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 던진 외장하드 '음란물'…경찰 주워 수사 땐 불법? 합법?

김준영 2024. 8.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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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를 받는 피의자가 압수수색 직전 창밖에 던진 SSD(Solid-State Drive, 보조기억장치) 카드를 경찰이 주워 수사에 활용해 혐의를 적용했다면 위법일까 아닐까.

기사와 상관 없는 참고 SSD 사진. 사진 삼성전자

이를 두고 하급심에서 엇갈린 판단에 대해 대법원은 “위법한 증거 수집이 아니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1부(주심 김선수)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남성 A씨에 대해 “SSD 카드 증거 능력 부재”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2018년 4월 A씨는 여성 신체 사진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경찰은 해당 혐의를 기재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고 같은 해 6월 A씨 자택으로 향했다. 차량 압수수색을 위해 밖으로 나와달라고 A씨에게 전화로 요청하자, 잠시 후 아파트 창문에서 신발 주머니가 밖으로 던져졌다. 경찰이 신발 주머니를 열어보니 SSD카드가 있었다. 경찰 추궁에 A씨는 “신발 주머니와 SSD 카드는 내 것이 아니고 던진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유류물로 압수된 SSD카드에선 다양한 영상이 나왔다. 2017년 말 15세 여성과 성관계하는 장면을 비롯해 2018년 5월까지 여러 차례 다수의 아동 피해자와 성관계하는 영상이었다. 이와 별도로 두 차례 여성을 성 매수한 혐의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에 A씨는 음란물제작·배포, 성폭력범죄특별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성매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0년 6월 1심 재판부는 SSD 카드의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는 아동·청소년과의 성관계 장면을 허락 없이 촬영했다”며 아울러 “압수수색 과정에서 SSD 카드를 고층 아파트 창문 밖으로 던지는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고 짚었다. A씨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021년 1월 2심은 “SSD카드를 유류물로 압수한 절차는 위법하지 않다”면서도 “영장에 기재된 혐의(여성 신체 불법 촬영)와 관련성이 없는 점”, “분석 과정에 A씨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새 혐의를 발견했다면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으니 위법한 증거 수집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2심 재판부는 SSD 카드에서 비롯된 혐의인 음란물제작·배포, 성폭력범죄특별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하고 성매수 부분만 유죄로 인정했다. A씨의 형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대폭 낮아졌다.

대법원은 다시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 “형사소송법상 유류물을 압수하는 경우에 사전·사후에 영장을 받을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임의제출물과 달리 유류물은 제출자의 존재를 생각하기도 어렵다”며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검증에 적용되는 제한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A씨의 참여권 배제에 대해서도 “유류물은 참여권 행사의 주체가 되는 피압수자가 존재한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2심이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라”고 밝혔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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