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자산 100조 ‘에너지 공룡기업’ 탄생…출범까지 남은 숙제는
SK이노베이션이 SK E&S를 흡수 합병하면서 자산 100조원, 매출 88조원 규모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출범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최대 규모의 민간 에너지 기업이다.
27일 SK이노베이션은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참석 주주 85.75%가 SK E&S와의 합병안에 찬성해 안건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SK E&S도 이날 주총을 열고 합병안을 승인했다. 1999년 SK E&S가 SK이노베이션에서 분할돼 도시가스 지주회사로 홀로 선지 25년 만에 다시 합치게 됐다. 합병 법인은 오는 11월 1일 공식 출범한다. 향후 SK E&S는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를 유지하며 조직이나 인력 구성 등 별다른 변화 없이 독자 경영을 이어갈 계획이다.
합병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 주식 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승인된다. 이번 SK이노베이션 주총 출석률(의결권 위임 포함)은 62.76%였다. 특히 주총에 참석한 외국인 주주 95%가 찬성표를 던졌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합병안 찬성을 권고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SK에너지·SK온 등 9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정유·석유화학·윤활유 등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기업이다. 보유 자산이 86조원 수준이다. SK㈜의 자회사인 SK E&S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수소·재생에너지 등이 주력으로, 자산 규모 19조원의 비상장사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 두 업체의 에너지 사업이 합쳐져 에너지 포트폴리오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세계 에너지 시장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 솔루션 패키지 회사로 성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합병으로 2030년 상각 전 영업이익이 2조2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영업이익은 20조원 달성이 목표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은 “합병 완료 이후 다양한 주주 친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실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합병 법인 출범 전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은 1대 1.1917417이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6.2%)은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이유로 반대 의견을 밝혔다. 국민연금이 만약 보유 주식 전량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6800억원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이 마련한 매수금액 한도(8000억원)의 85%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 발행 주식 50%가량을 보유한 소액 주주들의 움직임이 변수다. 현재 주가(27일 종가 10만9800원)가 매수 예정가(11만1943원)를 밑돌고 있어서다.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차익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주식매수 청구에 나서면 SK이노베이션이 설정한 매수금액 한도를 초과할 수 있다. 이사회 의결을 통해 매수금액 한도를 높이거나 매수 예정가를 바꾸지 않으면 합병이 무산될 수도 있다. 주식매수청구 기간은 28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다.
한편, SK E&S는 지난 26일 공시를 통해 도시가스 계열사 7곳(강원‧부산‧전남도시가스, 영남‧코원‧전북‧충청에너지서비스)을 자회사로 두는 중간 지주사 ‘E&S시티가스’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들 7곳은 현재 SK E&S 매출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는 안정적 수익원이다. SK E&S에 3조1350억원을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투자한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의 계약 대상을 E&S시티가스로 바꾸기 위한 조치다. 2026년 하반기에 도래하는 KKR의 투자펀드 만기 시점에 KKR이 보통주로 전환하기로 하면 KKR은 합병 SK이노베이션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하는 주요 주주가 될 예정이다. 다만, KKR이 투자금 상환을 요구한다면 4조원 이상의 현금또는 그에 합당하는 현물 상환을 해야 한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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