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받고 기밀 넘겨" 軍정보사 군무원 구속기소…간첩죄는 적용 안 해
해외 대공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의 '블랙 요원' 명단 등을 유출한 정보사 소속 군무원 A씨에 대해 군 검찰이 뇌물죄를 추가해 27일 구속 기소했다. 앞서 초동 수사를 진행했던 국군방첩사령부가 이 사건을 군 검찰에 송치하면서 적용했던 군형법상 간첩죄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는 A씨가 북한에 민감 정보를 넘겼다는 점을 법적으로 증명하기엔 부족했다는 의미도 된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날 "금전을 받고 군사 기밀을 누설한 정보사 요원 A씨를 군형법상 일반 이적, 특정범죄 가중처벌법(특가법)상 뇌물죄, 군사 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앞서 방첩사는 지난 6월 초 A씨가 중국 동포 등에게 블랙요원 명단이 포함된 2·3급 군사 기밀 여러 건을 넘긴 사실을 적발하고 A씨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달 28일에는 그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즉시 발부했다. 방첩사는 이달 8일 군 검찰에 A씨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서 군형법상 일반 이적죄와 간첩죄를 적용했다. 여기에는 A씨가 넘긴 블랙 요원의 신상 정보가 이미 북한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방첩사의 판단이 작용했다.
그러나 군 검찰은 A씨에게 최종적으로 간첩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가 군사 기밀을 넘기면서 해당 정보가 적(敵)인 북한에 넘어갈 것이란 점을 미필적이나마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법적으로 증명하기 쉽지 않다고 봤다는 의미다. 현행 법 체계에선 간첩죄나 국가보안법 위반죄가 유죄로 인정되려면 북한 공작원과 보고문·지령문을 주고 받는 등의 구체적인 증거가 뒷받침돼야 한다.
대신 외국인이나 외국 정부에 정보를 빼돌렸을 때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는 군형법상 일반 이적죄는 그대로 적용됐다. 앞서 2018년 정보사 공작 팀장 출신 황모씨는 중국·일본 측에 정보사 요원 관련 정보를 넘긴 혐의로 징역 4년이 확정됐다. 2022년 수천 만원어치 비트코인을 받고 군사 기밀을 넘긴 육군 특전사 대위 B씨 사건에서도 법원은 "북한 대남 공작부서인 정찰총국 소속 해커부대 공작원이라는 의심은 들지만 러시아 정보국 브로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한편 군 검찰이 A씨에게 특가법상 뇌물죄를 적용했다는 건 그가 최소 3000만원 이상의 거액을 수수하고 적극적으로 군사 기밀을 빼내 넘겼다는 의미가 된다. 현행법은 공무원이 직무 수행과 관련해 거액을 수수한 경우 특별히 형을 가중하도록 하고 있다. 3000만원에서 5000만원 미만의 뇌물을 받은 경우 징역 5년 이상, 5000만원에서 1억원 미만일 경우에는 7년 이상, 1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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