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깜빡 누락한 생기부, 학교는 "미안하지만 못 고쳐"

장재완 2024. 8. 2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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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 취재] 대전외고, 학생 특기사항 기록 일부 누락... 학교 "규정상 추가 기록은 불가능" - 학생 측은 '억울'

[장재완 기자]

 대전외국어고등학교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대전외고
교과 담당 교사가 학생의 생활기록부 기록을 깜빡하고 누락시켜 대입을 앞둔 고3 학생이 피해를 보게 될 상황에 놓였다. 학교 측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도 '원칙상 생활기록부 추가 기록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대전외국어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A학생은 지난 8월 초, 곧 있을 수시입학 전형을 앞두고 자신의 생활기록부를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2학년 영어심화독해 과목, '교과 학습 발달 상황-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의 기록 일부가 기재돼 있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A학생의 부모 B씨가 설명한 경과는 이렇다. A학생은 올해 2월 15일께 생활기록부 기록 일부 누락 사실을 알게 됐다. 학년을 마감하면서 각 교과 담당 교사들이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데, 최종 마감에 앞서 교차확인 등을 한다는 것.

그런데 한 다른 교과 담담 교사가 A학생에게 '너의 영어심화독해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 기록이 일부 빠진 것 같으니 확인해보라'고 말해줬다고 한다. 이에 A학생은 이 교과목 담당 교사인 C교사에게 말했고, C교사는 '실수로 깜빡했다'는 취지로 답변하면서 '써 넣겠다'고 했다고 한다.

대전외고 영어심화독해 교과는 일주일에 3시간을 수업하는데, 2시간을 담당하는 교사 1인과 1시간을 담당하는 교사 1인 등 2명의 교사가 수업을 진행한다. A학생의 영어심화독해 생활기록부 중 2시간을 담당한 교사는 전체 1500바이트 중 1000바이트를 기록했다. 그런데 나머지 500바이트를 기록해야 할 C교사가 이를 누락한 것.

대전외고는 최대 1500바이트까지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을 가득 채우는 것을 권장하고 있어 A학생의 기록만 짧게 기록됐고, 실제 수행했던 수업 및 평가 등의 기록이 일부 누락됐다.

지난 2월 C교사에게 누락된 부분 추가를 요청해놨으니 기록됐을 것으로 알고 있던 A학생은 8월에도 아직 기록이 누락된 것을 알고, 즉시 담당교사와 학교에 추가 기록을 요구했다. 그런데 학교 측은 '기록기간이 끝난 전년도 생활기록부의 추가기록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부모 B씨는 교육부와 교육청 등에 민원을 제기했고, 학교 측은 교육청에 후속 조치 절차 등을 문의한 뒤, 규정에 따라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다. 이 위원회는 교장, 교감, 6개 교과대표 교사 등 8인으로 구성돼 있는데, 논의 결과 '추가 기록 불가' 결론을 내렸다.

학교 측은 규정상 학생기록부 정정은 오탈자나 출결 누락 등 객관적 자료에 의해 이미 기록된 내용을 정정하는 것만 가능하다면서 A학생의 경우, 없는 기록을 새롭게 추가 기재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이는 규정상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C교사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 A학생에 대한 기록을 엑셀에 적어놨는데, 이를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 NEIS)에 업로드하는 것을 깜빡하고 하지 않았다는 것. 그는 이런 과정을 서술한 경위서와 엑셀 기록 등을 학업성적관리위원회에 제출했지만, 위원회는 지침에 따른 원칙상 '기록 삽입'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학부모 "잘못은 학교가 했는데 학생만 피해... 이게 공정인가"
 생활기록부 자료 정정 규정.
ⓒ 교육부
A학생과 부모 B씨는 "잘못은 학교가 했는데, 왜 학생이 피해를 받아야 하느냐"면서 억울해 하고 있다.

B씨는 '객관적 자료가 없어서 정정 불가'라는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교사가 기록해 놓은 엑셀 기록도 있고, 수업을 듣고 수행평가를 수행한 기록 등이 다 있는데도 객관적 자료가 없다는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학교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그는 또 "교사의 기록 누락도 실수이고, 3차에 걸친 교차 확인과정에서도 발견하지 못한 것도 다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도 "그러나 공정성을 위해 추가 기록을 할 수 없도록 한 규정으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는 불공정은 묵살해도 된다는 것이냐. 도대체 뭐가 공정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대학 진학을 위해 지금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교사의 실수로 학생이 피해를 봐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억울하고 분한 일"이라며 "특히 대전외고 학생 대부분은 생활기록부로 대학 진학을 한다. 그런데 이렇게 허술하고 엉터리로 생활기록부 기록·관리를 하는 것을 어떻게 학생과 학부모가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B씨는 현재 학생기록부 최종 마감이 8월 말인 만큼, 다시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어 이 사안을 논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 "억울한 학생과 학부모 심정 통감... 그러나 원칙 지킬 수밖에"

이같은 주장에 대해 학교 측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면서도 원칙상 기록 추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학교 D교장은 2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생활기록부는 전년도가 지나가면 원칙적으로 정정이 불가하다. 만일 그것이 가능하다면 엄청난 민원이 있을 수 있고, 큰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 "다만,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어 오탈자나 출결사항, 봉사활동 실적 등 객관적 자료에 의해 증빙이 가능한 사항 등 최소한의 정정만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그러나 교사가 학생을 관찰한 내용이나 평가 등을 정정할 수는 없다. 특히, 없는 내용을 삽입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며 "A학생의 경우, 교사의 실수인 것을 확인했고, 본인(교사)도 인정한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원칙에 따라 추가적 기록 삽입은 불가능한 것으로 위원회에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장은 특히 C교사가 작성한 엑셀자료에 대해 "그럴 리야 없지만 엑셀은 얼마든지 수정이나 조작이 가능한 자료이기 때문에 객관적 자료라고 할 수 없다"면서 "위원회 위원님들도 안타까운 상황임을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원칙을 지킬 수밖에 없어 그렇게 결론 내렸다"고 덧붙였다.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다시 열어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새로운 객관적 자료가 제출된다거나 하면 다시 열 수도 있지만 현재까지 그런 자료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어 다시 열 계획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D교장은 "학생과 그 부모에게 도의적으로 정말 죄송한 마음이다. 수차례 사과의 말씀도 드렸다. 그렇다고 해서 규정을 벗어나서 생활기록부를 수정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다만, 이러한 마음을 담아서 남은 기간 그 학생에게 특별히 상담과 자료제공 등을 통해 대학입시에 도움을 주려고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도 "관련 내용을 민원을 통해 알게 됐고, 학교에 수차례 나가서 내용을 모두 검토했다"며 "안타깝지만 학교가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어 결정한 결론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대전외고는 이번 문제를 일으킨 교사 C씨에게 '주의' 징계 조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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