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목숨값' 챙긴 탈북 브로커들…中, 공안 대폭 증원
'무리한 탈북' 시도하는 특정 브로커 구역
"정부, 진상 파악해야…외교적 압박 근거"
중국이 일부 접경지역에서 공안 인력을 대폭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당국에 반복적으로 적발되는 특정 브로커가 탈북민을 이송하는 지역이다. 최근 강을 건너기 전 체포된 무리도 이곳에서 붙잡혔다. 사법적 개입은 어렵지만, 해외 탈북민 보호 임무를 맡은 외교부가 문제의 브로커 등을 견제하기 위해 이 같은 사건들을 조사·기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中 공안, 특정 지역에 인력 전진 배치
장세율 전국탈북민연합회 상임대표는 28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올해 봄부터 공안이 쿤밍과 내몽골 지역에서 인력을 대폭 증강했다"며 "공안 출신으로부터 이런 정보를 입수했고, 실제 해당 지역 감시망이 강화되면서 탈북 과정에 어려움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쿤밍은 대륙 남서쪽에 위치한 윈난성의 성도(省都·중심 도시)다. 쿤밍에서 동남아시아까지 흐르는 메콩강을 따라가면 라오스·태국·캄보디아·베트남 등 전형적인 '탈북 루트'로 연결된다. 내몽골 자치구는 반대로 북쪽이다. 이 일대 역시 몽골로 연결되는 탈북 경로다.
쿤밍은 지난 21일 한국행을 시도하던 탈북민 15명이 공안에 붙잡힌 지점이기도 하다. 장 대표는 "쿤밍까지 2개 조가 무사히 도착했지만 강변에 도착한 영상을 보내온 직후 공안이 덮쳤다"고 했다. 여성 13명과 어린이 2명으로, 지린성 지역 감옥으로 이송된 뒤 자세한 신변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 여성은 중국에 다섯 살짜리 아이가 남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현지 소식통은 이런 소식이 사실이라고 확인하면서 "몇몇 특정 브로커와 이들에게 반복적으로 탈북을 알선하는 선교회 2곳이 있는데, 공안이 인력을 늘린 곳이 해당 브로커의 활동 구역"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탈북을 시도하려면 2~3명씩 은밀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이들 브로커는 동시에 여러 곳에서 의뢰받은 뒤 대규모로 무리하게 움직이다 거듭 적발됐다고 한다.
'목숨값'만 챙기고 사지 몰아넣은 브로커들
공안이 특정 지역에만 인력을 늘린 이유는 '문제의 브로커'와 연결된다. 복수의 소식통이 지목한 대상은 2명이다. 최근 탈북 비용이 5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치솟았는데, 두 브로커는 1300만원에 탈북 희망자를 모집하고 있다. 한국에 있는 탈북민의 가족 등으로부터 비교적 저렴한 커미션을 챙기고, 탈북 당사자로부터 현지에서 한화 약 400만원을 추가 수임한다고 한다.
물밑에서 탈북을 지원해온 한 관계자는 "(안면 인식) CCTV부터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정보까지 감시하는데 15명이나 움직인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이번에 붙잡힌 이들까지 지난 6~8월에만 약 80명이 체포됐고, 상당수가 해당 브로커를 따라나선 경우로 파악됐다.
이 관계자는 "이들 브로커가 책임도 지지 않을 위험한 탈북 작업을 계속하면서 체포·북송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몇몇 선교회에서 계속 탈북을 의뢰한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토로했다. 그는 체포 위험을 알면서도 탈북민을 알선하는 선교회에 대해 '탈북민 구출 성과를 유독 홍보하며 이를 통해 성금을 모금하는 조직들'이라고 지목했다.
즉 탈북 성과를 홍보해 성금을 모으는 특정 선교회에서 비용이 저렴한 브로커에 탈북 희망자를 알선하고, 문제의 두 브로커는 계속 무리하게 탈북을 밀어붙이다 적발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공안은 탈북민을 체포하기 수월한 지점에 인력을 증강한 셈이다.
"정부, 구출 못 하면 진상 파악이라도 해야"
정부는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입장 외에 별다른 방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해외 체류 탈북민의 강제송환에 반대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장 대표는 "탈북민도 우리 국민이라면서 미국보다도 대응이 늦다"며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고 알리면 매번 한국 정부보다 미 국무부에서 '사태를 파악하고 외교채널을 통해 돕겠다'라는 연락이 먼저 온다"고 지적했다.
해외 탈북민 보호·구출 업무는 외교부 소관이다. 그간 '민족공동체해외협력팀'이라는 임시 조직에서 임무를 수행해오다 최근 조직 개편을 거치면서 외교전략정보본부 산하 한반도미래정책과로 편입됐다. 임시 조직 시절에는 외교부 직원들과 통일부·국가정보원 파견자를 합쳐 7명으로 구성됐으나, 정확한 편제와 현재 수행 중인 임무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외교부 장관부터) 각급 채널을 통해 해외 체류 탈북민의 강제북송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전하고 있다"면서도 "재중 탈북민에 대해 관여할 수 있는 활동 폭이 좁고, 구조 요청 시 매뉴얼이 모호해서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대표는 "외교부에서 대응팀을 꾸려놨으면 탈북 요청이 들어오거나 이런 사고가 발생했을 때마다 꼼꼼하게 조사·기록해야 한다"며 "중국이 답을 하지 않으면 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누적된 기록으로 남겨놔야 추후 외교적 항의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법적 개입은 어려워도 특정 브로커와 알선 단체들에 의해 탈북민이 체포되고 북송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면 적극적인 진상 파악을 통해 정부가 이를 주시하고 있다는 경고 신호라도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탈북민들 속인 '거주증'…휴대전화 검열까지
한편 중국은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막 직후 600명에 달하는 탈북민을 대거 북송했다. 올해 4월에도 약 200명이 북송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금은 북·중 접경지역에 방역·격리 시설까지 갖추고 수십 명씩 소규모로 '상시 북송'이 이뤄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공안 배치를 늘린 것에 더해 치밀해진 감시망도 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공안에서 탈북민의 백신 접종 여부를 파악하고자 일종의 '임시 거주증'을 발급했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이 거주증은 실체가 확인된 바 없다. 일각에선 중국어로 '벌금 청구서'라 적힌 서류라는 증언도 나온다. 도주 시 벌금 대납을 목적으로 탈북 여성의 중국인 남편과 자녀들의 신상을 기재한 문서라는 것이다. 거주증을 발급해준다고 속여 숨어 있던 탈북민의 위치 등 신변을 파악하고 감시체계를 구축한 셈이다.
탈북민이나 브로커가 소지한 휴대전화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공안은 현지에 거주 중인 탈북민을 불시에 파출소로 불러들여 휴대전화를 검열하는데, 이때 휴대전화 회선 정보 등을 확인해두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여러 소식통의 공통된 증언이다. 휴대전화 고유의 회선과 통신사 등을 파악해놓고, 기지국 반경을 벗어나 탈북이 의심되는 상황이 오면 즉각 출동해 잡아들인다는 것이다. 이번에 체포된 15명도 도강 장면을 촬영해 보낸 직후 붙잡혔다는 점에서 위치 추적 가능성이 거론된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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