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간호사 합법화' 간호법 여야 합의…오늘 본회의 처리
간호계의 숙원인 ‘간호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준비를 마쳤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7일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고 간호법을 처리했다. 여야는 28일 오전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친 뒤,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간호법은 그간 모호하게 적용된 간호사의 역할을 법률로 명문화해 간호 서비스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로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다. 당시에도 대한의사협회 등이 ‘간호사에 대한 독립적 법안은 의료 체계를 망가뜨릴 수 있다’며 반대하는 등 갈등이 극심했다. 민주당이 단독 처리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의사·의료기사 등) 유관 직역 간에 과도한 갈등을 일으킨다”며 거부권을 행사했고, 재의결에서 부결돼 폐기됐다.
하지만 의정(醫政) 갈등에 따른 의료 대란 경고음이 커지면서 22대 국회에서는 여야 모두 간호법을 들고 나왔다. 여당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간호사 등에 관한 법률안’을, 야당은 강선우 의원 등이 ‘간호법안’을 재발의했다.
그동안 간호계에서는 수술 집도를 보조하고, 의사 업무 일부를 담당하는 진료 지원(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에 대한 법안 제정을 요구해왔다. 미국 등 일부 국가와 달리 한국은 해당 법안이 마련되지 않아 사실상 PA 간호사로 일하면서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했다.
여야는 PA간호사의 법적 근거를 만드는 데는 합의했으나, 업무 범위를 놓고 이견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로 ‘검사, 진단, 치료, 투약’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민주당은 “의료계 직역단체 간 갈등이 우려된다”며 반대했다.
여야는 이날 회의에서 최대 쟁점인 업무 범위는 ‘의사의 일반적 지도와 위임에 근거한 업무’로 명시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복지부 시행령으로 정하기로 합의했다.
또 다른 쟁점이었던 간호조무사 시험응시 기준은 이번 법안에서 담지 않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특성화고의 관련 학과를 졸업한 사람’ ‘학원에서 교습 과정을 이수한 사람’으로 지정된 기존안을 ‘상응하는 교육 수준을 갖춘 사람’으로 개정을 추진한 반면 민주당은 특성화고와 조무사 학원 등의 어려움을 들어 반대했다. 간호조무사 측과 조무사 학원 등도 “전문대는 인정하지 않는 학력 차별” “바꿀 이유가 없다”며 팽팽하게 맞섰다. 이에 대해 여야는 일단 기존안을 유지하되, “상임위에서 논의를 계속 이어간다”는 부대 조건을 달기로 했다.
이날 합의안은 PA 간호사 업무 범위에서 ‘검사, 진단, 치료, 투약’이 빠지고 학력 문제도 기존안을 유지해 사실상 야당 측 주장이 대부분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지난해 민주당이 강행처리했다가 폐기된 간호법에서 논란이 됐던 ‘지역 사회’ 문구는 반영하지 않았다. 당시 ‘모든 국민이 의료 기관과 지역사회에서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두고 의사단체에서는 ‘간호사들이 지역사회 의료·돌봄을 독점하려 한다’며 크게 반발했다.
이날 간호법 통과는 보건의료노조의 29일 총파업 예고로 여야가 압박을 받으면서 추진 동력이 붙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생 본회의의 마지막 퍼즐은 PA 간호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간호사법 제정”이라고 밝혔다.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도 “간호법은 정부·여당이 전향적으로 나선 민생 법안으로, 이미 양당 원내 수석 간에 처리를 합의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보건복지위원들은 이날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와 간담회를 했다. 민주당 소속인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은 간담회에서 “간호법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간사인 강선우 의원도 “제도적인 해결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대한의사협회와 의대 교수 단체들은 “PA 활성화는 전공의들에게 '의료 현장에서 떠나라'고 부채질하는 정책”이라며 규탄 시위를 열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PA 도입은 전공의 수련제도 자체를 부정하고 간호사를 의사로 둔갑시킨다는 발상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간호법이 제정될 경우 선배 의사로서 제자들에게 돌아오라고 할 수 없다”며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고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매우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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