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R&D 예산 29.7조원‥과학기술 경쟁력 확보 다시 뛴다

백종민 2024. 8. 2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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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게임체인저 기술 집중투자
예타 면제와 폐지 통해 미래 기술 중심 경쟁력 업그레이드
출연연 예산 확대·이공계 학생에 장학금과 현금 지원 확대
예산 삭감 논란 중 떨어진 과학자 자존심도 되살려야

내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안이 29조7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예산 삭감 사태가 벌어지기 전인 2023년 예산과 비교하면 4000억원, 1.3%가 늘어난 수준이다. 예산 삭감이 이뤄진 올해보다는 11.8%가 늘어난 규모다. 예산 삭감의 상처를 과학기술계에 남기고 회복된 예산인 만큼 앞으로의 전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25년도 연구개발(R&D) 재원 배분 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정부가 27일 공개한 2025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R&D 예산은 인공지능(AI)·반도체, 첨단바이오, 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 기술을 중심으로 국가전략 기술과, 한국형 스타이펜드 도입 등 젊은 과학자 연구환경 조성, 글로벌·혁신도전 R&D 등 선도형 R&D 전환 등에 예산을 집중 투입한다.

정부가 확정한 예산안 규모는 지난 6월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국가 R&D 예산 배분안 24조5000억원 대비 5조2000억원이 늘어났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확정하는 일반 R&D 예산을 포함한 것이다.

2023년 정부 R&D 예산은 31조1000억원이었지만, 국제 기준을 적용해 교육·기타 부문 R&D를 일반재정사업으로 분류하면서 지금은 29조3000억원으로 집계하고 있다.

과기 정통부는 앞서 기획재정부가 관할하는 일반 R&D 예산이 올해 규모인 4조6000억원으로만 유지돼도 내년도 정부 총 R&D 예산이 29조4000억원에 달해 역대 최대였던 2023년 29조3000억원보다 많아지게 된다는 기대감을 보였다.

과기정통부는 당시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가 확실시되는 사업과 다부처 협업 예산 등 추가로 3000억원이 반영될 예정이라면서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었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 수석도 내년 R&D 예산이 역대 최대가 될 것임을 여러 차례 자신해왔다.

이는 현실이 됐다. 예산발표 하루 전인 26일 6건이나 되는 R&D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발표됐다. 양자과학기술 분야, 한국형 스타이펜드(이공계 대학원 연구생활장려금) 등이 내년 예산에도 바로 반영이 됐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도 하루 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이 내년도 R&D 예산 수준에 대해 질의하자 "애초 2023년 수준에서 1000억원 정도 느는 것으로 얘기되다가 조금 더 느는 것 같다"며 "29조7000억원 수준에서 예산이 결정될 것 같다"고 답했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과학분야에 대한 정책 관계자분들의 지원이 있어 예상보다 많은 예산이 확보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출연연 원장은 이번 예산안에 대해 "지난 6월 발표 때도 증액이었지만 이번 규모는 확실히 R&D에 대한 지원 의지를 느끼게 할 수 있는 수준이다"라며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 교수는 증액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아직 과학자들의 명예가 회복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성급하게 R&D 예산을 축소하며 떨어진 과학자들의 명예 회복이 아직 되지 않았다"며 정부 차원에서 과학자들의 자존심을 살릴 수 있는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론도 있다. 야당은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과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R&D 예산이 2023년도 대비 4.2%, 1조원이 삭감된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2022년도 발표한 ‘2022~2026 중기 재정운용계획’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날 열린 과방위 회의에서도 의원들은 유상임 장관에게 유 장관이 서울대 교수로 맡고 있던 과제도 중단됐던 기억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비효율적인 연구과제에 대한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3대 게임체인저 글로벌 3대 강국 위해 투자한다=내년 R&D 예산 분야별로는 3대 게임체인저 분야에 올해 대비 7000억원 늘어난 3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2030년 글로벌 3대 강국(G3)을 목표를 위해 예산 증액이 이뤄졌다.

차세대 AI 생태계, 범용 인공지능(AGI) 기술개발 등에 1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바이오 분야에는 2조1000억원을 투입해 첨단재생의료와 데이터·AI 융합,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 등에 중점 투자한다. 국내 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지는 양자과학기술도 추격에 속도를 내기 위해 1000큐비트급 선도기술 개발 등 플래그십 프로젝트 착수 등에 2000억원을 투입한다.

전략기술 분야에는 올해보다 1조7000억원 늘어난 7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저전력·고효율 국산 AI 반도체 개발을 비롯해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재사용발사체 기술개발, 6세대 이동통신(6G) 기술 자주권 확보가 추진된다. 청년연구자를 위한 생활장려금, 연구장려금, 대통령 과학 장학금 등이 지원된다.

기초연구는 우수과제 후속연구, 정책 아젠다 연구, 신종·고난도 개척연구 프로그램을 신설해 수월성 위주로 확대하기 위해 올해보다 3000억원 늘어난 2조9000억원을 투입한다.

국제적인 연구 확대를 위해 글로벌 R&D에 올해 대비 4000억원 늘어난 2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혁신 도전형 R&D에도 3000억원 늘어난 1조원을 투입한다.

해외 공동연구는 보스턴코리아, 호라이즌 유럽 등에 참여하고, 혁신도전 연구는 책임연구자(PM)에 연구관리 전권을 부여하는 연구체계를 육성한다.

공공 R&D는 리튬 화재 배터리 기술에 50억원을 새로 투입하는 등 신종 재난 기술을 개발하고, 청정수소 기술 등 2050 탄소중립에 대비하는 연구도 수행한다.

출연연은 개방형 자율연구 중심 개편하고 확대하기 위해 올해 대비 3000억원 늘어난 3조6000억원을 배정했다. 이는 출연연의 시설비 등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특히 출연연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톱 전략연구단 예산은 올해 1000억원에서 1833억원으로 늘어났고 과제 수도 5개에서 15개로 증가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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