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K팝·K푸드 혁신 이어갈 ‘K파이낸스’
테슬라 1주당 213달러. 뉴욕 증시에서 지난 26일 기준 가격이다. 세계 154개국 투자자들은 같은 가격으로 테슬라 주식을 살 수 있다. 미국인이라고 더 싼 가격으로 구매할 수 없고, 한국인이라고 웃돈(프리미엄)을 내고 사는 것도 아니다. 어느 나라에서든 같은 가격을 지불하고 테슬라라는 기업의 주주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누구든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주식의 매력에 국내 투자자, 일명 ‘서학개미’들은 미국 주식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해외 주식·채권 보관액은 약 175조원으로 반년 만에 22%나 늘어났다. 이렇게 갈수록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투자자와 투자 트렌드의 영향력이 커지는 추세지만, 여전히 숙제가 남아있다. 바로 세계 금융 무대에서 혁신 증권사, 자산운용사로 인정받는 일이다.
“자사 서비스에 최신 기술을 얼마나 활용하고 있죠?” “증권사에 엔지니어 인력은 몇 명이나 되나요?”
얼마 전 미국 나스닥거래소에서 열린 글로벌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모임에 참석했다가 직접 받은 질문들이다. 그들은 한국의 토스증권이 금융앱(애플리케이션)에서 시작한 모바일 핀테크 증권사라는 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해외주식 거래 절차 간소화, 새로운 적립식 투자 기준 제시 등 회사의 시도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증권 사업으로 이익을 얼마 냈는지보다 얼마나 고도화된 기술을 서비스에 접목했는지, 얼마나 많은 개발인력을 갖추고 있는지, 이를 통해 어느 만큼의 혁신을 이뤄내고 있는지 궁금해한다는 점이 무척 인상 깊었다.
이미 한국을 가리키는 ‘K’ 마크는 글로벌 대세로 자리 잡았다. 세계인을 열광시킨 K팝부터 드라마와 영화 등 K콘텐트, K푸드는 세계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인기 있는 K트렌드를 분석해보면 테크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이 큰 몫을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지금까지 금융투자회사는 거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자본 중심 회사들이 주류를 이뤘지만, 이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기술기반 회사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면서 자본집약적 금융 산업 체제가 개편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 증시가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위상을 갖추려면 우선 증권사부터 혁신 기업이 돼야 한다. 단순히 해외 상품을 발굴하고 현지 법인을 세우는 것을 넘어 ‘파괴적 혁신’을 토해 성장해야 현지 금융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이제는 글로벌 증권사가 한국에서 나와야 할 때, ‘K파이낸스(Finance)’가 혁신의 맥을 이어갈 때다.
김승연 토스증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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