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물난리 얼마나 심하길래…"재외공관 9·9절 행사 이례적 취소"
북한이 오는 9월 9일 정권수립기념일을 맞아 각국 재외공관에서 진행하기로 했던 기념행사를 갑자기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함경남도와 함경북도 지역에 홍수피해를 입었던 2020년 당시처럼 수해 복구를 위해 정권수립기념일을 비교적 조용하게 보낸 경우는 있지만 재외공관에서 준비하던 기념행사까지 취소한 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NK뉴스는 27일(현지시간) 자체적으로 입수한 이메일을 인용해 각국의 북한 대사관이 홍수 복구 활동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9월 9일 북한 정권수립기념일 행사를 갑자기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유럽 주재 북한 대사관은 초청자들에게 재난 이후 주민 생활 안정을 위한 국가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올해 행사를 취소한다고 알리며, 갑작스러운 통보에 유감을 표하고 양해를 구했다. 또 다른 유럽 주재 북한 공관도 이메일을 통해 비슷한 메시지를 전하면서 "홍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가용 자원과 인력을 총동원하라는 국가의 지침에 따라 취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NK뉴스는 북한의 정권수립일 기념행사 취소 소식은 아시아 지역에서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북한 재외공관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까지 자신들의 주요 정치기념일 중 하나인 9월 정권수립일을 맞아 매년 기념행사를 열어 주재국 주요 인사는 물론 각국 외교사절을 초청해왔다. 북한이 올해 재외공관에서 열리는 정권수립기념일 행사를 취소한 건 이번 홍수 피해의 심각성과 김정은 정권에 가해진 부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게 NK뉴스 측의 분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각국 재외공관에서 진행해온 정권수립일 기념행사를 취소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라면서도 "북한이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 아닌 만큼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올해 초부터 비서방, 반미 외교 강화를 기치로 내걸었던 북한이 이런 기본적인 외교행사를 취소한 것이 사실이라면 굉장히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수해 복구는 물론 이상 징후를 보이는 북·중 관계와 8·15 통일 독트린에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일련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연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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