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가려면 전화만 30분”…병상 있어도 의료진 없어 ‘뺑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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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집단행동 장기화 여파로 일부 응급실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A씨는 "대학병원이 곧바로 수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우선 근처 종합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지금 환자 상태로는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안내했다"며 "응급실에 열 군데 넘게 전화를 돌려 환자가 가도 되는지 물었는데 '의사가 없어서 수용 가능한 곳이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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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집단행동 장기화 여파로 일부 응급실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로 불리는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 좀 더 잦아진 모습이다. 구급대원들은 수용 가능한 응급실을 찾느라 전화 연락에만 길거리에서 수십 분을 허비하고, 환자들은 응급실 내원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위태로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27일 수도권 구급대원 A씨(42)는 야간 응급환자 신고가 들어올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고 했다. 최근 ‘의료진 부재로 사전협의(연락) 되지 않은 119 및 전원 수용 불가’ 메시지를 전산망에 띄우는 병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구급대원은 응급실 수용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일일이 병원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화를 열 번 넘게 돌려도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기 어려운 날이 부지기수다.
지난 24일 오전 3시에는 30대 여성이 복통을 호소하며 119 신고를 했다. 출동한 A씨가 환자를 확인해 보니 아예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다. A씨는 “대학병원이 곧바로 수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우선 근처 종합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지금 환자 상태로는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안내했다”며 “응급실에 열 군데 넘게 전화를 돌려 환자가 가도 되는지 물었는데 ‘의사가 없어서 수용 가능한 곳이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구급차에 탄 지 1시간이 지난 상태였다.
당시 구급차에서 대기 중이던 환자는 다행히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거듭되는 A씨의 통화를 듣던 끝에 환자는 “그냥 집으로 돌아가겠다”며 응급실행을 포기했다. A씨는 “걷지도 못하는 환자를 부축하며 집으로 다시 이동하는데, 이렇게 환자를 다시 보내는 게 맞는 건가 회의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당장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상은 있지만 응급처치 이후 배후 진료를 해야 하는 의료진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실이 돌아가려면 응급의학과 의료진이 넉넉히 있어야 하고, 배후과도 진료가 가능해야 응급수술이나 시술이 가능한데, 이제는 진료 자체가 불가능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26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응급실 앞에서는 30대 B씨가 동료와 함께 구급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대기 중이었다. 주차타워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B씨는 작업 중 호흡곤란과 가슴 통증을 느꼈다. 구급차를 탄 B씨는 곧바로 근처 응급실로 갈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수용 가능한 병원이 없어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B씨의 동료는 “갈 수 있는 응급실은 있는데, 가슴 통증을 봐줄 의사가 없다고 해서 구급대원이 20분 넘게 통화했다”며 “병원에 도착한 뒤에도 구급차 안에서 또다시 20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병원 상황을 받는 ‘응급실 상황조회판’에 따르면 과목별 차이는 있지만 서울 대부분의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에서 ‘의료진 부재로 정규시간 외 진료 불가’ ‘신규 환자 수용 불가’ 등의 메시지를 띄웠다. 김수룡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대변인은 “전공의 공백 이전에도 응급실 문제가 있었지만 장기화하면서 최근에 더 악화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응급실 수용 문제를 필수의료 분야 의사 인력 지원이나 상급종합병원 구조개혁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추석 기간을 포함해 응급의료 특별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김유나 이정헌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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