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 김부겸·김동연과 갈등에…퇴원 이재명, 다시금 '말리는 시누이'
강성당원들 '비명' 비판 염두에 둔 듯
"분열은 패배 원인, 총구는 밖으로
동지를 적으로 만드는 것 경계해야"
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구는 언제나 밖을 향해야 한다"며 당의 화합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앞서 '이재명 일극체제'를 재확인한 8·18 전당대회 때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영상축사가 나오자 일부 당원들이 야유를 보내는 등 갈등이 표출된 바 있다. 각종 커뮤니티에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 글도 이어지면서, 이재명 대표의 이날 메시지는 당내 '계파 갈등'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는 것을 의식한 메시지란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7일 병원에서 퇴원한 후 '더 큰 원팀만이 민생 회복을 향한 국민명령을 받드는 길'이라는 제목의 페이스북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대다수 동지들이 그 지엄한 명령에 따라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일에 함께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 극단적 언어로 '누군가를 배제하자'는 분열의 목소리가 들려 걱정이 크다"며 "우리가 싸울 상대는 내부가 아닌 외부의 거악"이라고 적었다.
나아가 "내부 비판은 팩트에 기초해 동지의 예를 갖추고 품격 있게 해야 한다"며 "허위 과장 사실로 공격하거나 감정을 가지고 비방 폭언 하면 적이 된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거리가 있는 동지를 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분열은 패배의 원인"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총구는 언제나 밖을 향해야 한다. 동료에 대한 비판은 애정에 기초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이름으로 더 단단한 콘크리트가 되어 국민의 삶을 지키고 오늘의 절망을 내일의 희망으로 바꿔내자"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내부'에 해당하는 인사를 직접적으로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내부란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비명계 인사들을 의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당대회 이후 당을 향한 '이재명 일극, 일인지배 체제' 평가에 대한 부담과 함께, 외연 확장에 나설 기반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도 보인다.
일각에선 이날 이 대표의 메시지는 문재인 정부 출신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최근 정치 행보를 재개한 것, 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친문(친문재인)계 핵심 전해철 전 의원을 도정자문위원장에 위촉하며 비명 세력 결집에 나서고 있는 것 등이 영향을 미쳤단 관측도 나온다.
김 전 총리는 전날 라디오 인터뷰를 기점으로 정치권에 재등장했다. 다음 달부터는 강연 등 대국민 접점을 넓히면서, 향후 그가 비명계 구심점 역할을 할지 여부에도 촉각이 쏠리고 있다. 김 전 총리의 몸풀기는 지난 4·10 총선에서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이후 잠행을 한지 약 5개월 만이다.
CBS '뉴스쇼'에서 김 전 총리는 이재명 대표를 향해 "언제까지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대한민국 공동체를 책임지겠다고 하느냐, 그건 아니다"라며 민주당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지만 유연성 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당내 강성 지지층에겐 "우리가 존중하는 민주주의의 가장 큰 생명력이 다양성"이라며 "소수자들의 목소리, 나하고 다른 의견을 가진 목소리들이 존중받아야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라는 가치가 유지되고, 그만한 정도의 힘이 생길 수 있다"고 호소했다. 다만 이 같은 발언은 강성지지층인 이른바 '개딸'의 심기를 건드리며 김 전 총리를 향한 분노를 낳았다.
이재명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마을에서는 김 전 총리의 발언을 '헛소리'라 치부함과 동시에 '이재명 대표와 협력하고 같이 싸우지는 못할 망정 이 대표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저러고 있다. 진짜 민주당의 암적인 존재들이 아니겠는가'라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댓글에는 '지질하고 구질구질한 고스펙 무능력한 인간들' '요즘 왜이러는 걸까 싶다. 정체성도 모르겠다' '솔직히 부럽다고 말해라 괜찮으니까' '짜증유발자' '집에 가라 이제. 아이고 진상들' 등의 비난이 이어졌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향한 강성 지지층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전해철 경기도 도정자문위원장은 전날 위촉식 뒤 기자들을 만나 "김동연 지사와 정치적으로 함께 하거나 후원하는 역할 아니냐는 해석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거기에 대해서 나는 전혀 부정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김 지사를 향해 '광폭 행보' '포스트 이재명'이란 수식어 등이 등장하자 '얼마든지 붙어보자…허허허'라는 제목의 글에는 '경기지사는 거저 된 줄 아냐' '이재명에 견줄 수 있다 생각을 하는 거 같은데 주제파악 현실파악을 못한다' '배은망덕 수박(비명계를 향한 멸칭)지사' '정말 수박밭이다' '수박인 거 잘 알았으니 김동연에게 더 이상 표를 주는 일은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같은 기류가 형성된 상황에서 이 대표가 '내부단결'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내면서, 강성 지지층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있는 그대로의 말을 보자' '반명·비명 인사들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야 한다'는 반응이 있는 한편 '어디까지가 내부고 어디까지가 비판을 해도 되는 대상이냐'는 의문도 등장했다. 급기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내부인지, 외부인지를 두고도 통일된 의견을 도출하지 못한 채 의견이 엇갈리는 혼선도 나타났다.
이에 이 대표의 한 지지자는 '길게 호소를 해도 역시나 또 누구까진 되나, 이 사람은 괜찮나요(라고 한다). 대통령을 만들어드리고 난 후에 야근에 숙직까지 해가면서 욕하고 배척하셔라. 그때는 아무도 안 말릴 것이다. 한 표라도 행사할 가능성 있는 사람이면 적으로까지 만들지 말라'라고도 반응했다.
한편 이 대표가 퇴원하면서 애초 잡혀 있다 무산된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 일정 등도 다시 추진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코로나19에 확진돼 인천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으며, 이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의 평산마을 방문 일정도 순연됐다.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을 찾을 경우, 당내 계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해법 등 조언을 구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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