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독주 깨라" 자금 확보해 뒤쫓는 AI칩 후발주자들

조슬기나 2024. 8. 2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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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질주를 막기 위한 후발주자들의 도전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소규모 후발주자들은 투자 자금을 확보한 후 더 저렴하고 더 특화된 제품을 출시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침투해, 엔비디아 독주체제에 균열을 내는 데 힘쓰는 모습이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AI 반도체 시장에 최근 도전장을 내민 소규모 후발주자로는 세레브라스, d-매트릭스, 그로크 등이 꼽힌다. 이들 기업은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이 한층 대중화하며 AI 추론과 관련한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판단, 이 부문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호퍼'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AI 모델 훈련에 최적화된 상품으로 인기가 높은 상태다.

세레브라스를 비롯한 후발주자들은 엔비디아 제품보다 저렴하면서도 AI 모델 구동에 특화된 반도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전날 세레브라스는 접시 크기의 'CS-3' 칩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세레브라스 인퍼런스' 플랫폼을 공개했다. 이 회사는 아티피셜 아날리시스의 분석 결과를 인용해 자사 솔루션이 AI 추론에서 엔비디아의 호퍼 칩 대비 20배 빠르고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고 주장했다.

앤드루 펠드먼 세레브라스 최고경영자(CEO)는 "당신이 800파운드 고릴라를 이기는 방법은 훨씬 더 나은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는 것"이라며 "경험상, 더 나은 제품이 보통 승리한다. 우리는 (엔비디아로부터) 의미있는 고객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CS-3칩은 엔비디아의 AI칩이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필요로 하는 것과 달리, 칩 웨이퍼에 내장된 대체 아키텍처를 지원한다. 펠드먼 CEO는 메모리 대역폭 제한이 AI칩 추론속도를 제한하는 근본적 제약 요인이라고 지적하면서 하나의 칩으로 결합하면 수십배 더 빠른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2019년 설립된 d-매트릭스 역시 엔비디아가 장악한 AI칩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앞서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주도의 시리즈B 펀딩 라운드에서 1억1000만달러를 모금한 데 이어 추가 자금조달에 나선 상태다. 창업자인 시드 세스에 따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2억달러 이상을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d-매트릭스는 올 연말에 자체 칩 플랫폼인 '코르세어'도 선보일 예정이다. 세스 창업자는 엔비디아의 '쿠다'(Cuda)와 경쟁하는 오픈 소프트웨어 '트라이톤' 등과 자사 제품을 결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다는 대다수 AI개발자들이 AI 애플리케이션 구축 등에 활용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사실상 GPU 하드웨어의 업계 표준으로 잡은 상태다. 이에 대해 세스 창업자는 "개발자들은 특정 도구에 얽매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엔비디아가 쿠다를 통해 학습 측면을 장악하고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면서 트라이톤과 같은 오픈 소프트웨어 사용을 지지하는 이들이 늘고 있음을 강조했다.

구글에서 AI 전용 칩 텐서처리장치(TPU)를 초기 개발한 조나단 로스가 창업한 미 반도체 스타트업 그로크 역시 최근 블랙록 등으로부터 28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6억4000만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럭스 캐피털의 공동창업자인 피터 헤버트는 "차세대 엔비디아를 찾고자하는 투자자들의 욕구가 만족되지 않고 있다"면서 "단지 최신 트렌드를 쫓는게 아니다. 10년가량 (이 분야에서) 힘써온 몇몇 칩 스타트업들에게 자금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기업은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첨단 AI 칩 제조를 맡기고 블랙록, 시스코, 삼성 등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국내에도 알려져 있다. 그로크의 언어처리장치(LPU)는 AI훈련보다 추론에 특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GPU에 들어가는 HBM 없이, 내장된 메모리를 쓴다.

한편 AI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다음날인 28일 장 마감 후 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조사업체 LSEG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2분기(5~8월) 매출은 전년 대비 112% 증가한 287억달러로 추산된다. 이는 앞서 엔비디아가 제시한 가이던스(280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300억달러대 전망도 제기된다.

현재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 외에도 블랙웰 관련 업데이트, 3분기 가이던스(실적 전망)를 주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향후 AI 수요 전망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CNBC는 "낙관적인 가이던스는 엔비디아 고객들이 AI 구축을 위해 계속 투자하겠다는 신호가 될 것"이라며 "반면 실망스러운 전망은 AI 거품론을 재차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전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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