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불똥 튄 오늘의집 "우리가 자본잠식? 통계 착시다"
티몬과 위메프 정산지연 사태로 이커머스 업계의 재무 건전성이 화두가 되면서 뜻하지 않게 주목을 받은 기업이 있다. 가구와 생활용품을 거래하는 인테리어 1위 플랫폼 ‘오늘의집’이다. 연간 거래액 2조원 규모의 오늘의집이 자본잠식 상태라는 보도가 나오자, 정산 지연 가능성을 우려하는 판매자들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늘의집 운영사인 버킷플레이스 측은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착시를 오해한 해프닝이며, 보유 자금이 충분하므로 판매자에 대한 정산 주기를 월 2회에서 일(日) 단위 정산으로 바꾸겠다”라고 밝혔다.
지영환 버킷플레이스 재무총괄(CFO)은 지난 26일 중앙일보와 만나 “회계 기준에 따라 자본잠식으로 보일 수 있지만, 총 자본이 2000억원이 넘고 유동비율도 200%가 넘는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의집 셀러 중에 티메프 사태로 피해를 본 분들이 있는데, 우리는 정산 대금을 별도 계좌로 따로 관리하고 운영자금으로는 한푼도 쓰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9월부터는 일정산을 도입한다”고 말했다.
버킷플레이스는 지난해부터 회계 방식을 한국회계기준(K-GAAP)에서 국제회계기준(K-IFRS)으로 바꿨다. 상장을 위한 사전 작업 성격이다. 바뀐 기준에 따라 오늘의집의 재무제표상 총자본은 -7989억원이 됐다. 자본잠식 상태라는 분석이 나온 배경이다. 버킷플레이스 측은 투자유치 당시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K-IFRS에서는 부채로 분류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종의 착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K-GAAP 기준으로 RCPS를 자본으로 분류하면 자본잠식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K-GAAP 기준 버킷플레이스의 유동부채는 1604억원, K-IFRS에서는 9074억원(RCPS 관련 7398억원)으로 급증한다.
지 재무총괄은 “회계기준에 따른 착시임에도 ‘자본잠식’이라는 말만 듣고 그냥 위험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면서 “K-GAAP 기준상 자본금은 2243억원으로 충분하고, 지난해 흑자로 전환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현금성 자산은 3110억원, 매출 2355억원, 당기순이익 23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회계법인의 확인을 거친 수치”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기 위해 RCPS를 발행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RCPS는 일정 기간 후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환권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이 모두 있는 증권이다. 성장 가능성이 큰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자들은 RCPS를 보통주로 전환하지만, 배당가능한 이익이 있는 기업일 경우 성장성이 떨어지면 상환을 요구한다. 회사에 따르면, 이달 14일 버킷플레이스의 RCPS 2만9997주가 보통주로 전환됐다. 초기 투자자가 보유 중인 RCPS가 만기(10년)가 도래하면서 전환된 것으로 풀이된다. 버킷플레이스가 발행한 총 주식(84만3301주) 중 보통주 39.5%, RCPS(60.5%)다. 버킷플레이스는 지금까지 3300억원의 누적 투자를 유치했다.
오늘의집은 2014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꾸준히 규모를 키워왔다. 현재 입점 업체는 2만 6000곳, 월 활성이용자수(MAU)는 350만명에 이른다. 이렇다 보니 회계기준에 따른 착시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부 판매자들은 ‘정산에 문제가 없는 것이냐’고 회사에 문의를 했다고 한다. 지 재무총괄은 “11번가나 G마켓 등 여유자금이 있는 안전한 업체들은 일정산을 하는데, 저희도 정산대금을 따로 관리해왔고 여유 자금이 충분하기에 일정산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버킷플레이스는 중국 기업으로부터 투자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지 재무총괄은 “구체적으로 해당 내용을 밝힐 순 없다”면서도 “현재로서는 굳이 신규 투자를 유치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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