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컷] K무비 판 뒤집는 여자들
여성 주연작은 증가했지만, 성평등 지수는 오히려 후퇴했다. 올 3월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지난해 한국영화 성인지 결산을 보면 순제작비 30억원 이상 한국 상업영화 35편 중 여성 주연은 9편(25.7%)으로, 팬데믹 전 2019년(17.8%)보다 비중이 늘었다. 그러나 한국영화 흥행 30위 중 작품 내 여성 캐릭터 비중을 계량하는 ‘벡델 테스트’(①이름 가진 여자가 2명 이상 나올 것 ②그 두 명이 서로 대화를 나눌 것 ③그 대화가 남자와 관련된 것이 아닐 것)에 통과 못 한 작품은 58.6%로, 2019년의 56.7%보다 도리어 악화했다. 벡델 테스트는 미국의 레즈비언 만화가 벡델(Bechdel)의 이름을 따서 만든 용어.
영진위는 팬데믹 후 영화계가 양극화하며 고예산 영화에 남성 창작인력, 남성 중심 서사가 집중하는 경향이 심해진 것도 요인으로 분석한다. 지난해 순제작비 30억원 이상 여성감독 영화는 단 1편(2.7%)으로, 2019년 10.2%보다 성비 불균형이 더 심해졌다. 글로벌 시장을 넘보는 K무비의 현주소다.
이처럼 척박한 시장에서도 여성에 대한 전형성을 거스른 도전으로 생존 경쟁력을 입증한 주역들은 존재한다. 올해 5회를 맞은 ‘벡델데이’는 한국영화감독조합 주최로 매해 성평등 가치를 실천한 한국 영화·시리즈(벡델초이스10) 및 창작자(벡델리안)를 선정해온 행사. 1985년 고안된 기존 벡델 테스트에 주요 스태프의 여성 참여 등의 잣대를 더했다.
올해 영화부문 벡델리안은 ‘밀수’(사진) 제작자 강혜정, ‘시민 덕희’ 배우 라미란, ‘교토에서 온 편지’ 김민주 감독, ‘비밀의 언덕’ 이지은 감독 등. 드라마 부문은 ‘밤에 피는 꽃’ 배우 이하늬, ‘LTNS’ 전고운·임대형 감독, ‘졸업’ 박경화 작가, ‘힘쎈여자 강남순’ 백미경 작가가 선정됐다. 내달 7일 벡델리안의 토크 프로그램도 열린다. 서사는 결국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다양성을 위한 첫걸음은 대화와 이해에서 비롯된다.
나원정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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