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반대했던 정부와 국힘... 지금은 찬성, 왜?

임병도 2024. 8. 2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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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했던 간호법, 국회 복지위 소위 통과

[임병도 기자]

▲ ' 가짜뉴스로 거짓 선동한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 규탄 - 간호법 제정 거부권 행사 규탄 총궐기대회'가 지난해 5월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네거리 부근 세종대로에서 대한간호협회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오랜 시간 국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간호법이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여야 합의로 복지위를 통과한 간호법의 쟁점은 PA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들의 업무와 책임 범위였습니다. 이를 두고 법안 논의 과정에서 여야가 대립하기도 했지만, 진통 끝에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하면서 일단 위원회의 문턱은 넘었습니다.

간호법은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계는 물론이고 정치권까지 진통을 겪고 있는 법안입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이하 거부권)까지 행사하면서 여야가 책임 공방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간호법을 두고 여야의 입장이 어떻게 변했는지 정리했습니다.

"간호법은 의료체계 붕괴법"... 거부권 건의한 국민의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간호사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여야는 코로나 위기 대응에 기여가 컸던 간호사들의 처우와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정부도 간호법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1년 뒤인 2023년 조규홍 복지부장관은 돌연 "간호법 제정에 회의를 느낀다"며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습니다.
 2023년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호법 거부권을 건의한 국민의힘
ⓒ MBC유튜브 갈무리
민주당이 본회의 처리를 주장하며 간호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나서자 국민의힘 측은 "간호법은 의료체계 붕괴법"이라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며 막았습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은 간호법에 대해 "국민 건강에 불안감을 초래하는 법안"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민주당의 정략적 목적만을 위한 입법권의 남용은 어떤 경우에도 허락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초래된 국민적 갈등에 책임을 두고두고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간호법 반대했던 정부와 국힘, 달라진 태도
  20일 오전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주민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4.8.20
ⓒ 연합뉴스
8월 26일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태도는 지난해와 완전히 달랐습니다.

복지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미애 의원은 "현재 간호법만큼 시급한 민생법안이 없다"며 "간호법은 정치적 흥정대상이 아니다. 정쟁거리가 돼서도 안 된다. 간호법은 비상시기에 간호사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필수법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전향적으로 접근해 대승적으로 논의하면 충분히 신속하게 합의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오는 29일 보건의료노조 파업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문제 만큼은 오늘 다른 어떤 법안보다 시급하게 논의했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도 "환자 입장에서 의사가 떠난 자리를 지키는 간호사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회 신뢰를 떨어트리는 것"이라며 "의료공백 사태 해결이 절실하다면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변화에 민주당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복지위 민주당 간사인 강선우 의원은 "(21대 국회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없었으면 간호법은 이미 제정됐다"며 "이제 와서 야당 탓을 하는 것에 굉장히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주민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간호법 통과를 위해 진짜 노력했다. 간신히 국회를 통과했는데 그게 (대통령에게) 거부됐다. 그때 당시 감정을 떠올리면 솔직히 사과라도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이야기는 안 하겠다"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그런 일들이 없었던 것처럼 이야기하면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현 정부와 그때 정부가 같은 정부"라고 지적했습니다.

간호법 반대했던 정부와 국힘, 찬성으로 돌아선 이유는?
 2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의료진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국립중앙의료원지부가 붙인 총파업 관련 현수막을 지나치고 있다. 2024.8.26
ⓒ 연합뉴스
올해 국민의힘 소속 의원 최연숙 의원과 유의동 의원은 잇따라 간호법을 대표발의했습니다. 대통령실도 PA 간호사 법제화를 위한 간호법 재추진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정부의 의료개혁특별위원회도 전문의 중심이 아닌 전문인력 중심 병원을 내세웠습니다. PA 간호사가 전공의 역할을 대신하는 의료체계를 구성하겠다는 것입니다.

국민의힘이 지난해와 달리 간호법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각에선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의료사태 장기화에 코로나 재유행,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사망 사고가 벌어지자 의료 공백을 PA 간호사로 대체하기 위해 반대했던 간호법에 매달리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는 27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긴급 시국선언'에서 "간호법 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면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의료를 멈추겠다고 경고했습니다.

한편,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 종사자들이 속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별노조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는 29일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여야는 28일 간호법을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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