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한마디에...대출 총량 규제 시대 열리나
정진용 2024. 8. 28. 06:16
은행권, 금리 인상 외 다른 방안 고민에 ‘분주’
3년 전 주담대 취급 중단 사태 벌어진 대출 총량제 거론
“아예 가능성 없지 않아…실수요자 타격 우려”
금융감독원장 질타에 은행들이 금리 인상 대신 사실상 ‘대출 총량제’로 가계부채 관리 방향을 틀고 있다. 대출 총량제가 실시되면 실수요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에서는 가격 정책, 비가격 정책 등 모든 수단을 열어놓고 가계여신 관리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오는 29일부터 수도권 소재 주담대 최장 대출기간을 30년으로 축소한다고 26일 밝혔다. 현재 최장 대출기간은 만 34세 이하는 50년, 그 외는 40년까지 가능하다. 대출기간이 줄어들면 한도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주담대 거치기간도 없앤다. 한도가 없던 주택 담보 생활안정자금 대출은 1억원으로 제한하기로 했고, 마이너스 통장도 한도를 5000만 원으로 줄였다.
“당국이 바란 것 아니다“…하루만에 비가격 정책 내놓은 은행들
우리은행도 같은날 내달 2일부터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출 모집 법인 한도 관리를 강화, 법인별 월 한도를 2000억원 안팎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소유권 이전, 신탁등기 말소 등 조건이 붙은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제한할 예정이다.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신한은행은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당분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플러스모기지론(MCI·MCG)도 중단했다. 이에 더해 신한은행은 다주택자에 대한 생활안정자금 취급 중단을 추가로 고민 중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5일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 움직임에 경고장을 날렸다. 이 원장의 발언이 나온지 하루 만에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발빠르게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이 원장은 “최근의 은행 가계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며 “은행 자율성 측면에서 개입을 적게 했지만, 앞으로는 부동산 시장 상황 등에 비춰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발언했다.
시중은행의 잇따른 대출금리 인상에도 가계부채는 결국 잡히지 안았다. 22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잔액(565조8957억원)은 7월 말(559조7501억원) 대비 6조1456억원이나 늘었다. 이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리고 결국 은행 배만 불렸다며 ‘관치 금융’ 비판이 커졌다. 이에 이 원장이 해명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 총량제 부활하나…형평성 논란·실수요자 타격 우려
일각에선 당국이 지난 2021년 은행별로 대출 한도를 지정하고 초과시 영업을 중단시켰던 대출 총량제가 부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시 금융당국은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대출 총량제를 도입, 은행별로 전년대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넘지 못하도록 관리했다. 이에 일부 은행에서 자체 수립한 연중 목표치를 초과, 주담대 등의 취급을 일시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출 총량제에 대해 금융당국 수장들은 엇갈린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김병환 신임 금융위원장은 “정량적인 기준을 가지고 조치하는 것은 기계적이다. 경험상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반면 이 원장은 “세밀한 정책 수단을 통한 가계부채 관리”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 원장은 지난 7월 기자들과 만나 “2021년 가계대출 급증 상황은 금리로 조정한 것이 아니라 미시적인 감독 행정 조정으로 팽창세를 관리한 바가 있다”고 사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금리 등 거시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이 큰 칼이라면 (금감원이) 세밀하게 행정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작은 정책 수단일 것”이라며 “가능하다면 타게팅할 수 있는 정책을 사용해 컨트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출 총량제 시행에 따른 부작용은 부담이다. 이전 정부에서는 대출 총량제 시행으로 집값 상승세가 소폭 꺾이는 등 효과를 봤지만 은행 대출이 중단돼 전세보증금, 분양 잔금을 구하지 못한 소비자가 발을 구르는 등 부정적 여파가 나타났다. 또 은행 대출이 막히면 당장 돈이 필요한 실수요자는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달려갈 수밖에 없다. 중·저신용자의 대출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금감원 “가계부채 당분간 증가…실수요자 대출절벽 없게 관리”
은행권에서도 대출 총량제 시행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추이가 꺾이지 않는다면 대출 총량제가 시행될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대출총량제가 시행되면 실질적으로 대출 받을 수 있는 요건이 충분히 되는데도, 시간 차로 대출을 은행에서 받지 못하게 되는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말 최후의 수단인 대출 총량제를 시행하게 되면 실수요자에게 타격이 갈 수밖에 없고 그럼 당국을 향한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총량제 실시가 소비와 내수를 침체시키는 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금감원은 관치금융 논란을 의식한 듯 26일 설명자료를 내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증가할 경우 재무건전성 및 금융시장 안정을 해칠 가능성이 있고, 소비자 보호 문제도 우려된다면서 금융당국 개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가계대출은 향후 금리인하 및 주택가격 회복 기대와 맞물려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경영계획 관리, 여신심사 강화 등에 있어 실수요자의 대출절벽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8월 달에 예상했던 것보다도 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가산금리를 여러 은행이 다같이 올려 버리면서 사실상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은행들이 금리만 올리고 대출도 줄이면 차주만 결국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은행들에 심사를 철저히 해 대출을 관리해 달라고 당부를 하는 것”이라며 “대출 총량 규제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3년 전 주담대 취급 중단 사태 벌어진 대출 총량제 거론
“아예 가능성 없지 않아…실수요자 타격 우려”
금융감독원장 질타에 은행들이 금리 인상 대신 사실상 ‘대출 총량제’로 가계부채 관리 방향을 틀고 있다. 대출 총량제가 실시되면 실수요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에서는 가격 정책, 비가격 정책 등 모든 수단을 열어놓고 가계여신 관리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오는 29일부터 수도권 소재 주담대 최장 대출기간을 30년으로 축소한다고 26일 밝혔다. 현재 최장 대출기간은 만 34세 이하는 50년, 그 외는 40년까지 가능하다. 대출기간이 줄어들면 한도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주담대 거치기간도 없앤다. 한도가 없던 주택 담보 생활안정자금 대출은 1억원으로 제한하기로 했고, 마이너스 통장도 한도를 5000만 원으로 줄였다.
“당국이 바란 것 아니다“…하루만에 비가격 정책 내놓은 은행들
우리은행도 같은날 내달 2일부터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출 모집 법인 한도 관리를 강화, 법인별 월 한도를 2000억원 안팎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소유권 이전, 신탁등기 말소 등 조건이 붙은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제한할 예정이다.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신한은행은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당분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플러스모기지론(MCI·MCG)도 중단했다. 이에 더해 신한은행은 다주택자에 대한 생활안정자금 취급 중단을 추가로 고민 중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5일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 움직임에 경고장을 날렸다. 이 원장의 발언이 나온지 하루 만에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발빠르게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이 원장은 “최근의 은행 가계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며 “은행 자율성 측면에서 개입을 적게 했지만, 앞으로는 부동산 시장 상황 등에 비춰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발언했다.
시중은행의 잇따른 대출금리 인상에도 가계부채는 결국 잡히지 안았다. 22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잔액(565조8957억원)은 7월 말(559조7501억원) 대비 6조1456억원이나 늘었다. 이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리고 결국 은행 배만 불렸다며 ‘관치 금융’ 비판이 커졌다. 이에 이 원장이 해명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 총량제 부활하나…형평성 논란·실수요자 타격 우려
일각에선 당국이 지난 2021년 은행별로 대출 한도를 지정하고 초과시 영업을 중단시켰던 대출 총량제가 부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시 금융당국은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대출 총량제를 도입, 은행별로 전년대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넘지 못하도록 관리했다. 이에 일부 은행에서 자체 수립한 연중 목표치를 초과, 주담대 등의 취급을 일시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출 총량제에 대해 금융당국 수장들은 엇갈린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김병환 신임 금융위원장은 “정량적인 기준을 가지고 조치하는 것은 기계적이다. 경험상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반면 이 원장은 “세밀한 정책 수단을 통한 가계부채 관리”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 원장은 지난 7월 기자들과 만나 “2021년 가계대출 급증 상황은 금리로 조정한 것이 아니라 미시적인 감독 행정 조정으로 팽창세를 관리한 바가 있다”고 사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금리 등 거시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이 큰 칼이라면 (금감원이) 세밀하게 행정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작은 정책 수단일 것”이라며 “가능하다면 타게팅할 수 있는 정책을 사용해 컨트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출 총량제 시행에 따른 부작용은 부담이다. 이전 정부에서는 대출 총량제 시행으로 집값 상승세가 소폭 꺾이는 등 효과를 봤지만 은행 대출이 중단돼 전세보증금, 분양 잔금을 구하지 못한 소비자가 발을 구르는 등 부정적 여파가 나타났다. 또 은행 대출이 막히면 당장 돈이 필요한 실수요자는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달려갈 수밖에 없다. 중·저신용자의 대출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금감원 “가계부채 당분간 증가…실수요자 대출절벽 없게 관리”
은행권에서도 대출 총량제 시행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추이가 꺾이지 않는다면 대출 총량제가 시행될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대출총량제가 시행되면 실질적으로 대출 받을 수 있는 요건이 충분히 되는데도, 시간 차로 대출을 은행에서 받지 못하게 되는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말 최후의 수단인 대출 총량제를 시행하게 되면 실수요자에게 타격이 갈 수밖에 없고 그럼 당국을 향한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총량제 실시가 소비와 내수를 침체시키는 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금감원은 관치금융 논란을 의식한 듯 26일 설명자료를 내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증가할 경우 재무건전성 및 금융시장 안정을 해칠 가능성이 있고, 소비자 보호 문제도 우려된다면서 금융당국 개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가계대출은 향후 금리인하 및 주택가격 회복 기대와 맞물려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경영계획 관리, 여신심사 강화 등에 있어 실수요자의 대출절벽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8월 달에 예상했던 것보다도 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가산금리를 여러 은행이 다같이 올려 버리면서 사실상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은행들이 금리만 올리고 대출도 줄이면 차주만 결국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은행들에 심사를 철저히 해 대출을 관리해 달라고 당부를 하는 것”이라며 “대출 총량 규제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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