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E&S 합병, 국민연금 '주식매수청구권' 선택 최종 변수
1조4000억 현금 여력으로 대응할 예정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안이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과한 가운데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이 얼마나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지가 마지막 변수로 남았다. 특히 보유 지분 규모가 SK이노베이션이 준비한 매수금액 85%에 달하는 국민연금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임시 주총을 열고 SK E&S와의 합병계약 안건을 통과시켰다. SK이노베이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이날 주총에서 예상대로 합병반대 의결권을 행사했지만 출석 주주 85.76% 찬성으로 원안대로 합병이 승인됐다.
SK그룹 지주사 SK㈜를 최대 주주(90%)로 둔 SK E&S도 이날 주총에서 양사 합병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11일 1일 합병 법인이 공식 출범한다.
합병 반대 주주 전량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시 매수 예정가액 훌쩍 넘어
넘어야 할 관문은 하나 더 남았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 측에 자신의 주식을 일정 가격에 매입해 달라고 청구하는 권리다.
SK이노베이션 지분 6.2%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만약 전량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SK 측은 6817억원을 매수해야 한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이 준비한 매수금액 8000억원에 육박한다. 매수 예정가액은 주당 11만1943원이다.
주총일인 이날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날보다 1400원(1.3%) 오른 10만7900원에 개장해 횡보 중으로, 매수 예정가격을 밑돈다. SK이노베이션 주주들 가운데 차익 실현을 위해 주식을 팔지 않고 매수 청구를 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합병안에 반대한 모든 주주가 전량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고 가정하면 SK 측이 매수해야 하는 금액은 9229억원으로, 매수 예정가액을 훌쩍 넘는다.
"국민연금, 주식매수청구권 적극 추진 쉽지 않아"
SK이노베이션은 합병을 결정하며 '8000억원을 초과할 경우 계약을 해제하거나 합병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고 공시했지만, 이날 주총 찬성률과 주가 흐름을 고려하면 합병 무산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주식 장기 보유를 통해 기업 성장과 배당을 추구하는 기관으로, 공격적인 전략을 써서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같은 투자 방식과는 다르다"며 "합병에 반대 의사를 표시할 수는 있으나 주식매수청구는 국민연금의 기본적인 투자 전략과는 맞지 않으며 주식을 매도한 후에 더 저렴하게 다시 매수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주식 거래 비용이나 세금, 행정 비용이 들기 때문에 오히려 손해가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투자 비율이 50% 이상으로, 합병 후 100조원 규모 기업이 되는 SK이노베이션은 지수에 당연히 담기기 때문에 주식을 다시 살 수밖에 없다"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두 달 안에 돈이 입금되는데, 그 사이 주가가 오르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박상규 SK이노 사장 "회사 내부 현금 1조4000억원 …비용 감당"
SK이노베이션 측은 주식매수청구 금액이 8000억원을 넘어도 양사 합병이 바로 무산되지는 않으며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의장인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금액이 지나치게 많으면 고민이 되긴 하겠지만, 회사 보유 현금이 1조4000억원 이상 되기 때문에 주식매수청구권을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회사가 예상한 범위 그 이상으로 주식매수청구권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그런데도 (금액이) 초과하면 이사회와 협의해서 진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반대 의사를 통지한 주주는 이날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상법상 주주확정기준일에 주주명부에 등재된 주주 중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총 전까지 반대 의사를 통지해야 한다. 반대 의사를 밝힌 주주만 주총 결의일부터 20일 이내에 주식 일부 또는 전부를 매수 청구할 수 있다.
박 사장은 "주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죄송하다"며 "시너지를 창출해 기대하는 수익률을 창출하고, 경영진에 대한 따끔한 말씀도 이사회와 협의해 주주 이익을 반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합병 완료 이후 회사 재무 등 여러 사항을 판단해서 주주 친화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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