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후쿠시마 괴담과 거짓 정보 대처법
부산 자갈치시장은 요즘 손님으로 북적인다. 수산물을 사가거나 시장 안 횟집에서 생선회를 즐기는 고객으로 넘쳐난다. 건어물을 주로 취급하는 인근 신동아시장도 매출이 꾸준한 편이라고 한다. 서해안에서 제법 알려진 충남 서천군 수산물 특화 시장도 마찬가지다. 주말이면 서울·대전 등 외지에서 관광객이 줄을 잇고 있다. 전국의 다른 수산시장도 마찬가지다.
이런 분위기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가 시작된 1년 전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8월 24일 일본이 방류를 시작하면서 전국의 수산 시장은 초토화됐다. 상인들은 “이제 장사는 끝났다”고 탄식했다.
당시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일부 시민단체와 민주당 등 정치세력의 묻지마식 ‘공포 마케팅’ 때문이었다. ‘독극물을 푼 우물’, ‘방사능 테러’, ‘세슘 우럭’ 같은 극한 표현을 총동원한 선동이었다. 많은 전문가는 “한국 관할 해역에는 삼중수소가 전반적으로는 4~5년 뒤 ㎥당 0.001㏃ 정도가 유입된다”며 “기존 삼중수소 농도의 10만분의 1 수준이어서 분석 기기로 검출되기 힘든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일본의 오염처리수 방류 계획이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정부와 지자체도 수산물 소비 캠페인을 펼치는 등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전문가보다 야당 주장에 더 귀를 기울였다. 일각에서는 국제기구인 IAEA를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다가 방사능 검사에서 이렇다 할 결과가 나오지 않자 괴담은 조금씩 자취를 감췄다. 정부가 지난 1년간 국내해역에서 수산물 등 시료 4만여 건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세슘-134, 세슘-137, 삼중수소가 세계보건기구(WHO)의 먹는 물 기준 대비 훨씬 낮은 수준으로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태는 2008년 광우병 소동이나 2016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때와 닮아있다. “미국산 소 먹으면 뇌 송송 구멍 탁”이라는 괴담이 퍼졌고, “사드 전자파로 몸이 튀겨질 것 같다”라며 선동했다. 그러나 이상 징후는 없었다. 거짓 선동에 따른 피해는 막대하다. 오염처리수 괴담에 대처하느라 정부가 쓴 돈만 1조 5000억원에 달했다.
거짓 정보의 심각성에 대해 전문가들도 지적한다. 거짓 정보는 빛의 속도로 유통된다고 한다. ‘거짓은 날아가고 진실은 절뚝거리며 뒤따라간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특히 “뉴스를 소셜미디어 등으로 접하는 시대에는 가짜 정보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영국의 사회심리학자 샌더 반 데어 린덴은 『거짓의 프레임』에서 “잘못된 정보의 영향력을 바로 잡으려면 믿을 만한 대안으로 팩트를 꾸준히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과제임을 강조하고 있다.
김방현 내셔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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