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 패럴림픽 3관왕 조기성, 8년 만의 메달 향해
2016 리우 패럴림픽 수영 3관왕 조기성(28)이 8년 만에 다시 메달을 향한 헤엄을 시작한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막바지 적응 훈련을 하고 있는 조기성은 27일(현지시간) "리우나 도쿄 때는 메달에 대한 욕심이 너무 강했다”면서 "이제는 조금 내려놓은 것 같다. ‘메달을 못 따도 뭐 어때’ 라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준비한 것을 믿고 있다"고 했다.
조기성은 13살 때 재활 치료를 위해 수영을 시작했다. 뇌병변 장애로 매사 자신감이 떨어지고 소극적인 성격이었는데 수영을 하면서 바뀌었다. 자신감이 생겼고, 성격도 밝아졌다. 조기성은 “무엇보다 장애에 대한 질문에 유연해진 내 모습을 발견했다”고 했다.
스무 살에 참가한 리우패럴림픽은 자신감을 더 심어줬다. 자유형 50m, 100m, 200m 종목을 휩쓸었다. 하지만 이후 점점 성적이 나지 않았다. 도쿄패럴림픽은 평영 종목으로 참가했다. 결과는 6위. 하지만 좌절하지는 않았다. 지난해 열린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 평영 50m(SB3등급)에서 1위를 기록했다. 8년 만의 세계선수권 우승이었다. 조기성은 “수영은 멀어지는 듯하다가도 가까워지는 친구 같다”고 했다.
조기성은 30일 새벽 2시 9분(한국시간) 평영 50m 결선을 치른다. 참가 선수가 8명뿐이어서 예선 없이 곧바로 결선을 한다. 조기성은 "크게 문제될 것 같지는 않다. 단판 승부여서 오히려 더 좋게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리우 이후 메달이 없어서 부담감이 있기도 했는데 배형근 감독님이 ‘우리는 우리 것을 하면 된다’고 말씀해 주셔서 힘을 많이 얻었다”면서 “다른 대회에 비해 수심(2.1m)이 얕고 물이 따뜻하다고 하는데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현지 사전 캠프가 세심하고 체계적이었는데 스포츠 과학 지원이라던가, 회복을 위한 지원이 좋았다. 더 빨리 현지에 적응할 수 있었고 자신감도 얻게 됐다”고 했다.
5년여간 곁을 지켜준 이금진 심리 상담가도 함께한다. 조기성은 “이제 선생님은 내 눈빛만 봐도 내가 어떤 감정인지 아신다. 선생님이 함께하니까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면이 있다”고 했다. 배형근 감독은 “연맹과 장애인체육회의 협조로 이금진 선생님이 현장에서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경기장이 체육관 안에 조립식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관중이 많이 들어온다. 조기성은 관중이 많은 것도 즐기는 선수이기 때문에 그 점은 유리할 것 같다”고 했다.
조기성은 리우 때는 먼 거리 탓에, 도쿄 때는 코로나19 탓에 가족이 현장에 오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엔 아버지와 누나가 경기장을 찾는다. 조기성은 “현장에서 가족 응원을 처음 받게 돼 살짝 걱정은 되지만 국가대표로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은 조원상(31·수원시장애인체육회), 이인국(29·안산시장애인체육회), 강정은(24·대구달서구청) 등 4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조원상은 “런던 때부터 4번째 패럴림픽인데, 이제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면서도 “패럴림픽은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무조건 1등이 되지는 않는다. 메달은 신이 준다고 생각한다”며 입상 각오를 밝혔다. 패럴림픽 3번째 출전인 강정은은 “며칠 전에 감기에 걸렸는데 결승 진출을 목표로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수영 대표팀은 두 달 전부터 라데팡스 아레나 근처 숙소를 예약해 선수들이 대회 기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했다. 오전 예선전을 치른 뒤 숙소에서 쉬면서 오후 결승전을 기다리는 식이 된다. 배형근 감독은 “차근차근 잘 준비했다.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지금부터는 신의 영역”이라고 밝혔다.
파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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