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위기’ 때마다 국제유가 급등은 이젠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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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위기가 고조되면 국제유가가 급등한다는 건 지금껏 하나의 공식처럼 여겨졌다.
지난달 30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헤즈볼라 최고 사령관인 푸아르 슈크르가 사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헤즈볼라 최고 사령관이 사망한 지 약 한 달이 지났지만 원유 가격은 박스권에서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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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위기가 고조되면 국제유가가 급등한다는 건 지금껏 하나의 공식처럼 여겨졌다. 지난달 30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헤즈볼라 최고 사령관인 푸아르 슈크르가 사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중동 전쟁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유가 변동 폭이 확대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헤즈볼라 최고 사령관이 사망한 지 약 한 달이 지났지만 원유 가격은 박스권에서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전쟁 발발→유가 상승’ 공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유가 등락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수요와 공급, 산유국 혹은 산유국 인근에서 분쟁이 발생하는 지정학적 환경, 금리와 원·달러 환율 같은 금융적 요인이다.
그중 가장 폭발성이 큰 건 지정학적 요인이다. 전쟁이 발발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유가는 짧은 시간에 급격히 오를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 사이의 좁은 바닷길인데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20%가 이곳을 지나간다.
지정학적 요인은 다만 지속성은 떨어진다. 유가를 꾸준히 끌어올리는 것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할 때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쟁과 유가 상관관계 통념이 통하지 않는 배경을 안정적인 수급 균형에서 찾는다. 세계적으로 석유 수요량은 감소하고 있다. 특히 ‘원유 블랙홀’로 불리던 중국 수요가 크게 둔화했다. 중국 세관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원유 수입량은 4234만t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9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7일 “중국 내 전기차 보급으로 휘발유에서 전기로 에너지가 대체되며 원유 수입량도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줄어든 수요에 비해 공급은 안정적이다. 세계 최대 석유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플러스’(OPEC+)가 원유 감산을 하고 있지만, 미국·캐나다·가이아나 등 비OPEC+ 국가들은 오히려 석유 공급을 늘리고 있는 점이 수급 안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스라엘-헤즈볼라 간 분쟁으로 국제 유가가 잠시 오를 수는 있어도 원유의 수요와 공급이 비교적 안정적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유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과거에는 국제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유가가 오른다는 예상이 맞아떨어졌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꼭 일치하지는 않는 상황으로 바뀌었다”며 “수입 원유 가격 기준인 두바이유도 배럴당 80달러 수준에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밴드 구간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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