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폭염에 ‘휴포자’ 급증…상인들 “매출 3분의1 토막”
# 16년간 강원도 평창군에서 민박·펜션을 운영해온 이모(58)씨는 “이번 여름 휴가철 장사는 망했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통상 7월 15일~8월 24일 한 달 반 정도가 성수기인데 올해는 7월 28일~8월 6일 열흘 정도 예약이 찬 후 지금까지 손님이 없어서다. 작년과 비교하면 7~8월 매출이 15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3분의 1토막 났다고 했다. 이씨는 “다들 어디로 가나 했더니 죄다 동남아로 가고 있더라”라며 “주변 상권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여름 휴가철 장사 대목에 대한 기대감이 물거품이 되는 분위기다. 27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관광 지출액은 3조271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3조5892억원)보다 3181억원 줄었다. 집계가 시작된 2018년 이후 7월 관광 지출액이 팬데믹 영향으로 2조원대를 기록했던 2020·2021년 다음 세 번째로 낮다. 엔데믹이 본격화한 2022년 7월 3조6990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관광이 활성화되나 싶었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하향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관광 수요가 줄어든 주요 배경으로는 해외여행 선호가 높아진 점이 꼽힌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선 여행객 수는 767만6568명으로 1년 전(638만3081명)보다 20.3% 증가했다. 반면 국내선 여행객 수는 257만405명으로 1년 전(259만4570명)보다 0.9% 줄었다.
여기에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국내 여행객의 씀씀이는 줄었다. 전국 17개 시·도 중 작년 7월과 비교해 관광 소비가 늘어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6곳은 방문자 유입이 늘었지만 이곳 역시 관광 소비는 줄었다. 예컨대 세종은 방문자 유입이 전년 동월보다 4% 늘었지만 관광 소비는 8.8% 줄었고, 대전도 방문자는 2.9% 증가했지만 소비는 8% 감소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산층 이하는 고물가로 인한 소비 압박을 직격으로 받는다. 특히 여행은 선택적 지출이기 때문에 여행을 포기하거나 가더라도 지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2%포인트 증가한 2.6%, 생활물가는 이보다 높은 3%를 기록했다. 서민들의 지갑 사정이 팍팍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폭염으로 인해 ‘휴포자(휴가포기자)’가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고 풀이된다. 지난달 열대야 수는 8.8일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평년(2.8일)보다 약 3배가량 많았다.
아내와 ‘7말8초’ 강원도로 2박 3일 여행을 계획했던 박모(32)씨는 “날씨가 너무 더워 나가 놀지도 못할 정도라고 판단해 휴가를 접었다”라며 “9월 추석 즈음에 연차를 내고 늦은 휴가를 다녀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름 휴가철 특수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내수 침체 장기화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5%로 낮춘 핵심 이유로 ‘내수 부진’을 꼽았다.
이에 정부·여당은 내수 진작을 위해 76주년을 맞는 10월 1일 국군의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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