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조각된 'TK통합' 청사진…두 지자체 감정싸움으로 번져
대구·경북(TK) 행정통합이 결국 무산됐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통합을 위한 핵심 쟁점인 ‘청사’와 ‘시·군 권한’ 문제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5월 행정통합 추진을 공식화한 지 약 100일 만이다.
대구시, 시한 하루 앞두고 무산 선언
홍 시장은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간 대구경북 통합을 지지해주신 시·도민에게 죄송스럽다”며 TK 행정통합 논의 무산을 공식화했다. 그러면서 “더이상 대구경북 통합 논의는 장기과제로 돌리고 우리는 ‘대구혁신 100’에만 집중하는 게 양 지역 갈등을 수습하는 방안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그간 핵심 쟁점 사항의 상당 부분에서 접점을 찾았지만, 막판까지 청사와 시·군 권한 문제를 둘러싸고 평행선을 좁히지 못했다. 두 지자체는 시·도 청사를 통합 후 어디에 둬야 할 지에 대해 끝까지 각자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기초지자체 권한도 대구시는 시·군 사무 권한을 대구경북특별시로 조정하는 방안을, 경북도는 시·군에 더 많은 권한을 줘야 한다는 견해를 고수했다.
홍 시장 스스로 제시한 시한보다 하루 앞서 TK 행정통합 무산을 선언한 것은 이날 열린 경북도의회 본회의가 결정적이었다. 지난 27일 경북도의회 제349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도정질문에서는 홍 시장을 비판하는 목소리와 TK 행정통합을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오늘 경북도의회가 대구시장 성토장이 된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이철우 “통합 논의 중단해선 안 돼”
홍 시장은 28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북도의회에 TK 행정통합 무산의 책임을 돌렸다. 홍 시장은 “경북도의회는 집행부와 마찰이 심해 도저히 동의가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통합 첫 단계인 경북도의회 동의가 어렵다면 더는 통합 논의 진전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의회가 이견이 없을 때 재론할 수 있지만, 우리에겐 기다려줄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에서 졸속 추진 운운하지만, TK 통합은 지난 3년 동안 논의됐던 것이다. TK 통합 지방행정 개혁 논의가 이렇게 무산된 것에 아쉬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TK 행정통합 논의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행정통합은 다양한 분야가 서로 얽혀 있는 매우 복잡한 문제로 진행 과정에 난관이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합의와 조정이 중요하다”며 “서로 협의하며 조정하는 가운데 난관을 극복하고 미래세대를 위해 대구경북 통합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에게 TK 행정통합 타결을 위해 정부가 행정체계 중재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TK 통합은 최초로 가는 길인 만큼 정부가 양측이 제안한 제도를 분석해 새로운 행정체계를 중재안으로 제안해 달라”고 요청했다.
끝내 합의점에 이르지 못한 행정통합 논의가 두 지자체 간 감정싸움으로 번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대구시는 28일 “어제(27일) 경북도의회 본회의 도정질의에서 행정통합을 비판했으며, 특히 의장은 대구시장에 대해 도를 넘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며 “경북도의회 의장은 막말을 사과하고 의장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이런 조치가 있으면 통합 논의를 재개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성만 경북도의회 의장은 전날 경북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무릇 정치인의 말 한마디는 바윗덩어리보다 무거워야 하는데, 대구시장은 말 한마디가 깃털처럼 가볍고, 권력의 쓰임새는 바윗덩어리처럼 쓰려고 한다”고 홍 시장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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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민 우롱하고 갈등 야기” 비판도
두 지자체가 오랜 기간 행정력을 쏟아부었는데도 TK 행정통합이 무산되면서, 주민 상처와 갈등만 남겼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대구참여연대는 28일 성명을 내고 “행정통합 추진 여부도, 내용도, 절차도, 완결 시점도 모두 시·도민의 의견 수렴 없이 두 단체장 맘대로 결정, 추진됐다. 특히 홍 시장은 28일까지라는 합의 시한도 자기 맘대로 정해 놓고 지켜지지 않으니 상대를 탓하며 일방적으로 무산을 선언했다”며 “시·도민을 우민으로 여기는 제왕적 사고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페이스북을 통한 TK 통합 무산 선언에 대해 “시·도민을 우롱하고 갈등을 야기했으며 행정력을 낭비한 책임자가 마지막까지 시·도민에게 무례한 것”이라며 “모든 지방이 강력한 지방분권, 지방자주권을 확보하고 그 토대 위에서 자치역량으로 경쟁하며 함께 발전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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