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 결혼시켜라" 뜬금 주장 9년 뒤, 죽음의 결혼식 열렸다 [Focus 인사이드]
1928년 지구 반대편에 있는 국내의 신문이 기사로 보도했을 만큼 이미 세계는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평화를 해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때만 해도 괴팍한 정치인의 선전 선동 행위 정도로 치부하는 분위기였다. 그랬던 그는 1933년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민주적인 헌법과 체제 하에서 합법적인 방법으로 정권을 잡았다. 문제는 정권을 잡으면 바뀔 줄 알았던 그의 태도가 그대로였다는 점이었다.
모두가 우려한 대로 그는 즉각 베르사유 조약의 파기와 독일의 재군비를 선언했다. 비록 패전국 독일에게는 너무 가혹했지만. 그래도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 아슬아슬하게나마 평화를 유지해 왔던 시스템은 그렇게 순식간 종말을 고했다. 전 세계는 새로운 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였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보도 내용 중 일부다.
" (전략) … 계속되는 히틀러 총통의 종횡무진 한 난폭행위에는 영불(英佛)의 일류 정치가들도 손댈 수 없는 상태이므로 독일은 실로 구주(歐洲)의 화약고라고까지 하여 겁을 내고 있는데 … (후략) "
전 세계가 실시간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지금과 달리, 전혀 다른 세상이라 할 수 있는 유럽의 우려가 극동의 국내 일간지에 심각하게 보도된 것만 보더라도 당시 세계가 독일의 권력을 장악한 히틀러와 나치를 위험한 대상으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새로운 전쟁에 대한 위기감이 증대하자 제1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인 영국과 프랑스는 어떻게든 독일을 설득해 전쟁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결론적으로 악마에게 계속 당근만 제시해 평화를 구걸하고자 했던, 이런 나약했던 시도는 물거품으로 끝났다. 최소한 영국과 프랑스는 나치의 전횡을 방관하려 들지는 않았다. 그 과정의 하나라 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1936년 3월 영국 하원 회의에서 앤서니 이든 외상은 직전에 있었던 독일 방문 결과를 의원들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는 고조하는 위기를 타개하고자 히틀러와 요아힘 폰 리벤트로프 독일 외무장관과 연쇄 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였다. 바로 그때 노동당 소속 하원 의원인 윌리엄 손이 의사 진행 발언을 요청한 뒤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 독일의 히틀러 총통이 연속해 호전적 행태를 보이는 것은 그가 독신이기 때문이다. 조속히 결혼을 시켜 심신의 안정을 찾도록 해야 이런 기괴한 행위를 멈출 것이다. 그렇기에 이든 외상께서 직접 나서 히틀러 총통의 결혼을 주선할 용의는 없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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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엉뚱한 주장까지 나왔을 만큼 당시 히틀러의 행동은 수많은 이들을 불안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공식적인 의사 진행이었음에도 이든이 별도의 답변이 없었던 것으로 봐 손의 주장은 그저 튀어 보이고 싶은, 괴짜 의원의 단순한 해프닝성 발언으로 취급됐던 것 같다. 그런데 다음의 역사를 살펴보면 뭔가 상당히 의미심장한 주장이라고도 생각한다.
독일의 패망이 눈앞이던 1945년 4월 29일, 뜻밖에도 히틀러와 연인이던 에바 브라운과 결혼식이 열렸다. 핵심 참모 대여섯 명이 참석한 가운데 베를린시 하급 공무원의 주례로 지하 벙커에서 순식간 벌어진 일이었다. 일설에는 정부(情婦)가 아닌 정식 부인으로 기록을 남기고자 하는 브라운의 요청 때문이었다고도 한다. 그리고 40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이들은 동반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고 일주일 후 독일은 패망했다.
어쨌든 히틀러의 결혼과 동시에 유럽에서만 무려 3000만 명 이상의 엄청난 생명이 죽어간 거대한 전쟁이 막을 내린 셈이다. 물론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기는 하나, 어쩌면 손 의원은 이렇게 주장했을지도 모른다.
" 거봐! 진작 그를 결혼시켜야 했다니까. 그러면 전쟁이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몰라! "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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