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임대주택 사업 허용 추진되지만…시장 반응은 '뜨뜻미지근'(종합)

황현욱 2024. 8. 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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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부수업무로 장기임대 허가하기로
업계 "수익성 없고 민원 많은데" 난색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독려
개혁회의 통해 문제 근본적 해결 약속
28일 오전 김병환(가운데) 금융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보험개발원서 열린 보험업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보험사가 주택임대사업에 직접 나설 수 있는 규제 개선이 추진된다. 다만 보험업계에서는 아직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실제로 사업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시행된 후 이어지고 있는 실적 부풀리기 논란에 대해서는 경계의 목소리를 내며 손질을 예고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보험개발원에서 열린 금융위원장 금융권 릴레이 간담회에서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보험업권의 신뢰회복과 국민경제 기여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 이승우 한국화재보험협회 부이사장, 허창언 보험개발원장, 10개 보험사 CEO들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보험업권은 다른 금융업과 달리 상부상조 정신에 기초한 신뢰의 산업"이라며 "보험산업이 다른 금융업보다 훨씬 긴 자산운용 시계를 가진 만큼 정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임대주택에 대한 투자처럼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하면서도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달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업권은 국민이 힘들 때 도움이 되는 산업이 돼야 하고, 그래 야만 상생의 보험산업이 영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8일 오전 김병환(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금융위원장과 보험협회, 10개 보험사 최고경영자들이 서울 여의도 보험개발원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보험사들은 그간 보험산업이 정체되면서 새로운 먹거리로 부수 업무 허용을 금융당국에 요청해왔다. 그러나 이번 간담회 때 거론된 '주택임대사업'은 보험사가 당국에 직접 요청한 건이 아닐뿐 아니라 사실상 실익이 없다는 게 보험업계 입장이다.

보험사들은 현재 시행사에게 대출을 해주는 형태로 간접적으로 사업에 참여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가 주택임대사업에 직접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부수 업무를 허용하는 안을 발표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주택임대사업은 실익이 없는 사업"이라며 "민원성이 많은 사업일 뿐만 아니라 고수익을 추구할 수 없어 선뜻 참여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사들의 이익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단지 회계상의 착시효과"라며 "보험업계의 영업환경은 변하지 않았는데, 고통을 분담하라는 식의 상생 강요는 부담스럽다"고 불평했다.

실제로 보험사들의 실적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다만 역대급 실적 속에는 IFRS17 도입을 둘러싼 부풀리기 의혹도 자리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점을 인지해 회계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고, 올해 말 결산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IFRS17는 보험사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회계제도다. 수익성 지표로 계약서비스마진(CSM)을 쓰고 있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CSM을 산출할 때 손해율 등을 계리적 가정치를 낙관적으로 적용해 미래 이익을 앞으로 끌어올 수 있다. 이 때문에 만성 적자 상품이 있어도, 향후 갱신 보험료 인상분을 크게 잡아 계산하면 보험 부채가 감소해 실적이 개선되는 방식이다.

김 위원장도 "보험산업은 장기 산업이자 리스크를 관리하는 산업이지만, 지난해 IFRS17 도입을 기회로 오히려 단기성과 상품의 출혈 경쟁을 펼친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이에 IFRS17 관련 개선 과제의 경우 10월까지 검토를 마무리하고 같은 달 보험개혁회의에 상정해 올해 말 결산부터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 보험업권에서도 이에 대한 준비를 같이 해 나가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내놓은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참여도 독려했다. 김 위원장은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한시적으로 그 유용성을 테스트하는 좋은 기회를 부여받은 만큼,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부터 보험료 체계 등 현황을 전면 재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라고 보험업계의 전향적인 협조를 부탁했다.

현재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로 가입 가능한 보험은 ▲자동차보험 ▲해외여행보험 ▲펫보험 ▲용종보험 ▲저축보험이다. 보험사별로 참여율도 저조할 뿐만 아니라, 수수료 문제가 있어 흥행이 저조하다는 평이다.

다만 법인보험대리점(GA)을 겨냥해 "GA에 금융사 수준의 책임을 부여하는 보험판매전문회사 제도와 보험회사의 판매채널 관리책임 부여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도 말해 보험사와 GA간의 형평성을 맞춰나가겠단 목소리도 냈다.

김 위원장은 10월 25일부터 시행되는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청구 전산화에 대한 연착륙도 당부했다. 그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이뤄낸 국민과의 약속이므로 초기 인프라 비용 및 의료계와의 협조 등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4000만명 보험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게 우선"이라며 "시행기간이 정해진 만큼, 직접 챙길 예정인만큼 보험사 CEO들도 준비에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이에 허 원장도 "실손보험 청구 전산시스템의 차질없는 시행을 위해 보험개발원에서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며 "성공적인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진행될 수 있도록 업계와 의료계에 지속적인 협조와 지원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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