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매스터 “文, ‘핵은 김정은에게 방어용’이라 말했다”
펜스 “공격 목적 가능성에 대비해야”
정상회담서 韓 ‘협상’ 美 ‘제재’ 이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7년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방미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무장에 대해 “(그는) 방어를 위해 필요하다고 믿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허버트 맥매스터(사진)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밝혔다. 재집권에 도전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거래 관계로 보고 있다는 일화들도 다시 한번 공개됐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두 번째 안보보좌관을 지낸 맥매스터는 27일(현지시간) 펴낸 회고록 ‘우리 자신과의 전쟁: 트럼프 백악관에서의 나의 임무 수행’에서 트럼프 재임 초기 한·미 관계를 상세히 기술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2017년 6월 30일 당시 문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트럼프와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김정은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에 비유하며 “방어를 위해 핵이 필요하다고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펜스는 문 대통령에게 “이미 북한은 서울을 겨냥한 재래식 포를 보유했는데 왜 핵이 필요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우리는 김정은이 ‘공격적 목적’으로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정은은 올해 초 “유사시 핵 무력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했다.
맥매스터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가 첫 정상회담부터 대북 정책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고 돌아봤다. 그는 “양국 간 공동성명을 작성하는 과정에 한국 측은 지속해서 북한과의 협상 전망을 강조하는 표현을 고수했다”며 “반면 백악관 안보팀은 비핵화가 김정은에게 최선의 이익이라는 점을 설득하기 위해 제재 이행을 강조하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맥매스터는 한·미 정상회담을 끝낸 지 사흘 뒤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자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때 정 실장은 “문재인정부는 아직 도발에 사용된 미사일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규정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맥매스터는 “의용, 당신이 ICBM이라고 부르지 못한다고 해서 그 미사일이 ICBM이 아닌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따졌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재검토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데 대해 트럼프가 격노했다는 주장도 있다. 맥매스터는 “당시 10억 달러(1조3310억원)에 달하는 요격 미사일 시스템 배치를 다시 고려하겠다는 문 후보 발언을 들은 트럼프는 나에게 (사드 배치 비용을) 한국이 스스로 내게 해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또 2017년 11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미동맹으로 미국이 한국에 손해를 보고 있다는 시각을 여러 차례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는 경기도 평택의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한 뒤 빈센트 브룩스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에게 기지 건설비용을 물었다. 브룩스 사령관은 108억 달러라고 답변하면서 “한국이 98억 달러를 지불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이 말을 들은 뒤 왜 100%를 받아내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하는 트럼프의 언급도 회고록에 나왔다. 맥매스터는 트럼프가 “우리가 한국에서 나오고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을 처리하게 놔두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맥매스터의 358쪽짜리 회고록에 한국과 북한은 221차례, 문 전 대통령은 47차례, 김정은은 26차례 등장한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한 핵심 관계자는 회고록 내용에 대해 “노코멘트”라며 “대통령님의 당시 발언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지도 않을 뿐 아니라 장관급 인사의 주장에 대해 전직 대통령이 입장을 내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최승욱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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