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분양권' 중개는 '건축물' 중개"…공인중개사법상 '증서' 중개 아냐

최석진 2024. 8. 2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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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금지 분양권 거래 중개
공인중개사법위반죄 무죄 취지 파기

공인중개사가 전매가 금지된 아파트 분양권 거래를 중개했더라도 양도가 금지된 부동산의 분양과 관련 있는 ‘증서’ 매매의 중개를 처벌하는 공인중개사법 조항을 적용해 처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아파트 특정 동·호수에 대해 피분양자가 선정되거나 분양계약이 체결된 후에는 아파트가 완성되기 전이라도 이에 대한 매매 등 거래를 중개하는 것은 '건축물'의 중개지 '증서'의 중개가 아니라는 이유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당시 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전매가 금지된 아파트 분양권 거래를 중개해 주택법과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의 상고심에서 A씨에게 벌금 700만원, B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각각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2심 법원은 두 사람의 주택법 위반 혐의와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봤는데,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봐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는 공인중개사법 제33조 5호의 해석 및 적용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경기 남양주시의 한 부동산중개사무소의 실질적 운영자 A씨와 공인중개사 B씨는 2016년 6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전매가 금지된 다산신도시 C 아파트 분양계약서의 전매 거래 5건을 알선·중개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C 아파트는 수도권 택지 중 해당 지구면적의 50% 이상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조성된 공공택지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주택 및 그 주택의 입주자로 선정된 지위는 대통령령에 따라 2016년 6월 14일부터 2017년 6월 13일까지 분양권 전매나 알선이 금지돼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2016년 6월 14일부터 16일까지 해당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에서 5명의 분양권 명의자로부터 분양계약서 등을 건네받아 1000만~3000만원의 웃돈을 받고 분양권 매수자에게 넘긴 뒤 분양권 매수자로부터 건당 200만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검찰은 이들에게 주택법위반죄와 공인중개사법위반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당시 주택법 제41조의2(주택의 전매행위 제한 등) 1항 2호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 및 그 주택의 입주자로 선정된 지위'를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간이 지나기 전에 전매하거나 전매를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었다. 이를 위반하면 같은 법 제96조(벌칙) 2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을 받았다.

또 당시 공인중개사법 제33조(금지행위) 5호는 개업공인중개사가 '관계 법령에서 양도·알선 등이 금지된 부동산의 분양·임대 등과 관련 있는 증서 등의 매매·교환 등을 중개하거나 그 매매를 업으로 하는 행위'를 금지했고, 이를 위반하면 같은 법 제48조 제3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됐다.

1심 법원은 2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 A씨에게 벌금 700만원, B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두 사람은 항소했지만 2심 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두 사람은 항소를 하면서 검사가 애초 공소장에 기재한 공소사실에 대한 공인중개사법 조항과 다른 조항을 적용해 '불고불리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는 경우에는 법원이 공소장변경 절차 없이 일부 다른 사실을 인정하거나 적용법조를 수정하더라도 불고불리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원용하며 그 같은 주장을 배척했다.

검사가 처음 기재한 조항은 이번 사안에 적용될 사안이 아님이 분명한 데다가, 두 사람에 대한 공소사실 중에 '피고인들이 공모해 알선 등이 금지된 부동산의 분양 등과 관련 있는 증서의 매매를 중개했다'는 취지가 기재대 있었던 점에 비춰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두 사람은 "'분양권'의 매매를 중개했을 뿐인데, 1심은 양도 등이 금지된 부동산의 분양 등과 관련 있는 '증서'의 매매를 중개했다는 점을 유죄로 인정했다"고 다퉜다.

하지만 재판부는 "분양계약서 등이 공인중개사법 제48조 제3호, 제33조 제5호의 '관계 법령에서 양도·알선 등이 금지된 부동산의 분양·임대 등과 관련 있는 증서'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에 문언상·논리상 무리가 없고, 위 조항에서 말하는 증서를 주택법 제65조 1항 2호의 입주자저축 증서 등으로 한정해 해석할 이유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먼저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형벌법규, 특히 어떤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규제하고, 그 행정목적의 실현을 담보하기 위해 그 위반을 처벌하는 행정형벌법규의 경우에는 법문의 엄격한 해석이 요구되므로, 부동산의 투기억제를 위한 규제의 필요성만으로 공인중개사법 제33조 5호의 '증서 등'에 증서와 존재형태가 전혀 다른 분양권을 포함시키는 해석은 용인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따라서 아파트 분양권에 대한 매매를 알선하는 행위는 같은 법 제33조 5호에서 정한 '관계 법령에서 양도·알선 등이 금지된 부동산의 분양·임대 등과 관련 있는 증서 등의 매매를 중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이 사건 분양계약서 등을 분양권 명의자 등으로부터 건네받아 분양권 매수자에게 전달한 것은 결국 아파트 분양권에 대한 매매를 알선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공인중개사법 제33조 5호의 '증서 등'에 증서와 존재형태가 전혀 다른 분양권을 포함시키는 해석은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과 같이 장차 건축될 건축물로서 동·호수가 특정된 아파트 분양권의 매매를 알선하는 행위는 공인중개사법의 중개대상물인 건축물을 중개한 것으로 볼 것이지 위와 같은 아파트 분양권의 매매 과정에서 '분양계약서 등'이 분양권 매수자에게 함께 전달되는 측면만을 부각해 이를 공인중개사법 제33조 5호의 '관계 법령에서 양도·알선 등이 금지된 부동산의 분양·임대 등과 관련 있는 증서 등의 매매'를 중개한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결론 내렸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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