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통령 참모에 "친일파 밀정이냐"…정진석 "尹정부는 극일·승일"

김기정, 윤지원 2024. 8. 2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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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7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윤석열 정부에 친일 공세를 퍼부었다. 야당 의원이 대통령실 참모를 향해 “친일파 밀정이냐”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정 비서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뉴스1

이날 국회 운영위의 대통령실 현안질의에서 서미화 민주당 의원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을 불러세운 뒤 “세간에서 차장님을 친일파 밀정이라고 하는데, 혹시 친일파 밀정이냐”고 물었다. 이에 김 차장이 “아니다”라고 하자 서 의원은 “밀정이 스스로 밀정이라 하겠나”고 되받았다.

서 의원은 김 차장이 ‘친일파 밀정’인 근거로 그의 최근 인터뷰 발언을 근거로 들었다. 김 차장은 16일 KBS 인터뷰에서 한·일 간 과거사 정리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김 차장은 이날 운영위 답변에서 “일본의 마음을 다스려서 우리가 더 잘 해내고 자신감을 갖고 한·일 관계를 리드해 가자는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서 의원은 “광복절은 건국절, 독립운동은 건국 운동이라고 윤석열 대통령이 말했다”며 “대통령도 뉴라이트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김 차장은 “대통령은 아마 뉴라이트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고 계실 정도로 이 문제와 무관하다”며 “뉴라이트 발언을 대통령이 하신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야당은 독도 방어 훈련 비공개와 독도 조형물 철거 논란 등을 거론하며 윤석열 정부의 ‘독도 지우기’ 의혹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서 의원은 “훈련 규모를 축소하는 등 굉장히 일본 눈치를 보는 것 같은데, 김 차장이 대통령에게 비공개훈련으로 진행하자고 한 것이냐”고 말했다. 이에 김 차장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훈련 규모는 전혀 축소되지 않고 내실 있게 진행됐다”고 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께서도 괴담이라고 했지만, 최근 정부의 독도와 관련한 여러 이야기가 많다”며 “국방부는 장병 기본교재에 독도를 영토분쟁지역으로 표기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신원식 안보실장은 “독도는 그 어떤 경우든 우리 영토”라며 “국방부는 관련자를 문책 조치했다”고 밝혔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잇따른 야당의 친일 공세에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윤석열 정부는 친일ㆍ식민사관이 아닌, 극일(克日)ㆍ승일(勝日) 사관을 갖고 있다”며 “야당이 자꾸 친일 프레임 공세로 몰아가는 것은 과다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부승찬 민주당 의원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선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일본 수상 간 맺은 한·일 파트너십 선언, 즉 과거를 직시하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선언이 우리 정부의 준칙, 전범”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친일 공세를 강하게 비판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은 “오늘 운영위를 보신 국민들은 아마 제헌국회, 또는 반민특위라고 오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10대 강국인 우리나라의 논의는 오늘 대한해협을 건너지 못하고 태평양도 가지 못했다”며 “마치 우리 정부를 일본에 나라 팔아넘기려는 친일주의자로 매도하려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권영진 의원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제삼자 변제안은 민주당 출신의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일 먼저 제기한 것”이라며 “그렇다고 우리가 문 의장을 친일, 매국 의장이라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야당이 저녁 늦게 용산 대통령실의 마약 수사 외압설을 꺼내들자 일순간 아수라장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진욱 민주당 의원은 정 비서실장을 상대로 지난해 10월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필로폰을 밀반입한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을 검거해 74kg을 압수한 사건을 거론하며 “밀반입에 세관이 연루됐다는 것은 명백하게 밝혀진 사실이다. 그런데 용산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 수사팀장인 백해룡 경정이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세관마약 수사 외압 청문회에서 “지난해 9월 20일 당시 김찬수 총경이 전화로 ‘용산에서 사건 내용을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브리핑 연기를 지시했다”고 발언한 것을 근거로 용산 수사 외압설을 재차 제기한 것이다.

여당 위원들은 즉각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며 반발했지만, 정 의원은 “(여당 의원들에게) 제가 팁 하나 드리겠다. 하루빨리 침몰하는 윤석열호에서 탈출하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여야 위원들이 고성을 지르며 격돌하는 장면이 벌어졌다. 이후 배준영 원내수석은 별도 발언 기회를 얻고 “지난 20일 청문회에서 무려 21명의 경찰, 관세청장 등 정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10시간 동안 추궁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면서 “대통령실과 관련성은 더더욱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날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은 “권력 초기에 김건희 여사의 오빠인 대통령의 처남 김진우씨가 대통령실에 출입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는 새로운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정 실장은 “가짜뉴스로 추정된다”고 답했다. 대통령 관저가 불법 증축됐다며 관련 예산을 공개하라는 야당 의원들의 의혹 제기에 대통령실은 “보안상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위법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기정·윤지원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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