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건국 등 역사 공방에 韓 ‘거리두기’ 李 ‘친일공세’ 왜?
26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 회의장 벽면에는 ‘대한민국 영토 독도를 지키겠습니다’라고 적힌 독도 사진이 내걸렸다. 이전에는 하얀 바탕에 ‘다시 뛰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문구가 적혔는데, 이를 대체한 것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한쪽에는 친일파들이 득세하고, 한쪽에선 독도가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 때아닌 독도 논란이 벌어진 건 최근 서울 지하철 역사와 전쟁기념관 등에서 독도 조형물이 철거된 뒤다. 민주당은 이를 ‘독도 지우기’로 규정했고, 26일 당 진상조사 특위를 설치했다.
하지만 여권은 독도 조형물 철거가 노후화 시설 교체 작업임을 강조하며 “괴담 정치”라고 반박했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26일 “있지도 않은 독도 지우기를 의심하는 저의를 묻고 싶다”고 했고,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민주당의 괴담 선동 정치를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국회 곳곳이 역사 공방으로 들썩댔다. 26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의 역사관이 야당의 주요 공격 소재였다. “일제 강점기의 우리 선조 국적은 일본이냐”(민주당 박홍배)는 물음에 김 후보자는 “일제 때 나라가 망했는데, 무슨 (한국) 국적이 있느냐”고 답해 설전 끝에 청문회가 파행됐다. 같은 날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참석한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도 “1945년 광복됐다는 것을 인정하나”(민주당 유동수)라는 물음에 김 관장이 “멘트하지 않겠다”라며 신경전이 벌어졌다. 김 관장은 그간 대한민국 건국은 1919년 임시정부 수립으로 시작돼, 1948년 정부 수립으로 완성됐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민주당이 전방위 역사 공세를 펴는 와중에 논란도 일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정부·여당의 국군의날(10월 1일) 임시공휴일 지정 검토에 대해 “1910년 10월 1일 조선총독부 설립일과 겹치는 게 우연이냐”고 했다. 국군의날은 6·25 전쟁 당시 국군이 최초로 38선을 돌파한 날(1950년 10월 1일)을 기념해 제정됐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공상소설 수준의 망상”이라고 비판했다.
역사 공방이 정치권을 휩쓰는 가운데, 여야 대표의 대응은 온도 차가 뚜렷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공방에서 한 발짝 떨어져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한 대표는 2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주제로 현장 간담회를 열었고, 역사 이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한 대표가 역사 공방에 참전하지 않는 건, 야당이 짠 친일 프레임에 엮이지 않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 측은 “대표까지 역사 논쟁에 뛰어들면 정치 공방만 커지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 치료 중이던 25일 병상에서 ‘독도 지우기’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일본 역사 세탁에 앞장서는 정권”(15일), “대통령실은 천황이 아니라 국민을 배려해야 한다”(19일) 등 날 선 발언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친일 공세로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이 대표는 지난 5월 ‘라인·야후 사태’가 불거졌을 때도 마쓰모토 다케아키(松本剛明) 일본 총무상이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손자임을 언급하며 “사이버 영토 침탈”이라고 주장했다. 야권 관계자는 “반일 정서 자극은 이 대표가 지지율 반등을 위해 수시로 썼던 전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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