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 때 성적 같아도 부모 잘살면 상위권대 3배 더 갔다
부모 경제력, 서울 및 학군지 거주 여부 같은 사회경제적 배경이 대학입시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서울 쏠림 현상, 사회경제적 지위 대물림 등을 심화해 한국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지방 학생은 갖고 있는 잠재력에 비해 좋은 교육 기회를 받지 못하는 ‘잃어버린 인재(Lost-Einsteins)’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27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이동원 미시제도연구실장, 정종우 과장 등 연구진은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가난하지만 잠재력이 높은 지방 학생보다 평범하지만 부유한 서울 학생이 좋은 대학에 입학할 기회를 더 많이 받고 있다”는 게 연구진의 진단이다.
연구진은 우선 ‘한국교육종단연구2005’ 원자료를 이용해 2005년 중학교 1학년이던 학생들의 ‘잠재력’과 ‘대학진학률’을 분석했다. 여기서 잠재력은 중1 수학성취도 점수로 측정했다. 잠재력이 비슷하다면 상위권대(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8개 대학과 의대·치의대·한의대·수의대) 진학률도 비슷해야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소득 상위 20% 그룹에서 상위권대 진학률이 5.9%로 나타나지만, 소득 하위 80% 그룹에서는 진학률이 2.2%에 그쳤다.
연구진은 “양 소득 그룹 학생들의 잠재력이 같다고 가정하고 보면, 경제력이 상위권대 입시에 약 75% 작용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부모 경제력뿐 아니라 서울 거주 여부도 입시 결과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었다. 2018년 기준 서울과 비서울 지역 일반고 학생의 서울대 진학률을 비교해 보니, 잠재력보다는 사는 곳이 더 중요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 접근성(학원가 인프라), 면학 분위기로 인한 동료 효과 등이 작용한 결과다.
2018년 입시를 분석해 보니, 이 시기 학생 잠재력을 고려하면 서울에선 고3 학생 중 0.44%가, 비서울 지역에선 0.4%가 서울대에 진학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분석에서는 학생 잠재력을 부모 소득을 바탕으로 계산했는데, 학계에선 부모의 소득과 자녀의 지능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어서다.
잠재력은 비슷했는데, 실제 결과는 달랐다. 서울 지역에선 0.85%가, 비서울 지역에선 0.33%만이 진학했다. 연구진은 “서울과 비서울 간 서울대 진학률 격차의 8%만이 학생 잠재력의 영향이고, 나머지 92%는 거주지역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봤다.
사교육 환경이 좋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로 범주를 좁히면 차이는 더 벌어졌다.
학생 잠재력이 비슷하다고 가정했을 때 다른 지역이나 서울 내 다른 구와 비교해 서울대 진학률이 8~9배 높았다. 부모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이 입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계층이동 기회가 줄어들고 사회경제적 지위 대물림 현상도 심화한다.
연구진은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상위권 대학 입시 정원에 반영하는 ‘지역 비례 선발제’를 대안으로 내놨다. 한 지역에 전국 고교생 중 일정 비율이 공부하고 있다면, 대학 정원도 그 비율을 고려해서 해당 지역 학생을 뽑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대학별로 시행 중인 지역 균형선발 제도하에서보다 더 많은 지방 학생이 상위권 대학 교육 기회를 받게 된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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