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밀 수용으로 국가 배상까지…한국 교도소 이대론 안 된다 [금용명이 소리내다]

금용명 2024. 8. 2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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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열악하고 구금 위주 설계
건물 신축, 가석방 확대 어려워
국가적인 재범 방지 대책 절실
국내 교도소는 낙후된 시설과 과밀 수용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신축된 교도소도 교화에 적합한 구조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왼쪽 사진은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한 장면. 그래픽=김지윤 기자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 한국의 교도소와 구치소는 과밀 수용이라는 심각한 문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대부분의 교도소가 정원이 5인인 13.15㎡(약 3.98평) 공간에서 두 배에 가까운 9명이 수용되는 초과밀 상태다. 수용자는 화장실 1개와 선풍기 1대로 더위와 힘든 싸움을 해야 한다.

2016년 헌법재판소는 과밀 수용이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어, 수용자에 대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결정했다. 수용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기본적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내 교정 시설 수용 정원은 약 4만9900명인데 정확하다고 볼 수 없다. 이는 전체 수용 면적을 1인당 면적인 2.63㎡로 나눈 것인데 과거에 지어진 시설은 이런 기준을 따르지 않았다. 예컨대 3㎡짜리 방이 9개(27㎡) 있으면 정원은 10명(26.3㎡)을 넘지만, 실제 10명을 수용하려면 어느 한 방에는 2명이 들어가야 한다. 지난해 하루 평균 수용 인원은 5만6000명을 넘었고 올해는 6만 명으로 늘어났다. 여성의 사회 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여성 범죄가 늘었고, 여성 수용자의 과밀 수용은 더 심각하다.

수도권에 있는 한 구치소 수용률은 남자 수용동 145%, 여자 수용동 190%에 달한다. 2022년 대법원은 과밀 수용을 원인으로 한 국가배상청구 사건에서 국가는 수용자들에게 각각 위자료 150만~3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확정하여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도 과밀 수용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점이 인정된다며 과밀 수용 기간이 300일 이상인 35명에게는 각 150만원, 100일 이상 300일 미만인 11명에게는 각 70만원 등 국가가 6025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공동체의 질서를 위반하여 처벌을 받은 범죄자들에게 국가가 위법 행위를 하여 배상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밀 수용을 해결하기 위한 통상적인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교도소를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새 교도소 건축을 반대하거나 기존 교도소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자신의 안전과 재산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니 이를 존중해야 한다. 국가는 지역 주민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하나는 수용 인원을 줄이는 방법으로 가석방을 확대하거나 구속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밀 수용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처벌을 충분히 받지 않았고, 아직 사회 적응 능력이 갖추어지지 않은 위험한 범죄자를 사회로 돌려보내는 것이 온당한가. 국민이 우려할 뿐만 아니라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의 책무를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근본 해결책 중 하나는 재범을 방지하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업무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정책이어야 함에도 모든 국가기관은 범죄자 수용을 교정 당국에 맡겨둔 채로 방관하고 있다. 일본은 2016년부터 ‘재범방지 등 추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범국가적인 재범방지대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결과 2023년 수용률 45.7%, 인구 10만 명당 구금자 수 33명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구금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모든 국가기관이 참여하는 재범방지 대책을 수립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행동해야 할 때다.

아울러 교도소를 제대로 건설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교도소는 주요 국가시설이고 다양한 기능들이 한정된 공간에 존재하는 복잡하고 특수한 건축물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이를 제대로 건축할 능력이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지난 2021년 6월 완공된 대구교도소는 배수처리 시설의 미비로 예정보다 2년 이상 늦어진 시점에 실제 수용이 이뤄졌다. 수용 시설의 특성상 물 사용이 일반 건물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수처리 용량의 문제는 이전에 신축된 대부분의 교도소에서도 발생하였으나 개선하지 못하고 준공된 교도소를 2년 이상 비워둔 채로 막대한 예산을 추가로 투입한 것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일본 강점기부터 국내 교도소는 구금 위주의 시설로 만들어졌다. 최근에 지어진 교도소는 시설이 개선됐지만 기본 구조는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 이들이 범죄를 지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교도소 구조는 수형자의 프라이버시와 존엄성, 자존감을 침해하고 있으며 오히려 범죄성을 강화하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제는 수용동을 수용자들이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정상 환경(Normative Environment)으로 건축해야 한다. 미국의 교도소는 공동생활 공간을 중앙에 배치하는 4세대로 진화해 가고 있는데 한국 교도소의 기본 설계는 복도와 수용 공간을 단순 분리한 1세대에 머물고 있다.

과밀 수용을 해소하고 인간이 살 수 있는 교도소 환경을 만들기 위한 방안은 미국이나 일본처럼 법무부 내에 설계 전문가가 포함된 교정시설 건축전담팀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교도소 건축 기술을 발전시켜 가야 한다.

존중받아 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 안다고 한다. 정상 환경을 구현한 교도소가 단절의 시간과 격리의 공간이 아니라 연속의 시간이자 공존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때 국가는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범죄자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금용명 교도소연구소 소장·전 안동교도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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