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갤럭시 휴대전화를 해외 직구로 구매했을까?
[김상화 기자]
▲ 삼성의 보급형 휴대전화 '갤럭시 A15' |
ⓒ 김상화 |
그런데 조금 다른 경로를 통해 새 휴대전화를 구매해봤다. 해외 직구로 갤럭시를 구입한 것이다. 지난주 인터넷을 통해 배송 받은 제품은 다름 아닌 삼성의 보급형 라인업인 갤럭시 A 시리즈 중 가장 저렴한 '갤럭시 A15'였다. 공식 홈페이지 또는 오픈마켓 등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제품인데다 고급 기종도 아닌데 굳이 해외판을 샀을까?
여기엔 몇 가지 고려 사항이 존재했다. 이미 갤럭시탭 S9으로 삼성이 자랑하는 '갤럭시 AI'를 사용 중인 입장에서 나로선 굳이 휴대전화까지 이 기능을 쓸 이유가 없었다. 또한 게임 같은 고사양 성능이 필수적인 사용 형태도 아니기에 인터넷, 메신저, 교통카드, 동영상 재생 정도의 간단한 용도만 필요했다. 더 큰 이유는 국내판에 비해 해외판 갤럭시의 가격이 더 저렴하면서 동일 모델 대비 고사양 제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 갤럭시 A15 중동판. 국내 판매 버전과 다르게 듀얼 유심을 지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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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품의 구성이 조금 다르다. 한국판에는 없는 듀얼 유심을 채택했고 램은 8GB, 저장공간은 256GB로 더 많은 용량을 탑재했다. 게다가 실구매 가격은 150달러 미만(지난 8월 18일 자 환율로는 20만 원 미만)으로 국내 오픈마켓 판매가 27만 원대보다 더 저렴하다(주 : 해외에선 램 4/6/8GB, 저장 용량은 128/256GB로 세분화되어 판매 중이다).
대략 7~8만 원 더 싼 금액으로 고사양 모델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과감히 중동판 갤럭시 직구를 시도했던 가장 큰 이유였다. 이 정도라면 해외판 갤럭시의 경우 국내판과 달리 1년 AS만 지원하고 삼성 케어 플러스 가입도 불가능하다는 약점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앱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점은 국내판 6GB 램보다 2GB 더 추가된 데 힘 입어 IT 전문 리뷰어들로 부터 기존 A15의 단점으로 지적받은 느린 반응 속도 및 성능을 상당 부분 만회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S시리즈만큼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비교적 무난한 성능을 체감할 수 있었다. 기존 갤럭시 A10~20번대의 램 4GB짜리 저사양 제품과 비교하면 일취월장한 기량(?)을 과시하는 셈이었다.
▲ 삼성 월렛(페이) 실행화면. 해외버전인 탓에 한국에서 사용되는 MST 기반 결제는 지원하지 않으며 국내 신용카드 또한 등록이 불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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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상대적으로 더 저럼한 가격에 고사양 모델을 구입할 수 있다는 해외판 구매의 장점이 삼성 페이로 편리하게 결제해온 사용자 입장에선 이 부분에선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네이버페이/페이코/카카오페이/SSG페이 등 QR 코드 또는 바코드 기반 간편 결제 서비스는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요즘 처럼 키오스크 기기 보급이 늘어나고 대형 마트 및 편의점에선 간편결제를 활용하면 MST 결제 미지원 문제는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다.
▲ 모바일 티머니 실행 화면. 기본적인 티머니는 지원하지 않지만 앱에 함께 포함된 기후동행카드는 정상적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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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판 갤럭시의 모바일 티머니 미지원으로 인해 기후동행카드를 못 쓸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다르게 신규 충전이 가능했고 서울 시내 버스 및 지하철 단말기에서도 NFC 기능을 이용해 정상적으로 태그가 이뤄졌다. 따라서 서울시내 교통 수단을 주로 탑승하는 이용자라면 해외판 갤럭시로도 충분히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모바일 티머니를 사용할 수 없더라도 HCE (Host Card Emulation) 기반의 다른 모바일 교통카드(철도공사의 '레일플러스', 기타 신용카드 업체 앱에서 지원하는 각종 교통카드 서비스)는 샤오미 등 외산폰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 삼성 캘린더 앱. 중동판이다 보니 무슬림 관련 설정이 담겨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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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녹음은 국가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 중동판에는 이 기능이 없지만 동남아, 인도 등 타 국가 버전에선 지원되기도 한다. (이 부분은 SKT 가입자의 경우 'T전화' 서비스로 대체가 가능하다)
달력도 약간 다르다. 중동 판매 버전인 탓에 삼성 고유의 캘린더 앱에선 중동 지역 특유의 날짜 설정이 기본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토요일이 빨간색 표시, 라마단 기간 표기 등 낯선 설정 값을 목격할 수 있다. 삭제 후 재설치하더라도 중동 지역에 대한 기본값이 기기에 선탑재된 탓에 이 부분의 조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신 네이버 캘린더 등 대체할 수 있는 앱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사용하면 된다.
▲ 갤럭시 A15 |
ⓒ 삼성전자 |
갤럭시 S 시리즈처럼 미국 버전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가 한국 버전 대비 더 고성능 부품을 채택해 더 큰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몇 가지 단점을 감수하더라도 몇 달 전 해당 제품을 해외직구로 구입한 얼리어댑터 성향의 사용자들이 적지 않을 정도였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아쉬움은 "한국 소비자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라는 점이다. MST 기반 삼성 페이 유무 및 AS 서비스의 차이가 존재한다지만 수만 원부터 많게는 십몇만 원 이상 고가의 차이를 둘 만한 요소인지도 의문이 드는 것이다. 열혈 갤럭시 마니아들조차 이런 문제에 대해선 노골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저렴한 가격에 새 휴대폰을 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즐거움 못지않은 씁쓸함이 공존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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