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을 부르는 제목, 포기하면 안 되겠다

최혜선 2024. 8. 2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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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22년차 편집기자 최은경 지음 <이런 제목 어때요?>

[최혜선 기자]

나는 <오마이뉴스>에 사는이야기 기사를 쓰는 시민기자다. 본업은 회사원이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이야기를 멀리 사시는 엄마에게 보여드리려고 블로그에 기록을 시작했다. 그 아이가 지금 고등학생이니 20년 가까이 글을 써온 블로거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도 글을 발행하기 전에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내 글을 읽을까?를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내 글을 더 많은 사람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들 할머니인 친정 엄마, 그리고 나나 내 아이 또래 아이 엄마들이 내 글을 읽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거면 되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오마이뉴스>의 기사 공모전에 글을 써보내게 되었다. 공모전 제목은 'OO에 산다는 것'. 공모 안내문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사는 곳과 관련된 시민기자들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그곳'에 사는 건 어떤가요? '그곳'에서는 어떤 잊지 못할 일들이 있었나요?'

당시 아파트 2층으로 이사 가서 살아본 지 꼭 1년이 되었던 터라 '이건 나도 써볼 수 있겠는걸?' 싶었다. 기사를 쓰고 늘 하던 대로 제목에 대해서는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송고' 버튼을 눌렀다. 깨끗하고 맑고 자신있게.

원제 : '2층에 산다는 것'.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보내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몰랐던 나는 그 기사가 발행되었을 때 바뀐 제목을 읽고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와, 내가 썼지만 읽고 싶은 제목이잖아?

"아파트 2층 찾는 사람은 없어요" 알지만 샀습니다
https://omn.kr/1subp
 내방 대문을 차지하고 있는 기사.
ⓒ 최혜선
그 후로 2022년부터 올해까지 오마이뉴스에 60여 편의 기사를 송고했다. 2~3주에 한 번 띄엄띄엄 쓰고 있는 셈이다. 내가 쓴 기사를 다른 사람들이 읽어준다는 기쁨만큼이나 매번 편집기자님들이 내가 쓴 글을 어떻게 읽고 어떤 제목을 달아서 발행하는지 기대하는 마음도 크다.

바뀐 제목을 보며 매번 감탄하는 지점은 분명 내가 이미 써 놓은 문구인데도 나는 왜 그 문구를 제목으로 뽑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런 일이 반복될수록 제목 뽑는 센스는 재능의 영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제목 잘 뽑는 안구'가 시급한 분들에게
 이런 제목 어때요?
ⓒ 최혜선
<오마이뉴스> 최은경 편집기자가 쓴 책 <이런 제목 어때요?>에서 '제목 짓는 마음, 혹은 눈'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읽으니, 그렇게 핑계를 대고 포기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라고 그렇게 쉽게 뚝딱 하고 제목 뽑는 마술을 부리고 있는 게 아니었다. 같은 글을 두고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좋은 제목을 뽑아낼 수 있을지 스터디를 하고, 10개씩 제목을 뽑아보는 수고를 마다지 않았으며, 글을 쓴 사람이 기사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헤아려보는 마음이 있었다.

게다가 <오마이뉴스>에 보내는 기사는 기자님의 능력을 빌면 된다지만 다른 글은? 블로그, 브런치 같은 플랫폼에 올리는 글도 조금 더 많은 독자들에게 닿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자 나에게도 클릭을 부르는 제목을 뽑아내는 안목이 시급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글을 발행하기 전에 예전보다는 조금 더 생각을 해 본다. 이걸 최은경 기자님이라면 뭐라고 제목을 붙이시려나? 하면서. 하지만 책에서 저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잘 하는 사람이 목표가 될 필요는 없다고. 자기 방식대로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진정 실력자라고 말이다.

이 책에서 찾은 몇 가지 팁을 가슴에 품고 내 글에 내가 만족할 만한 제목을 붙이는 실력자가 되어보고 싶다.

첫째 글을 다 쓰고 혹은 글을 다 읽고 무슨 말을 하는 글인지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면 소화를 잘 시킨 것. 글의 내용을 잘 틀어쥐고 있다면 그 상태에서 뽑은 제목은 너무 의심하지 말 것.

둘째 성공의 경험을 더 많이 갖고 싶다면 먼저 성실할 것. 같은 내용을 읽어도 다른 제목은 얼마든지 가능하니 여러 각도에서 가능한 한 제목을 많이 뽑아볼 것. 조사를 바꿔 차이를 느껴보고, 문장의 앞 뒤 순서를 바꿔 의미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테스트해보고.

셋째 '오늘의 제목'을 기록해 볼 것.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글을 많이 봐야 하는 것처럼 좋은 제목도 그렇다. 내가 발견한 좋은 제목에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짚어보다 보면 어느새 나도 거기에 가까이 가 있을지도 모르니.

'제목 잘 뽑는 안구'가 시급한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나 브런치에 게재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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