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뻥튀기 논란' 보험회계, 10월 개선안 마련해 올해 결산부터 적용
IFRS17 개선·보험판매채널 혁신 등 약속
생명보험금 유동화 방안도 추진
금융감독당국은 보험사 실적 부풀리기로 논란이 됐던 새 국제회계제도(IFRS17)에 대해 오는 10월 개선안을 확정하고 올해 결산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또 법인보험대리점(GA)에 금융회사 수준의 책임과 보험사에 판매채널 관리책임도 부여한다. 생명보험금을 사후에만 받는 식이 아닌 사전에 유동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8일 생명·손해·화재보험협회, 보험개발원, 10개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등과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보험업 개선안 추진을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보험업이 신뢰의 산업임에도 국민의 신뢰수준이 아쉬운 점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보험산업이 장기시계의 투자인 만큼 안정적·장기 자산운용을 하면서도 국민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 달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도입된 IFRS17의 개선을 예고했다. IFRS17은 보험부채의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바꾼 게 핵심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보험사들이 예상 해지율을 높게 설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회계상 이익을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대형 손해보험사 4곳이 역대 최대 반기실적을 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김 위원장은 "IFRS17 개선과제는 10월까지 검토를 마무리하고 보험개혁회의에 상정해 올해 결산부터 적용하는 게 목표"라며 "IFRS17 도입 이후 첫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건전한 수익증대와 부채관리 등 리스크 관리를 선제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불완전판매와 과도한 인센티브 경쟁 등을 야기한 보험업 판매채널도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했다. 보험판매전문회사 제도를 도입해 GA에 높은 책임을 부여할 방침이다. 보험판매전문회사가 되면 불완전판매비율이나 보험계약 유지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소비자 보호 의무를 지게 된다. 대신 그만큼 권한도 커져 현재 대형 GA 중심으로 제도 도입을 원하고 있다. 그동안 판매채널의 불공정 영업행태를 GA 탓으로 돌렸던 보험사에도 판매채널 관리책임을 부여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판매채널은 고객과의 접점이자 관계의 시작이기 때문에 판매채널 제도개선은 항상 보험산업의 중요한 과제"라며 "최근 GA 영향력 확대 등 판매채널이 크게 변화하고 있어 이런 흐름에 맞춰 판매채널 개선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인구·기술·기후 등 3대 환경변화에 대응한 보험산업의 미래 대비도 차질 없이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권 신탁 활성화와 생명보험금 유동화를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최근 보험사들이 기존 은행 중심이었던 신탁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어 이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금 유동화의 경우 보험료 납입이 끝난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을 담보로 연금을 제공하거나 중도 인출이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생명보험금을 더 이상 사망 이후 받는 돈이 아닌 사망 이전에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보험의 역할을 보험금 지급에만 한정하지 않고 요양·간병·재활 등의 서비스를 보험상품과 결합하는 '보험의 서비스화'를 검토할 계획"이라며 "장기투자가 필요한 곳에 보험산업의 장기자금이 공급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안을 적극적으로 제안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밖에도 김 위원장은 최근 사용이 저조해진 보험·비교추천 서비스 개선도 시사했다. 자동차보험부터 보험료체계 등 현황을 전면 재점검해 개선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오는 10월25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와 관련해서도 차질 없이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10대 전략과 60여개의 과제를 논의하고 있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보험산업이 국민의 동반자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업계가 합심해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보험 업계에서도 금융위의 이 같은 개선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철주 생보협회장은 "IFRS17과 신지급여력비율(K-ICS) 관련 개선과제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면서 "향후 초고령사회에서 생보업계의 역할 강화를 위해 실버·요양산업 진출 활성화 등 신사업 추진에도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말했다. 이병래 손보협회장은 "의료개혁특위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비급여 관리 강화와 실손 상품구조 개선 등 공·사보험 모두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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