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포시즌스 남하이로 가야 하는 이유
휴가는 무릇 외부로부터 완벽한 ‘단절’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업무는 다 끝내고, 일정은 조율하고, 신경 쓰일 만한 일을 해치운 채 홀가분하게 떠나는 것! 그러나 차츰 깨달았다. 휴식을 방해하는 모든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며, 오히려 그래야 한다는 의무감이 휴가를 즐길 수 없게 한다는 걸 말이다. 그렇다면? 이번 휴가는 물리적 육체를 아름다운 풍광 속으로 옮겨 두는 것에 의의를 두리라. 노트북과 헤어질 수는 없더라도 눈앞의 풍경과 공기가 다르다면 그것만으로도 충전되지 않을까?
베트남 다낭공항에서 차로 40여 분. 호이안에 자리 잡은 포시즌스 리조트 남하이(Four Seasons Resort the Nam Hai, Hoi An)는 호화롭고 농축된 ‘워케이션’을 결심한 내게 완벽한 선택이었다. 비행 시간은 고작 4시간 30분, 시차도 두 시간 차이니 비행 내내 쌓여 있을 메시지에 두려워하며 스마트폰을 다시 켤 일도, 시차를 계산해 서울에 있는 이들과 연락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나흘 동안 내 집이 돼줄 곳은 어디인가? 포시즌스 남하이의 객실 타입은 네 종류의 빌라 그리고 원 베드룸부터 5 베드룸으로 구성된 풀 빌라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기쁜 소식. 당신이 ‘물속성’ 인간이라면 포시즌스 남하이의 수영장과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 메인 수영장의 개수는 3개인데, 14세 이상부터 이용 가능한 ‘콰이어트 풀’은 깊이 1.5m, 길이 50m에 달한다. 조금 과장해서 바다 수영 부럽지 않은 개방감을 느끼며 헤엄칠 수 있달까? 그렇게 빌라에 비치된 자전거에 노트북과 책을 챙겨 아침 7시에 문을 여는 ‘카페 남하이’에서 식사한 뒤 바로 옆의 선베드에 누워 수영과 오전 업무를 넘나드는 것은 이곳에 머무는 동안 내 루틴이 됐다.
리조트에서만큼은 일정에 쫓기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포시즌스 남하이의 다양한 액티비티는 위로가 된다. 투숙객 대상 모닝 요가 수업을 놓쳤다고? 걱정하지 말자. 우리에게는 10시에 또 한 번의 기회가 있으니까. 그조차 놓쳐도 괜찮다. 또 다른 유료 프로그램들이 요일과 시간대별로 준비돼 있으므로. 내 선택은 ‘플라잉 요가(Aerial Yoga)’. 탁 트인 공간에서 부드러운 베트남 중부의 대기 속에 몸을 이완했다. 둘째 날부터는 ‘버기’보다 자전거로 다니는 걸 즐기게 됐다. 잘 자란 야자수가 드리워진 길은 한낮에도 덥지 않았고, 가든을 가로질러 해변까지 페달을 밟으며 맞는 바람은 상쾌했으므로. 만약 당신이 리조트 식사는 너무 천편일률이라며 배부른 투정을 하는 미식가라 해도 이곳은 만족스러울 것이다. ‘카페 남하이’에는 저녁이면 인디언 퀴진이 추가되고(정성스럽게 구운 사테 요리는 한국에서 맛볼 수 없는 수준이다!), 베트남과 프랑스 퀴진이 접점을 이룬 ‘라 센’, 도쿄 거주 경험을 토대로 거의 30년을 일식에 헌신한 셰프 알렉스 모란다의 오마카세 ‘나유’도 있다. 포시즌스 서울에 근무했던 오재영 총괄 셰프의 수준 높은 한식도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현지인의 말에 따르면 ‘베트남의 다른 지역에서 먹으면 그 맛이 절대 나지 않는다’는 호이안의 전통 국수 ‘카오 라우(Cao Lu)’는 반드시 맛볼 것. 탱글탱글 쫄깃한 면에 매콤한 국물이 자작하게 스며드는 이 국수를 또 먹기 위해서라도 호이안에 가고 싶어질 것이다. 중국 하이난 이민자들이 호이안에 정착하며 새롭게 발전한 원조 하이난 치킨 라이스 또한 빼놓지 말고 맛보길.
말이 나와서 말인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호이안 올드 타운 투어는 반드시 해볼 만하다. 중국과 인도의 중간 교역지로 포르투갈이나 일본 상인까지 모여들었던 호이안은 17세기 말 무렵에는 중국인만 6000명이 거주할 정도였다. 19세기 무렵 30km 떨어진 다낭에 그 영광을 빼앗겼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관심의 중심에서 벗어난 덕분에 전쟁에서 공격 목표가 되지 않아 목조 건물과 중세 도시 건축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거리는 리조트에서 차로 20분 정도, 로컬 가이드와 함께하고 싶다면 사흘 전까지 사전 신청하면 된다. 참! 리조트 부지에서 이뤄지는 모든 요청은 포시즌스 전용 애플리케이션 채팅 기능을 이용하면 자동 번역돼 100% 실시간 전달되니 참고하도록. 운 좋게도 머무는 동안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 또 하나 있었다. 디올 리비에라 컬렉션 팝업 스토어와 디올 카페가 여름 내내 베트남 최초로 열린 것. 아름다운 포시즌스 남하이의 풍광에 조개껍질로 만든 갖가지 야생동물 장식과 패턴이 활기를 더하고,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디자인한 천체 패턴이 선베드와 라운지 체어를 덮는 장관이 펼쳐졌다.
이른 아침 하 미(Ha My) 해변으로 나가니, 산책 중인 지역 주민의 모습이 보였다. 모래에 몸을 파묻고 일출을 기다리는 할아버지, 일찍 바다 수영을 즐기는 어린 커플을 보며, 나 또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일출을 바라볼 수 있다면, 메일 10통쯤은 순식간에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취재협조www.fourseasons.com/kr/ho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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