서 그런 반전(反轉)이 가능한가요?

A : “이 대표는 어찌 보면 아주 험난한 인생을 살아왔잖아요. 못할 일이 없는 사람같이 해왔지요. 일구월심(日久月深) 대통령 되는 게 꿈이지만 차선도 생각해야죠. 내각제가 되면 제1당의 대표가 총리로서 권한을 행사합니다. 대통령은 단임이지만 총리는 임기가 없어요. 이 대표의 인생행로를 보면 내각제는 쉽게 물리치기 힘든 새로운 카드일 수 있습니다.”

Q : 그렇게 되면 여야 모두에서 야합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등 반발에 직면할 것 같습니다.

A : “오로지 개인적 안위와 정치적 이익을 위한 야합은 대의에 반하고 역사적 단죄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한계에 다다른 대통령제를 내각책임제로 바꾸는 결단은 헌정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으로 평가받을 겁니다. 국가 발전과 국민 통합의 저해 요인인 대통령 직선제를 내각제로 바꾸는 협력이라면 대의명분을 가질 수 있습니다.”


“경제, 사회, 문화 전반 총체적인 위기 징후”


1987년 6월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의사를 밝힌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의 발언을 보도한 중앙일보를 시민들이 읽고 있다.

Q :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권력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집니다.

A : “정치 체제는 국민과 경제와 기업을 이끌어가는 기관차입니다. 정치란 게 한두 번쯤은 타력(惰力, 관성의 힘)으로 갈 수 있어요. 그러나 이제 정치가 선진화하지 않고서는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총체적인 위기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국가 전체에 슬로다운이 오고, 국론은 분열돼서 도저히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지경에 내몰리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Q : 윤 대통령이나 이 대표가 중앙 정치에 몸담은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습니다. 과거 3김(金) 정치와 같은 발상의 대전환이 쉬울까요?

A : “나라에 운(運)이 있으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두 사람 정도의 지위에 오르면 많은 보고서가 올라오게 됩니다. 이런저런 의견과 조언을 들을 기회는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Q : 내각제 하면 아직도 고개를 갸웃하는 게 한국 일각의 정서 같습니다만.

A : “1961년 짧았던 내각제의 역사가 참혹하게 막을 내린 기억이 많은 국민의 머릿속에 남아 있어서 그래요. 여기에 대통령제가 시행되던 시기 알게 모르게 내각제에 대한 역(逆)홍보가 전개된 탓도 있다고 봅니다. 정치인들이 내각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준 것이지요. 집안에 어른이 있듯이 나라에는 대통령이 있어야 한다는 부류의 뿌리 깊은 유교 문화, 왕조 문화 의식이 작용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Q : 그런데도 국민이 받아들일 것이라 기대하는군요?

A : “대한민국 국민만큼 새로운 제도에 익숙하게 적응하는 국민도 없다고 봅니다. 내각제 초반에는 경과적인 불편함이 생길 수 있겠죠. 그러나 지금 대화하고 타협하지 않고서는 나라가 제대로 설 수 없지 않나요? 대한민국 정도의 위상과 역량을 가진 선진국이라면 어떤 사안이든 어느 일방만이 옳고 다른 쪽은 틀렸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일이 많은 법입니다. 저는 우리 국민의 적응능력을 고려할 때 내각제도 충분히 시행할 여건은 성숙했다고 봅니다. 제가 어떤 글을 쓰든 간에 우리 역사의 흐름은 항상 바른길로 가더군요.”

Q : 대통령제에 대해 사망선고를 하자면 ‘심(心)정지’ 상태임을 입증해야 하지 않을까요?

A : “단 한 번의 선거로 모든 권력을 독식하는 대통령 직선제는 ‘모 아니면 도(all or nothing)’입니다.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이 모든 것을 건 사생결단 승부에 나섭니다. 선거에서는 허위와 중상모략, 흑색선전이 판을 치고, 정치도 ‘너 죽고 나 살자’는 막가파식 난장판이 되는 거죠. 대선 후가 더 문제입니다. 패배한 야당은 선거 다음 날부터 대통령과 정부 정책을 사사건건 반대하며 정권 흔들기에 몰입합니다. 나라는 두 동강 난 상태에서 다음 대선까지 5년 내내 총체적 흥분 상태가 지속합니다. 여소야대라도 되면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레임덕에 빠집니다. 자기편 대통령은 제왕으로 받들고, 반대편 대통령은 기를 쓰고 반대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아무런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겁니다. 대선을 거듭할수록 국민과 국론은 분열을 거듭할 뿐입니다. 이는 국민의힘에도, 더불어민주당에도 결코 득 될 게 없는 환경입니다. 대통령제는 더 이상 효율적인 제도가 아닙니다. 국가의 바람직한 미래를 위한 대안으로서 의원내각제를 심사숙고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도래한 것입니다.”


“박 전 대통령 역사적 평가는 시간 갖고 봐야”


2013년 7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 세종실 국무회의장에 입장하는 허태열(왼쪽) 대통령 비서실장.

Q : 언제부터 그런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보나요?

A : “사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계속 그랬습니다. 노태우 대통령 이후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혹독한 대통령 직선제라는 ‘선거 터널’을 거치며 권위는 망가지고 신뢰는 추락했습니다. 임기 내내 만성적 정쟁에 시달렸죠. 숨 고를 틈도 없이 총선, 지방선거가 밀어닥치고, 여야의 잠룡들은 차기를 향한 마이웨이 정치에 나섭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대통령이 국정의 중심을 잡고, 중장기 계획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 어렵습니다. 직선제로 선출된 대통령들은 퇴임 후에도 정치 보복성 수사와 재판까지 걱정해야 하는 판입니다. 어떨 땐 직선제 이전의 1972~87년 대통령 간선제가 국가 발전에 핵심적인 공을 세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Q : 대통령 직선제의 문제점을 부각하느라 정권교체라는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한 대통령 간선제마저 옹호되는 건 아이러니한 접근 아닐까요?

A : “당시 국민적 단결, 단합은 시대의 가장 큰 소명이었어요. 전두환 정부 이전에는 민생은 형편이 없었습니다. 다 못살고 힘들었죠. 가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일념이 그 어떤 가치보다 높게 설정됐고, 그때는 국민 입장에서도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일관된 방향으로 국정을 이끌어야 하는 시절에 선거를 자주 치르다 보면 소신을 갖고 일하기 어렵고, 여론에 영합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요? 정권이 민주주의를 제압해도 그걸 따라주는 국민이 존재했던 시절입니다. 지금 그런 일을 한다면 누가 용납할까요. 그때와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는 걸 거듭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대한민국은 세계 5위권 선진 강국으로 발돋움할 여건과 잠재력을 모두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 제도로는 어림도 없어요.”
허 전 실장은 저서에서 “이렇게 평가하면 박정희·전두환 숭배자, 독재 찬미자, 반(反)민주 분자로 비칠 수도 있다”고 전제했다. 또 “필자도 당연히 대통령 간선제로 되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제가 유지되는 한 직선제는 당연하고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다만 “1987년까지 헌정사 39년간의 성공의 세월을 돌이켜보면 초기의 직선제보다 나중의 간선제가 국가 발전에 더 크게 기여한 측면이 있다는 소견일 뿐”이라고 간선제의 효용성을 부각했다.

Q :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직선제로 선출됐습니다.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근무했던 박근혜 정부는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요?

A : “그에 대해서는 자제하겠습니다. 제가 어떤 말을 하든 그건 제 주관에 불과하고. 또 그 뜻이 100% 온전히 전달되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시간을 갖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Q : 윤 대통령이 국정 장악력을 회복하는 데 조언을 준다면?

A : “정치로 인해 나라 발전이 정체 내지 퇴보되면 안 됩니다. 어쨌든 야당과 협치하는 방안을 찾아야겠지요. 또 대통령과 국민의힘 사이에 간극이 생기면 양쪽 다 힘이 빠지게 마련입니다. 여당과도 대화의 통로를 넓히고 공감대를 확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대통령께서는 욱하는 마음으로 사안을 대하지 않도록 성찰을 했으면 합니다. 과거에는 대통령이 한마디 하면 알아서 뜻을 헤아려 움직이곤 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한 수 봐 주던 문화가 싹 사라졌지요. 대통령의 말 하나, 행동 하나가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국정에 임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 독립기념관장 인사를 놓고 논란이 분분합니다.

A : “대통령이 모든 자리의 적임자를 숙고할 시간이 있나요? 대통령이라고 해서 우리와 달리 월등하다고만 생각하는 데서 오류가 빚어져요. 독립기념관장같이 아주 핵심 요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인사에서 보통 이레귤러 바운드(irregular bound, 불규칙 바운드)가 생겨납니다. 대통령은 주변에서 추천하는 인사를 속속들이 알 수 없어요. 그렇게 잘 모르는 상태에서 민정수석실 같은 곳에 인사안을 건네기도 해요. 민정에서 그걸 대통령의 뜻이라 여겨 거기에 맞춰 검정해 버리면 구멍이 생기는 겁니다. 이런 논란은 어떤 정부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죠.”


“대통령이 우리보다 월등하다고 생각하면 오류”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정치권이든, 정부든 현장에서 뛰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국가 운용 시스템을 테마로 하는 글을 썼다”고 말했다.

Q : 저서를 보면 아주 세세한 정책 제안도 눈에 들어옵니다.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오픈 카지노’, ‘농촌 뉴타운 사업’, ‘초·중등생 수업 전 달리기 운동‘ ’기업의 꿈 사다리 학당‘같은 구체적 아이디어를 많이 담았더군요.

A : “큰 힘 들이지 않고서도 당장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정리해봤어요. 농어촌 뉴타운 사업은 농림부장관,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말 숙독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원래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했으나 문재인 정부 당시 실종되다시피 한 사업이죠. 또 서비스산업 진흥과 고용창출 차원의 오픈 카지노 설립 제안도 문체부 장관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학생들이 아침에 달리기 운동을 하면 건강 향상은 물론이고 면학 분위기 조성에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교육부 장관의 관심과 각 학교의 의지가 따라준다면 언제든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죠. 또 ‘꿈 사다리학당‘은 교육 격차 해소와 사교육비 절감 차원에서 기업이 형편이 어려운 지자체에 학당을 개설하고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교육부, 산자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살펴봐 줬으면 합니다.”

Q : 이 책을 읽어야 할 독자 스펙트럼이 아주 광범위하군요.

A : “자서전, 회고록은 제대로 읽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지요. 평생 나라에서 녹을 먹은 입장에서 정치권이든, 정부든 현장에서 뛰는 이들에게 나름의 도움을 주고자 국가 운용 시스템을 테마로 하는 글을 썼습니다. 제 내면의 의사를 독자들에게 100% 전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최대한 읽는 분의 입장에서 쉽게 와 닿도록 기록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좀 딱딱하더라도 논리정연하고 간결하게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 글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 사진 김상선 기자 kim.sang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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