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회사채 주관에 직접 발행까지...뭉칫돈 잡기 ‘총력’
우투證 미래에셋 인사 영입...한투 관련 본부 신설
연말 앞두고 채권 찍기도 빨라져...키움 등 수요예측
최근 회사채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발행 주관을 따내기 위한 증권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자금 조달을 둘러싼 환경이 우호적인 만큼 직접 회사채를 발행해 뭉칫돈을 확보하려는 증권사들도 잇따르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식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이 회사채 주관 역량을 키우기 위해 외부 인재를 영입한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와 LS증권은 관련 조직 개편에 나서는 등 영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기업금융(IB) 부문에서 채권발행시장(DCM)과 주식발행시장(ECM) 등 전통 IB 분야의 주관 실적이 중요해진 영향이다. DCM에선 회사채, ECM은 기업공개(IPO)·유상증자 등을 주관하는데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활발해지며 DCM 영역이 부각됐다.
이달 1일 새롭게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은 DCM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공식 출범 전부터 미래에셋증권 출신 박현주 CM본부장을 영입했다. 박 본부장은 미래에셋증권 기업금융1본부에서 대기업 커버리지(영업)를 담당해온 인물이다.
업계에서는 우리투자증권이 DCM 영역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채 시장에서 캡티브 영업(증권사가 회사채 주관을 따낼 때 보험·자산운용·종금·캐피탈사 등 계열사들의 참여를 약속하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금융그룹 소속 증권사인 우리투자증권이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기존 주요 증권사들도 회사채 일감을 따내기 위해 DCM을 강화하는 조직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조직 개편을 통해 IB그룹 내 IB전략본부를 신설했다. IB전략본부는 IB그룹 내 IB1~4본부 각자가 담당하는 커버리지인 삼성·현대·LG 등 각 그룹사 채권 발행 등 재무 관련 전략을 선제적으로 제시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LS증권도 지난달 기업금융본부를 기존 IB사업부 소속에서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재편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LS그룹에 편입돼 모기업 LS그룹과 범LG가(家) 계열사의 주요 딜 등 성과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CEO가 관련 사업을 직접 살펴보겠다는 의미다.
우호적인 시장을 타고 회사채 주관뿐만 아니라 증권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증권사들도 늘고 있다. 모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나 기업어음(CP) 상환을 위한 것으로 만기가 상대적으로 긴 회사채로 차환해 차입 구조를 개선하려는 것이다.
키움증권은 이날(28일)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하는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계획이다. 조달되는 자금은 오는 10월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2100억원) 상환에 쓰인다.
최근 증권채들이 모두 수요예측에서 흥행하면서 키움증권도 순조롭게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KB증권은 지난 26일 3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해 84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으며 모집 목표의 2배가 넘는 자금이 모였다. 이에 최대 5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도 지난달 16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500억원 모집에 1조500억원의 투자 수요가 몰려 모집액의 7배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최종적으로 3000억원으로 증액해 발행했다.
업계에선 금리 인하 기대감과는 별개로 시장 변수에 대비해 서둘러 채권을 찍어내려는 증권사 및 기업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회사채 시장 내 특징적인 움직임 중 하나는 기업들의 조달시계가 빨라졌다는 점”이라며 “시장 금리가 충분히 하락했다는 인식과 함께 시장 변동성 확대나 수급적으로 불리할 수 있는 연말을 피해 연내 조달 일정을 마무리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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