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함께한 주주도 찬성표 던졌다…SK이노-SK E&S 합병
선경그룹 시절부터 개인 투자자인 최경자 씨 “합병해야 회사 성장 가능”
합병법인 오는 11월1일 공식 출범…자산 100조 규모 에너지기업 탄생 전망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에 따라 합병 무산 가능성 상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이 압도적인 주주들의 지지에 힘입어 통과됐다. 이로써 자산 100조원 규모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기업 탄생이 눈앞에 다가왔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소액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에 따라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남아있어 복병이 될지 주목된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27일 서울 종로구 SK 서린빌딩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계약서 승인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85.76%의 찬성률로 합병안이 가결됐다.
합병안은 주주총회 특별 결의 사항으로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발행 주식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하면 승인되는데 지주사인 SK(주) 및 특수관계자의 지분율은 이미 3분의 1을 넘어 합병안은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SK이노베이션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했으나 대부분의 주주들은 찬성에 손을 들었다.
주총장에서 최경자 SK이노베이션 개인주주는 “선경(그룹)일 때, 최종현(SK그룹 선대회장) 씨 계실 때부터 아주 오래된 주주”라고 본인을 소개하며 “오늘 합병한다고 해서 와봤는데 생각을 해보니 합병을 해야만 우리 회사가 또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언급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과 LNG(SK E&S) 두 회사가 합병함으로써 회사는 더욱 더 발전하고 미래 가치를 위한 실질적인 비전이 있는 회사로 변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합병계약 승인의 건을 원안대로 승인할 것을 정식으로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의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이번 합병안 찬성을 권고함에 따라 참석한 외국인 주주들의 95%도 이번 합병안에 찬성했다.
임시주총에서 합병이 승인됨에 따라 합병법인은 오는 11월1일 공식 출범한다. 합병법인이 출범하면 자산 100조원, 매출 88조원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최대 규모의 민간 에너지기업이 될 예정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재무구조 개선과 미래 에너지 사업 시너지 효과를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 글로벌 고금리, 고물가로 인한 수요 정체로 전통적 에너지 사업뿐만 아니라 신규 에너지 사업도 수익의 불안정성이 높아져서다.
이번 주총결과로 합병 관련 큰 산은 넘게 됐지만 아직 ‘주식매수청구권’이란 복병은 남았다.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합병 의안이 주총을 통과하더라도 합병 작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주주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안건이 주총에서 결의된 경우, 이에 반대하는 주주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공정한 가격에 사줄 것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회사는 반드시 해당 주식을 사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은 주식매수청구권 총 행사가액이 8000억원을 넘기면 합병계약을 해제하거나 합병 조건을 변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국민연금이 전량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SK 측은 6817억원을 매수해야 한다. 여기에 개인주주들까지 합세한다면 SK 측의 행사가액인 8000억원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현재 낮은 주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소액주주는 “지금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너무 하락된 것은 사실”이라며 “IR은 어느정도 역할을 하고 있는지, 언제 호전 반응이 올지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 측은 “회사의 주가가 여러분들 기대하시거나 SK이노베이션 회사에 걸맞지 않게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 됐다는 점에 다시 한 번 죄송하다”며 낮은 주가에 대한 원인에 대해 “가장 크게는 회사가 기존의 석유화학 사업에서 배터리나 미래 에너지 사업으로 전환하는 노력을 굉장히 과감하게 실행했는데 예상치 못한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기) 현상이 나타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한 소액주주도 “주가에 대해 아쉬움이 많은 상황”이라며 “합병 비율에 대해 말하자면 저희같은 소액 주주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은 SK이노베이션 보통주를 기준 주가가 아니라 주당 가치로 평가했을 때”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설령 기준 주가로 평가를 했다고 하더라도 SK E&S를 상환전환우선주의 현금상환을 전제로 평가했다면 소액주주한테 더 유리한 상황이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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