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스타 출신은 감독 못해?" 속설 신경 안 쓴다는 김연경

김효경 2024. 8. 2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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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에서 전지훈련중인 흥국생명 김연경. 사진 흥국생명

배구 여제 김연경(36·흥국생명)의 미래는 어떨까. 중국 전지훈련 중인 김연경이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김연경은 2024~2025시즌을 앞두고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갔다. 중국 상하이에서 진행 중인 팀 전지훈련에 합류해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상하이는 김연경에게 남다른 인연이 있는 곳이다. 2017~2018시즌과 2021~2022시즌, 상하이 소속으로 뛰며 팀을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렸다.

김연경은 "전지훈련 예정지가 일본이나 국내도 있었는데, 단장님께서 '상하이는 어때'라고 물어보셔서 제가 '괜찮다'라고 했다. 지금 묵고 있는 호텔도 예전 상하이에서 선수 생활할 때 좀 묵기도 했던 곳이라 고향에 온 느낌으로 잘 지내고 있다. 함께 했던 감독님이나 스태프, 선수들도 만나서 반가웠다"고 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전지훈련중인 흥국생명 김연경. 사진 흥국생명


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의 훈련장 입구에는 김연경이 과거 뛰었던 사진 여러 장이 붙어 있다. 기간은 짧지만 상하이 구단에서의 김연경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 수 있는 모습이다. 김연경은 "사진을 바꿨을 줄 알았는데 예전 사진들을 많이 걸어놨더라. 상하이 구단 단장님에게 물어보니 '김연경 사진은 영원히 안 바꾼다'고 했다"면서도 "내년에 왔을 때는 바뀌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웃었다.

김연경은 비시즌 기간 다양한 활동을 했다. 자신이 설립한 KYK 파운데이션 주도로 국가대표 은퇴식을 치렀다. 국제배구연맹(FIVB) 선정 12인의 홍보대사 자격으로 2024 파리 올림픽도 다녀왔다.

은퇴식에선 과거 2012 런던, 2020 도쿄 4강 신화를 함께한 대표팀 선후배들과 함께 해 더욱 뜻 깊었다. 김연경은 "세계 올스타 경기를 추진하다 나온 아이디어였다. 국가대표 은퇴식도 저 혼자 하려던 걸 더 키워서 대표팀을 같이 했던 동료들과 함께 하게 됐다.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되어 좋았다. 언니들도 고맙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고 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전지훈련중인 흥국생명 김연경. 사진 흥국생명

파리 방문에 대해선 "팀 스케쥴과 겹쳐 조심스러웠는데, 팀에서 흔쾌히 다녀오라고 했다. 워낙 일정이 빡빡해 다른 종목을 즐길 시간도 별로 없이 올림픽 배구를 즐기러 온 팬분들과 함께 하는 이벤트를 함께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로 올림픽에 참가했을 땐 경기장과 선수촌만 오갔는데, 경기장 주변과 팬들의 응원, 함성을 보면서 많은 걸 느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편에선 우리나라 배구가 올림픽에 오지 못한 것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더라"고 했다.

김연경은 2022~2023, 2023~2024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하지만, 소속팀 흥국생명은 2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서 준우승에 그쳤다. 우승에 대한 갈망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연경은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다가올 시즌을 준비하려 한다. 그는 "예전부터 우승을 많이 해본 경험이 있다 보니 그 달콤함을 잘 알기에 우승에 대한 갈망이 더 컸다. 그래서 더 많이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고 돌이켰다. 이어 "다가올 시즌은 즐기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 더 좋은 결과가 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전지훈련중인 흥국생명 김연경. 사진 흥국생명


그러기 위한 노력도 해나갈 계획이다. 김연경은 "우승이라는 건 비시즌 동안 노력을 했느냐에 따라 그 결실을 맺는 거다. 실력이나 노력만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지난 2년 동안 깨닫게 된 것 같다. 구단에서도 스태프와 지원를 늘렸다. 구단이 우승을 간절히 바라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로 하겠다는 것은 변함없다"고 했다.

흥국생명은 김수지가 새롭게 주장직을 맡았다. 김연경은 "후배(김미연)가 하다가 친구가 맡는다고 해서 내 입장이 달라질 건 없는데, 변화하는 제 친구 수지의 모습을 많이 보는 것 같다. 팀에 대해 훨씬 더 신경을 많이 쓰는 모습이더라"고 했다.

김연경은 한국 스포츠에서 가장 큰 팬덤을 가진 선수다. 그는 "너무 많은 관심과 응원이 좋을 때도 너무 많지만, 가끔은 힘들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는데, 저는 그럴 때도 그러지 못하니까"라며 "불편함이나 힘듦은 있지만, 내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 것에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한다. 오히려 즐기려고 한다"고 감사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전지훈련중인 흥국생명 김연경. 사진 흥국생명

'선수 김연경'의 시간은 곧 끝이 난다. 현역 은퇴 이후의 그림을 하나씩 그려나가고 있는 김연경은 최근 들어 꽤 달라진 밑그림을 공개했다. 은퇴 후 지도자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꽤 커졌다. 그는 "다양한 그림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긴 한데, 최근 우선순위가 좀 바뀌긴 했다. 은퇴 이후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예전엔 가장 아래에 있었다면, 최근 들어 현장에서 선수들을 직접 가르치고, 팀을 이끄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위로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수퍼스타 출신 선수는 감독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속설이 있다. 김연경은 "그런 속설에 대해서 신경 쓰진 않는다. 오히려 주변에서 '지도자로 잘해봐야 본전'이라고 많이 얘기한다. 선수 때 쌓은 명예나 평판을 왜 지도자를 하면서 깎아먹으려고 하느냐고 하지만, 그런 생각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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