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첨단산업 투자 제한’ 불똥 우려에…美정부, 韓재계와 소통 늘린다
미국이 중국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미 자본의 투자를 규제하고 나선 가운데 한국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 정부는 한국 산업계의 우려에 대응해 소통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방한한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 관계자들과 27일 면담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미 상무부 측은 “향후 대한상의와 미국 수출통제 정책 등에 대해 정기적으로 소통하기를 원한다”며 “한국 기업들로부터 의견을 받아 잘 건의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성우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향후 미국 통상정책 관련, 한국 기업의 의견을 미 상무부에 건의하는 협력 채널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미 정부는 미국 자본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와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AI) 분야에 투자하는 것을 규제하는 이행 규칙을 입법 예고했다.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규제지만, 지침이 명확하지 않아 한국 기업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미 정부는 대한상의에 이어 한국경제인협회와도 소통하며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고, 동맹국 협력의 ‘키플레이어’가 되자 미 정부가 관련 정책을 충분히 설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제단체 관계자는 “올해 들어 미 정부나 의회 관계자들이 한국 기업을 찾아 애로사항을 듣고 싶다는 요청이 많아졌다”며 “그만큼 미국 경제에서 한국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음 달 초에도 미 상원의원 6~7명이 방한해 미국에 투자한 국내 기업들과 간담회를 열고 건의사항을 들을 계획이다.
대한상의는 지난 4일 미 재무부에 낸 의견서를 통해 “비(非)미국인이 투자 규제를 위반할 때 처벌이 부과될지 우려된다”며 “외국 기업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적용 대상은 ▶미국인(법인)이 직간접적으로 기업의 지분 또는 이사회 투표권의 50% 이상을 보유한 경우 ▶미국인이 투자 운용을 하거나 경영을 하는 경우 ▶미국인이 펀드의 투자 자문을 하는 경우 등으로 광범위하다. 미국계 기업이나 펀드의 투자를 받은 한국 기업도 이 규제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있다.
규제가 이대로 시행되면 가장 피해가 우려되는 기업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해 자회사 솔리다임을 설립했다. 솔리다임은 중국 다롄 공장에서 낸드를 생산해 미국으로 들여온다. 다롄 공장 운영권은 내년 3월 20억 달러(약 2조7000억원)를 추가로 지급해야 넘겨받을 수 있는데, 미국의 수출통제 규제 시행 시 미국인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솔리다임의 중국 공장 투자가 막힐 우려가 있다. 다만 인텔과 계약한 주체는 SK하이닉스라 실제 규제의 영향이 없다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대중 수출 규제에 이어 투자 규제까지 확대되면 불확실성과 시장 축소 가능성이 생겨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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