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여 년 동안 증조할아버지 정한용 의병장의 독립유공자 포상 신청을 위해 온 가족이 생업도 팽개치고 그 증거자료를 모으는 일에 매달려 왔습니다. 만석꾼이던 증조할아버지는 전 재산을 의병 항쟁에 쏟으셨으며 진주의병의 본주의소(本州義所)를 진두지휘하던 분이셨습니다. 그러나 여러 우여곡절로 증조할아버지의 포상 신청이 벽에 부딪혀 있던 참에 국립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의 도움으로 각종 증거자료를 심도 있게 갖춰 이번에 포상 신청을 새로 하게 되어 기쁩니다. 증조할아버지의 독립유공자 포상이 하루빨리 결정되어 저희 유족의 한을 풀어주심으로써 아직도 포상 신청의 길이 막혀있는 의병 후손들에게도 큰 희망이 길이 열리길 간절히 빕니다."
27일 낮 2시, 광복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계기, 광복회ㆍ국립인천대학교 공동주최 '독립유공자 발굴 포상신청 설명회 및 학술발표회'에서 독립유공자 350명 포상신청자 가운데 유족 대표 중 한 사람인 정한용 의병장 증손녀 정현경 씨가 한 말이다.
어제 행사는 독립유공자 후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광복회(회장 이종찬)와 국립인천대학교(총장 박종태)가 공동 주최했으며 유민 광복회 학술원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제1부 기념식 및 설명회 제2부 학술발표회까지 4시 반까지 이어졌다.
환영사에서 김진 광복회 수석부회장은 "지금 대한민국은 역사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 나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의 얼굴을 뵐 면목이 없는 지경으로 매우 안타깝고 개탄스럽다. 올해 광복회는 학술원을 개원하여 독립운동 관련 학술연구와 발굴 사업을 활발히 벌여나가고 있고, 대한민국 정체성의 근간인 독립유공자 발굴, 포상신청 사업은 매우 중요하고 절실하기에 앞으로 관련 사업이 더욱 활성화되도록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립인천대학교 박종태 총장의 격려사가 있었는데 박 총장은 "독립운동 관련 연구와 독립유공자 발굴, 포상신청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지난해 광복회와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그동안 독립유공자를 발굴하여 포상신청한 인원이 5천 명을 넘는데 이는 본교 독립운동사연구소장 이하 연구원들이 밤낮으로 노력한 결실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광복회와 미서훈 독립유공자 발굴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의 축사를 맡은 (사)독립운동가최재형기념사업회 문영숙 이사장은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모인 광복회가 독립유공자 발굴 및 포상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국립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와 함께 미서훈 독립유공자 포상신청에 힘을 모으고 있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한 가지 바람은 국내에서 활동하다 순국하신 독립유공자뿐만 아니라 을사늑약 이후 만주나 간도, 연해주로 망명해서 의병활동이나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도 미서훈자 발굴 범위에 꼭 넣어 주었으면 한다. 지역 특성상 유족이 자체적으로 포상 신청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어려운 여건 아래에서도 우리말과 문화를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고 있는 미서훈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독립유공자 후손임을 국가가 하루 속히 밝혀주었으면 한다"라는 염원을 담은 축사를 하여 참석자들의 큰 손뼉을 받았다.
이어 독립유공자 발굴, 포상신청 설명회에서 국립인천대 인천학연구원 독립운동사연구소 이태룡 소장은 "이번에 발굴하여 포상을 신청한 독립유공자는 전남 출신 169명, 북한지역 출신 128명, 해외이민자 36명 등 350명이다. 특히 1895년 10월 8일 왕비가 일본 군경과 자객에 의해 참살되고, 국왕마저 일제와 그들 앞잡이 손에 목숨이 위태롭게 되자 그해 11월 27일(음력 10월 11일) 의병을 일으켜서 궁중의 일제 앞잡이들을 처단하고, 국왕을 미국공사관으로 피신시키려던 이른바 춘생문 의거 가담자 30여 명 가운데 의거를 주도한 임최수(林最洙)ㆍ이도철(李道澈)ㆍ남만리(南萬里) 등 7명은 일제 앞잡이들에 의해 교수형, 종신유배형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울러 1933년 9월 정읍소학교, 정읍보통학교, 정읍농업학교 학생들의 '일장기 절단사건' 관련하여 옥고를 겪은 김한섭(金漢燮), 박성무(朴性茂) 등 7명도 아직도 포상되지 않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포상신청을 위해 일본외무성 기록 등 난해한 문서를 해독하며 미서훈자를 발굴에 힘쓴 신혜란 박사와 공립협회 <대한인국민회중앙총회 의연록>, <신한민보> 등을 통하여 미국ㆍ멕시코ㆍ쿠바 이민 독립유공자를 발굴한 이윤옥 박사의 힘도 컸다"라고 했다.
▲ 축하떡 컷팅식 광복회와 국립인천대가 지난해 업무협약을 맺은 이후 이번 행사가 첫 공동 행사라 이를 축하하기 위한 축하떡 컷팅식을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내외빈이 함께했다. 떡제공 '루나 아뜰리에 케이크'
ⓒ 광복회
이로써 국립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가 2019년부터 12차례 국가보훈부에 포상을 신청한 독립유공자는 모두 5035명이다. 한편 이날 제2부 학술발표회에서는 '독립유공자 발굴과 대한민국 정체성'이란 주제로 전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김용달 소장의 특강이 있었다.
김 소장은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이 곧 독립정신이다. 더 나아가 헌법정신의 구현이 바로 독립유공자 포상 작업이지만 그동안 독립유공자 포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무엇보다도 독립유공자 포상 확대의 큰 애로점은 거증자료 확보다. 정부는 물론 각 지자체, 국공립 및 민간연구기관이 서로 협력하여 전국적인 독립운동 사료 발굴을 통한 독립유공자 포상 확대 사업에 진력을 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이태룡 소장 진주의병장으로 활약한 정한용 의병장의 포상신청서를 들고 설명하는 이태룡 소장
ⓒ 이윤옥
한편, 이번에 포상 신청한 유족 가운데 행사에 참석한 대한광복단기념사업회 정윤선 회장, '춘생문의거'를 주도한 남만리 지사 증손녀 남화인씨, 진주의병장 정한용 지사 증손녀 정현경씨 등은 모두 한목소리로 "독립운동가 후손으로서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이 곧 독립정신이라는 김용달 소장의 특강을 들으며 '헌법정신'이 훼손되어 가고 있는 작금의 대한민국이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