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비리' 성악과 교수 징역 3년…"예술계 열정 학생에 좌절감"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입시 브로커가 지난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서울 강남·서초구 일대에서 운영한 미신고 과외교습소에서 불법 과외를 했다. 사진 서울경찰청

불법 성악 과외를 하면서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에게 숙명여대 입시에서 높은 점수를 준 현직 음대 교수가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부장 박강균)은 학원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현직 음악대학 교수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또 명품 핸드백 1개 몰수와 600만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안양대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인 A씨는 불법 과외를 하면서 자신이 외부 평가위원으로 선정된 숙명여대 입시에서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에게 고점을 줘 합격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판사는 “A씨는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회당 25~30만원에 달하는 큰 금액을 받으면서 자신이 과외 교습한 학생들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며 “이 사건으로 입시의 공정성과 청렴성에 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훼손됐고 숙명여대의 평가절차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도 크게 의심받게 됐다”고 질책했다.

이어 “대학교육의 권리를 균등하게 제공받아야 할 국민의 당연한 권리가 의심받게 됐다”며 “장차 예술계에서 희망과 열정을 가진 수많은 학생들과 이를 뒷받침하는 학부모들로서는 아무리 훌륭한 실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돈과 인맥 없이는 대학 입학이 어렵다는 불신과 깊은 좌절감, 회의감을 가지게 됐을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 판사는 “죄책이 매우 무겁고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A씨가 각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는 점, 형사 처벌 전력이 전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숙명여대 외부 입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불법 과외 수험생에게 고점을 부과해 일부 수험생을 합격시켰다. 사진 서울경찰청

A씨는 안양대 음대 부교수로 재직하면서 서울 강남·서초구 일대의 과외교습소에서 불법 과외를 한 혐의(학원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외교습소는 클래식 거장들의 공개 수업인 ‘마스터 클래스’를 내세웠으나, 실상은 1대1 과외로 운영됐다. 이곳에서 A씨를 비롯한 현직 성악과 교수 13명이 2021년 1월부터 총 244회 과외를 하며 1억3000만원 상당의 교습비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A씨는 숙명여대 외부 입시 평가위원으로 선정되자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에게 고점을 줘 일부를 합격시킨 혐의(업무방해)도 받는다. 공정성 확보를 위해 음대 입시는 블라인드 시험으로 진행되지만, A씨는 연습곡목, 발성, 목소리 등으로 자신이 가르친 학생을 식별했다. 또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들 학부모로부터 금품과 명품백을 받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도 있다.

이 사건으로 음대 교수 13명과 입시 브로커 1명이 학원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6월 검찰에 넘겨졌으며 이 중 합격 대가로 뇌물을 받은 A씨는 구속됐다. A씨를 포함한 교수 5명은 서울대·숙명여대·경희대 등 대학의 실기시험 내외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며 자신이 가르친 학생을 직접 평가한 걸로 드러났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