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방을 만들기 전, 필수 사전조사 [신은경의 ‘내 아이가 자라는 공간⑰]
"아이 방 만들어주기 정말 어려워요."
필자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채널의 참여자인 A씨가 걱정스러운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음 주에 이사를 가야 해서 세 아이의 방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세 명의 방을 모두 꾸미려니 너무 막막해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아요."
아이 방을 꾸미는 일은 분명 어렵다. 방을 사용하는 사람은 아이지만, 그 방을 설계하고 꾸미는 이는 부모로, 대부분 인테리어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답답한 마음에 인테리어 책을 찾아보지만 "아이 방"과 관련된 내용은 극히 적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아이 방에 대한 고민을 필자와 공유하는 것 같다.
성인의 방이라면 침대 위치나 책상이 문을 등질지 아니면 바라볼지 같은 문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성향이나 기질보다는 공간의 효율성과 동선을 고려하는 편이 더 낫다. 성인 방과 관련된 아이디어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며, 대부분 스스로 무엇을 선호하는지 잘 알고 있어 방을 꾸미는 것이 큰 어려움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 방은 다르다. 아이의 수면 독립이 시작되는 단계라면 침대 위치가 중요해진다. 저학년이라면 책상이 방문과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좋고, 고학년이라면 방문에서 조금 멀리 두어 방 밖의 소음으로부터 차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의 성향과 연령에 따라 방 배치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모든 부모가 바라는 것은 아이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아늑한 방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아이 방 인테리어 상담을 할 때 많은 사소한 것들을 물어본다. 아이의 성격, 취향, 취미활동, 형제 관계, 부모와의 관계, 그리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지 여부까지도 말이다.
A씨의 아들은 레고 블록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에 필자는 "아이가 혼자서 설명서를 보며 완성하는 것을 좋아하나요, 아니면 형제와 함께 설명서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놀이하는 것을 즐기나요?"라고 물었다. A씨는 아이 방을 꾸미는 데 이런 질문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의아해 했다.
사람마다 소중히 여기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있다. 그것을 인테리어에 최대한 반영해보기를 권한다. A씨 아들이 설명서 대로 집중해 블록을 완성하는 것을 선호한다면, 구석진 자기만의 블록 만들기 공간과 완성된 작품을 전시할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반대로, 설명서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스토리를 더해 블록을 함께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면, 개방된 공간에 블록을 두고 낮은 테이블을 배치해 여러 명이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좋다.
레고 블록을 좋아하는 것, 이 취미를 어떤 방식으로 즐기는지, 취미와 관련된 물건이나 도구의 양과 기존 수납 방식까지 고려해야 한다. 침대, 책상, 옷장 같은 큰 가구 외에 이 작은 일상들이 큰 정보를 제공한다.
아이 방이 만들기 어렵다면, 아래 요소를 고민해보자.
예를 들어보자. 아이는 7세 남아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지만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도 무척 좋아한다. 취미는 레고이고, 설명서를 보며 혼자 만드는 것을 더 선호한다. 예민한 기질이 있어 이번이 수면 독립의 첫 도전이다. 그동안은 밤에 혼자 자는 게 무섭다고 해서 부모와 함께 잤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아이 방을 꾸미는 데 필요한 정보가 모두 담겨 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아이의 방 레이아웃을 잡았다.
수면 독립의 첫 단계라면, 특히 혼자 자는 것이 무섭다고 한다면 침대를 창가보다는 벽에 붙이는 것이 좋다. 심리적으로 보호받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침대에 누웠을 때 방 밖이 보인다면 안정감이 커져 수면 독립이 더욱 쉬워질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아이를 위해 침대 옆 구석에 아늑한 공간을 만들어 주면 좋다. 예민한 기질의 아이라면 방이 어수선한 것보다는 깔끔하고 미니멀한 스타일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자극적인 요소는 적을수록 좋다. 많은 책으로 둘러싸기보다는, 좋아하는 책만 선별해 침대 옆 작은 책장에 두는 것이 좋다.
예비 초등학생인 아이는 학습 시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므로, 책상은 문과 가까운 곳에 배치하고, 레고 블록은 책상 옆 서랍에 보관하되, 만든 작품을 전시할 공간도 마련해 주자.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도 소중히 여기는 아이를 위해, 방의 나머지 공간을 넓고 개방적으로 유지해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면 좋다.
아이 방을 꾸미는 과정은 내 아이를 다시 알아가는 과정이다. 위의 체크리스트를 바탕으로 아이의 성향과 기질, 취미와 취향에 대한 정보를 모아가다 보면 어느새 아이 방이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신은경 도다미네플레이스 대표 dodamine_place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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