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에 웃는 증권주…금리 인하 날개 단다
2분기 줄줄이 호실적을 기록한 증권사 주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시장을 앞서는 주가 상승률을 나타낸다. 은행·보험주도 마찬가지로 양호한 실적을 거뒀지만, 증권주 상승세에는 못 미치는 모양새다. 증권사의 상반기 양호한 실적에 하반기 밸류업과 금리 인하 기대감이 더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부담으로 작용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우려도 해소되고 있다는 평가다. 하반기 금리 인하에 따른 업계 전반의 수혜가 예상되는 가운데, 투자자는 주주환원 정책 기대감이 높은 증권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미래·NH, 시총 1위 각축전
대형사를 중심으로 주요 증권사가 줄줄이 2분기 호실적을 발표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총 1조877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한 수치다.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는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메리츠·하나·신한투자·키움·대신증권이 속한다.
이 중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을 벌어들인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34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했다. 이어 삼성증권(2579억원), 메리츠증권(2434억원), 키움증권(2321억원), 미래에셋증권(2012억원), NH투자증권(1972억원), KB증권(1806억원), 신한투자증권(1315억원), 대신증권(521억원), 하나증권(415억원)이 뒤를 이었다.
당기순이익이 1년 전보다 26% 줄어든 대신증권과 10% 감소한 KB증권을 제외하면, 나머지 증권사는 같은 기간 일제히 증가세를 보였다.
국내 주식 거래대금이 버텨주는 가운데, 해외 주식 약정이 견조하게 증가했다는 평가다. 기업금융(IB) 부문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올렸으며,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와 관련된 충당금 영향이 우려보다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 증권사 호실적의 가장 큰 요인은 우량 PF 거래 참여로 대폭 증가한 IB 수익”이라며 “올해 상반기 충당금 적립이 거의 없거나 오히려 환입되는 모습이 나타나 그동안의 우려가 해소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증권사가 줄줄이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도 반응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가 무너진 지난 8월 5일부터 21일까지 주요 증권사로 구성된 KRX 증권지수는 17% 상승했다. 이 지수는 다올투자·대신·미래에셋·삼성·유안타·유진투자·키움·한화투자·NH투자·SK증권과 한국금융지주 등 국내 상장한 11개 주요 증권사 주가를 추종한다. 같은 기간 전체 지수 중 KRX 증권지수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건 18% 상승한 KRX 반도체지수가 유일하다. 이 기간 KRX 보험지수(15%)·KRX 은행지수(14%)와 비교해도 증권주 주가 상승률이 높다.
특히 8월 들어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이 나란히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주가 강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8월 1일 NH투자증권이 신고가 1만4400원을 기록한 데 이어, 삼성증권도 8월 21일 4만7900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NH투자증권은 8월 한때 미래에셋증권을 제치고 증권주 시가총액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미래에셋증권 역시 8월 6일부터 21일까지 하루를 제외하고는 연일 상승 마감하며 8월 21일 종가 기준 증권주 대장주 자리를 되찾았다.
윤 애널리스트는 “2분기 실적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6월 중순부터 증권주 주가 상승이 시작됐다”며 “다수 증권사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높아진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발표해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은 해외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높은 증권사인데, 2분기 해외 법인에서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점에 의미가 있다”며 “하반기 해외 투자자산의 재평가를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삼성·키움 주목할 만
하반기에도 증권주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며 투자 심리가 개선되는 중이다.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도 이어진다. 대체로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증시 거래대금과 투자자예탁금이 늘어난다. 경기 침체 우려가 완화되는 거시경제 환경이 마련된다면 금리 하락이 증권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금리 하락은 유동성 자체를 확대할 뿐 아니라 투자 심리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증권사가 직접 투자하는 경우에도 이자비용을 낮춰 신규 투자 제약이 줄어든다.
또 한 가지 투자자가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은 ‘밸류업’이다. 올해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주주환원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그동안 배당 확대 외 주주환원 정책에는 소극적이었던 증권사가 2분기 실적 발표 후 속속 자사주 매입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눈길을 끈다. 미래에셋증권은 오는 11월 7일까지 주식 시장에서 790억원 규모의 자사주 1000만주를 매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2월에도 자사주 1000만주를 매입·소각한 바 있다. 키움증권 또한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11월 15일까지 장내에서 자사주 35만주를 신규 취득할 계획이다.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70만주와 함께 총 105만주를 내년 3월 중 소각한다는 방침이다.
아직 중장기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지 않은 증권사에도 투자자 관심이 집중된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이 하반기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을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증권은 삼성금융 차원에서 밸류업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NH투자증권도 아직까지 중장기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연말이나 내년 초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반기 실적과 밸류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유망 종목으로는 삼성증권을 꼽는 전문가가 다수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증권은 양호한 실적 성장세와 우수한 배당수익률이 돋보인다”며 “하반기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삼성증권은 올해 호실적에 힘입어 예상 주주환원 수익률이 업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며 “반면 주가에 적용되는 배수(멀티플)는 금융업 전반을 기준으로 봐도 낮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주주환원 수익률은 배당수익률에 자사주 매입·소각 또는 신주 발행의 효과를 포함한 수치다.
키움증권과 한국금융지주도 전문가 추천을 받았다. 윤유동 애널리스트는 “키움증권은 보유 PF가 적고 본업인 소매(리테일) 역량이 뛰어나 양호한 실적을 내는 중”이라며 “최근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하며 수급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금융지주는 지난 2년간 보유한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크다는 이유로 대형 증권사 중 주가가 가장 낮게 형성됐다는 판단”이라며 “저축은행과 캐피털 계열사의 충당금 적립 이슈가 남아 있지만, 경상 이익 체력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하반기 증권주 전반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연초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공개했지만, 여전히 증권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배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아직 증권사가 구체적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해나가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주주환원 관련 신규 공시 내용을 파악해 주주 가치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종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얘기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4호 (2024.08.28~2024.09.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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