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호위무사' 프레임 벗는 혁신회의…갈라진 원내∙외 불협화음
더불어민주당 친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혁신회의)가 원내·외를 분리하며 조직 정비에 나선 가운데 원내와 원외 조직 간의 불협화음이 감지되는 등 진통도 예상된다.
혁신회의에 소속된 41명의 현역 의원들은 ‘미래정당혁신연구회’라는 의원연구단체를 만들어 개별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26일 국회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지도부를 구성했다. 대표를 맡은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의 당원이 500만명으로 급증하면서 민주당과 한국 정당에 대해 엘리트 중심의 운영이라는 비판과 함께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이를 어떻게 조화시킬지 고민할 때”라며 모임의 취지를 설명했다. 연구회 측은 당원중심정당을 비롯한 정당 혁신 등을 다루는 연구단체로서의 성격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날 비공개회의에선 ‘이재명’ 석 자도 언급되자 않았다고 한다. 혁신회의를 바라보는 ‘친명 호위무사’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원외 그룹 쪽은 강위원 혁신회의 상임대표가 전격적인 사퇴를 표명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강 대표는 21일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사퇴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이재명 2기 지도부를 맞아 조직의 기조를 전환하고, 본인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겠다는 취지로 이같이 알렸다”고 전했다.
그동안 혁신회의를 이끌어온 강 대표의 사퇴인만큼 내부 충격도 적잖았다고 한다. 일부 인사들이 “무책임하다”며 재고를 요청했지만, 강 대표는 9월 21일 열릴 총회에서 이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오는 29일에는 최근 혁신회의를 둘러싼 상황을 놓고 의견을 모으기 위한 상임위원 회의도 열 계획이다.
원외 그룹은 ‘비전, 정책 혁신 그룹’으로 나아가겠다는 구상을 내걸고 있지만 사실상 2026년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국에 마련된 네트워크를 발판 삼아 공천받기를 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혁신회의 소속 원외 인사는 “특히 상임위원들은 지방선거에서 선출직 한 자리라도 얻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혁신회의는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를 지내던 2020년 경기도 농수산진흥원장을 지낸 강 대표가 지난해 6월 설립한 모임이다. 22대 총선에 임원급인 상임위원 70여명이 출마해 31명이 당선되면서 민주당 내 최대 계파가 됐다. 현재는 전국에서 1100명의 상임위원이 활동 중이다. 하지만 강 대표가 8·18 전당대회에서 광주시당위원장에 출마했다가 낙선하고, 이재명 2기 지도부 출범을 전후해 ‘이재명 호위무사’ 프레임에 부담을 느낀 의원들이 원외 조직과의 거리를 두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앙일보 8월 23일 자 8면)
원내외 조직이 분리되면서 양측의 신경전도 불거지고 있다.
원외그룹 측 한 핵심인사는 통화에서 “혁신회의를 발판 삼아 당선된 원내 그룹이 이제 와서 혁신회의를 해체 대상으로 모는 것은 어이가 없다”고 직격했다. 26일 원내 그룹이 주도해 미래정당혁신연구회를 창립한 것에 대해서도 심리적 결별 선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혁신회의의 한 현역 의원은 “(원외 인사들로부터) ‘굳이 조직을 분리한다고 공식적으로 말해야 하느냐’며 항의성 메시지가 쏟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원내 진입한 인사들이 국회 안에서 친명 조직을 자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민주당의 정당 혁신 의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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