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실 차장 불러 “친일파 밀정이냐” 추궁한 野의원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서
민주당, 대통령실 상대 친일 공세
용산 “친일·반일 갈라치기 그만”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야당 의원들이 국회에 출석한 대통령실 참모들을 상대로 친일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를 퍼부었다. 용산 참모들은 “독도 분쟁 지역화는 일본을 도와주는 꼴”이라며 적극 반박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야당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교체 요구에 대해 “해임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27일 전체회의를 열어 대통령실을 상대로 현안 질의를 진행했다. 정 실장을 비롯해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등 주요 참모들이 출석했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 대통령의 최근 건국 관련 발언을 거론하며 “이 정도면 뉴라이트로 보이는데, 윤 대통령도 뉴라이트냐”고 묻자 김 차장은 “대통령께서는 뉴라이트의 의미를 정확히 모를 정도로 이 문제와 무관하다”고 답했다. 서 의원은 김 차장을 향해 “친일파 밀정이냐”고 묻기도 했다. 김 차장은 “아니다”고 짧게 답했다.

김형석 관장 등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에 대한 교체를 건의하라는 야당 요구에 대해 김 차장은 “뉴라이트 인사의 정의가 헷갈리고, 특정 정파 간 이견이 있기 때문에 누가 있는지 살펴봐야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 실장도 “(김 관장) 인선은 적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쳤다. 해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른바 ‘중일마’(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 발언으로 야권의 비판을 받은 김 차장은 “국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일본의 마음을 다스려 자신감에 찬 한일관계를 리드하자고 드린 말씀”이라고 해명했다.

대통령실은 야권이 주장하는 ‘독도 지우기’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성 실장은 “우리가 지배하고 있는 영토에 대해 영유권을 의심한 적도 없고 의심할 이유도 없다”며 “이 자체에 대해 논란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 실장은 “친일·반일 프레임으로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잘못된 풍토가 이제 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야당 의원들 입에서 나온 ‘계엄설’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신 실장은 “계엄 관련은 민주당에서 나온 얘기고 국민들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성 실장도 ‘국회 의석상 국민의힘과 정부가 계엄을 선포할 수 있느냐’는 여당 의원 질의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두고도 야당 의원들과 대통령실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성 실장이 ‘오염수 괴담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하자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과학적으로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맹신하는 것이야말로 미신에 가까운 태도”라며 “과학의 관점과 태도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편 성 실장은 여당이 추진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관련해 “금투세를 도입하면 크게 투자하는 분들이 이탈하면서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야당이 비판하는) ‘부자 감세’라기보다는 1400만명 국민 투자자를 위한 것”이라며 국회 협조를 당부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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