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미술관, 혜원 신윤복 새 ‘야유풍류도’ 30일 공개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 중 목욕하는 여인들을 숨어 훔쳐보는 ‘단오풍정’은 잘 알려진 풍속도다. 소년들이 냇가에서 상의를 탈의한 여인들의 목욕장면을 훔쳐보고 있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는 풍채 좋은 양반이 숲 속에 숨어있지 않고 정면에서 대담하게 여인의 나신을 바라보고 있다.
세운미술관이 혜원 신윤복의 새로운 ‘야유풍류도(野遊風流圖)’ 한 점을 오는 30일 강서구 미술관에서 공개한다.
이 풍속도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작품으로 49X29cm 크기이며 비단에 먹으로 그렸다. 호방한 양반들이 야외에서 악사와 기생들을 대동, 풍류를 즐기는 내용으로 신윤복 풍속화 중 가장 에로틱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단오풍정에서 에로티시즘이 두드러진 표현은 저고리를 벗은 기녀의 거문고 산조춤 모습이다. 트레머리를 한 나이 어린 기생은 갸름한 얼굴의 미인형이며 하얀 어깨와 팔을 드러내고 있다. 그녀가 응시하는 곳은 행수기생과 함께 앉은 양반이다.
여인은 긴 머리칼을 왼손으로 잡고 하반신만을 물속에 넣은 채 알몸을 양반에게 보여주고 있다. 얼굴이 경직된 양반은 몸을 앞으로 약간 숙이고 여인을 응시하고 있다. 좌석에서 이탈한 양반의 호색함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며 야유풍류에서 양반의 일탈을 그린 것이다.
그 옆에서 3명의 악사들은 거문고 해금 대금을 연주하고 있으며 해금 악사가 고개를 돌리고 있다. 이 같은 악사 표현은 혜원의 여러 그림에서 같은 묘사를 찾을 수 있다. 국보로 지정된 ‘상춘야흥도(賞春野興圖)’, ‘쌍검대무도(雙劍對舞圖)’에서도 고개를 옆으로 돌린 해금 악사가 등장한다.
한편 이 그림을 진품으로 고증한 한국역사유적연구원 이재준 고문(전 충북도문화재위원)은 ‘단원 김홍도는 인물을 중심으로 산수 배경을 생략한 작품이 많지만 혜원은 빼 놓지 않았다. 이 그림에서 혜원은 도화서 화원다운 섬세한 필치로 여백 없이 묘사하고 있으며 스승인 단원 김홍도가 어린 시절부터 사표로 삼은 명나라 화가 이유방(李流芳)의 영향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녀의 상의를 탈의시키고 정면에서 관욕하는 일탈적인 모습은 조선 후기 양반사회 세태를 담은 것이어서 주목 된다‘고 말하고 ’혜원 풍속화가운데 가장 에로틱한 경지‘라고 부연했다.
이번에 일본에서 회류돼 온 혜원의 야유풍류도는 진품으로 조선 사류들의 여외 풍류를 그리면서 당시 풍미했던 에로티시즘을 대담하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세운미술관 측은 오는 8월 30일부터 9월6일까지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고배도자기 감정원 내 세운미술관에서 ‘야유풍류도(野遊風流圖)’를 일반인에게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야유풍류도(野遊風流圖)’' 이외에 국보급의 작품들도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김나혜 인턴기자 kim.na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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