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에 대한 서울시의 꼼수... 부디 강동구는 따라하지 않기를

이희동 2024. 8. 2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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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동의 5분] 스카이워크를 대상으로 한 강동구의 '인디언 기우제'

기초단체 의원은 언론에 잘 노출되지 않지만, 기초지자체가 생각보다 많은 예산으로 다양한 일을 하는 만큼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본 시리즈에서는 서울시 강동구를 중심으로 구의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고자 합니다. 자치구의 정책들이 중앙정부와 광역시 정책들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국정철학과 기조가 어떻게 지역에서 발현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해 구의원이 어떻게 견제하고 지지할 수 있는지 알리고자 합니다. <기자말>

[이희동 기자]

▲ 질문에 답하는 오세훈 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0일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에 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 계획을 철회하고 공모를 통해 국가상징공간 조성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6월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 태극기 게양대를 세우는 걸 골자로 하는 국가상징공간 조성 계획을 발표한 뒤 '국가주의를 연상시킨다', '예산 낭비'라는 등의 논란이 일자 한발 물러선 형국입니다.

그러나 서울시가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꿨는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태극기를 세우겠다는 기본 콘셉트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오세훈 시장은 "6·25 전쟁 당시 고귀한 젊은이들의 희생과 헌신을 토대로 한국이 번영했다는 걸 주제로 상징물을 만들겠다고 방향을 정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가 지난달 15일부터 한 달간 시 홈페이지를 통해 받은 의견수렴에서는 '국가상징공간 조성에 적합한 상징물'로 태극기(215건, 41%)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습니다.

즉, 서울시는 100m 태극기 게양대만 철회했을 뿐이지, 광화문광장을 여전히 국가주의적인 공간으로 조성하려는 듯합니다. 적지 않은 시민들은 촛불 등의 기억을 품고 있는 광화문광장의 역사성을 지적하며 태극기로 대변되는 국가주의를 문제 삼고 있는데, 서울시는 이를 100m의 거대한 태극기 게양대만 문제라는 해석으로 꼼수를 펴고 있는 것입니다.

서울시는 상징공간의 주제를 '6.25 참전용사의 희생'으로 선정한 이유를 다음과 밝혔습니다.

"1950년, 아마 한국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면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 달려와 준 청년들의 희생과 헌신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가능했겠느냐...... 공산주의와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번영이 꽃피울 수 있던 바탕에는 전 세계에서 도와주러 온 분들의 헌신이 있었던 만큼, 이들의 희생을 주제로 상징물을 만든다는 게 추진 방향"

결국, 서울시의 정책 방향은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을 태극기로 대표되는 국가주의 중심으로 다시 조성할 것이며, 광장이 품고 있던 공동체성과 시민의식은 지워질 상황에 놓였습니다. 그리고 이는 광화문광장을 태극기광장이라 부르는 일부 보수세력들에게 큰 의미로 다가올 것입니다.

서울시의 스카이워크에 대한 부정적 의견
 지난 6월 본의원을 포함한 강동구의회 의원들이 스카이워크 관련 현장을 방문하였다
ⓒ 강동구의회
광화문광장 조성과 관련한 서울시의 꼼수. 문제는 이런 식의 꼼수가 강동구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한강 변의 스카이워크입니다. 지난 기사(강동구 '강풀'의 흔적... 1000억짜리 사업보다 가치 있습니다)에서도 언급했던 스카이워크는 이수희 강동구청장이 강하게 밀고 있는 공약으로서, 그 규모상 서울시 사업에 해당합니다. 단지 강동구는 그 필요성을 서울시에 어필하고 있는 중이지요.

그런데 지난 2월 서울시 미래한강본부는 스카이워크 타당성 용역을 맡긴 결과 추진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한강르네상스의 마침표로서 강동구의 스카이워크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카이워크는 최소 400억 이상의 예산이 필요한 구조물로서, 상수원보호구역, 생태경관보전지역, 개발제한구역, 군사보호구역, 오염행위제한지역 등 너무 많은 제약 요인을 안고 있고, 서울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심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작으며, 또한 경제적 타당성 자체가 낮아 사업 추진 시 재원 확보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결과에도 불구하고 강동구청은 지난 6월 강동구의회 제309회 정례회에서 2024년도 제1차 추가경정예산안 중 스카이워크에 대한 예산을 다시 올렸습니다. 서울시의 용역보고서를 인정할 수 없으니 그에 대한 재검토 및 보완을 위해 용역을 또 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연히 이에 대해 본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반대했습니다. 서울시의 사업인 스카이워크에 대해, 굳이 강동구가 나서서 서울시의 용역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고 또 똑같은 용역을 하는 데 예산을 쓰는 것은 분명 낭비이기 때문입니다. 강동구청은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언 기우제'처럼 구미에 맞는 용역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예산을 쓸 작정일까요?

야당 의원들의 반대가 거세자 강동구청은 다른 제안을 했습니다. 스카이워크가 문제라면 그것에만 고집하지 않고 강동구가 접해 있는 한강 변을 친환경적으로 어떻게 정비하고 개발할 수 있을 것인지 타당성 용역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스카이워크는 그 내용 중 한 꼭지로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결국, 다른 추경예산도 걸려 있는바, 예결위는 대승적으로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스카이워크에 대한 강동구청의 꼼수
 스카이워크가 설치 될 곳에 위치한 암사취수장. 취수원 오염과 관련하여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 이희동
그럼 추경이 끝난 뒤 강동구청은 스카이워크와 관련된 용역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을까요? 기존의 '한강 변 스카이워크 조성 사업' 예산을 '한강 변 친환경 정비 및 개발'로 변경했으니 그에 맞는 타당성 조사 용역을 발주하고 있을까요?

이와 관련하여 현재 담당 부서는 애매한 답을 내놓고 있습니다. 친환경 정비 및 개발과 관련하여 용역을 시행할 것이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의 용역보고서 재검토 및 보완이 가장 우선이 될 것이며, 한강 변 접근성 강화 방안이나 한강 변 개발을 위한 도시계획 상 규제 해소 방안에 대한 연구 등은 예산 부족으로 한계가 있을 것이랍니다.

서울시가 100m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는 대신 국가 상징물을 설치하려는데 하필 태극기가 상징물의 1위를 하고 있듯이, 강동구는 스카이워크 타당성 조사 대신 한강 변 정비 및 개발과 관련된 타당성 조사를 할 것인데, 하필 스카이워크가 그 주된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서울시와 강동구의 꼼수가 비슷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강동구의회 예결위가 이번 추경에서 스카이워크와 관련된 예산을 굳이 다른 이름으로 통과시킨 것은 구정질문 당시 이수희 구청장이 밝혔던 소회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본의원 역시 인정하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꼭 스카이워크여야 된다라는 것이 아니라, 저의 약속의 주된 취지는 강동구 한강 변이 지금까지 서울시에서 소외되었다는 겁니다..... 거기에 대한 문제 제기가 가장 주된 포인트입니다."

부디 이수희 구청장은 자신의 발언을 다시 한번 유념하시고, 쓸데없는 예산 낭비 대신 강동구의 미래를 위해 고민해주시기 바랍니다. 강동구가 서울시의 꼼수를 따라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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